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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읽기 바로 전 읽었던 책도 근미래 미국의 디스토피아적 이야기였다.
미래를 그린 이야기들이 거의 그러하듯이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미래다.
특히나 미국의 이야기.
이전 책을 읽으면서도 무섭다고 느낀 점이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에서도 같았다.
소설이라고, 미래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위기》의 시간을 지나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명분으로 세워진 「PACT」의 ‘보호’라는 이름의 감시를 받는 미국이 배경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국민의 불안으로 봉기가 시작된 《위기》가 온 이유를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삼아 새로운 ‘인종차별’이 시작된다.
반미국적 행동을 하는 이웃을 신고하고, 아이를 뺏어 ‘재배치’라는 이름으로 부모와 강제적 분리까지 시키는 경악스러운 일들이 자행되기까지 한다.
1부와 2부로 나뉘는 이야기에 1부에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엄마를 잃은 아이 ‘노아(버드)’와 ‘재배치’된 아이 ‘새디’가 나온다.
‘버드(노아)’의 엄마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시인이다. (그녀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아주 나중에, 나중에 나오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이유에 나도 모르게 ‘헐’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열두 살 ‘버드’의 숨죽여 사는 삶은 너무나 안쓰럽고 애처롭기만 해서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의 미국은 아무리 위기의 시대를 지나왔다고 하지만 절대적으로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재배치된 아이 ‘새디’ 또한 친 부모님의 생사조차 알 수 없고 여기저기 위탁가정을 전전하지만 ‘버드’와는 다르게 진취적이고 매우 독립적인 아이다.
이 둘의 우정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되기도 한다.
이 또한 너무나 슬픈일이지만...
2부에는 ‘버드’의 엄마 시인 ‘마거릿 미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시절 마거릿의 이야기와 그녀의 부모님이 어떤 삶으로 그녀를 지켜냈는지, 그녀가 어린 ‘버드’의 아빠 ‘이선’과의 만남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을 떠나야만 했는지...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까지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저 희망을 갖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질 뿐이다.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면 내가 느낀 현실과 미래의 오버랩이 과장됨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된다.
「버드와 마거릿이 살아가는 세상은 엄밀히 말해 우리의 세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세사이 아닌 것도 아니다. 소설 속 사건과 상황 대부분이 현실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것은 나니나, 과거와 현재에 벌어진 수많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소설이 완성될 무렵 현실이 되기도 했다.
미국과 다른 여러 국가에서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아이들을 빼앗는 일은 역사가 길다. 만일 이 말이 신경에 거슬린다면-그러기를 바란다- 바라건대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동 분리 조치 사레를 공부하길 바란다.
위탁 가정 보호 시스템에 내재된 불평등, 미국 남부 국경 지역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이주 가정에서의 아동 분리까지, 수많은 예시가 있다,
2020년에 시작한 팬데믹으로 반아시아적인 차별이 급격히 심화됐으나 이것 역시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차별은 미국 역사에 오랜 뿌리를 두고 있다. -작가의 말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