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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평소에도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찍은 영상을 찾아보고 그 과정을 보는 것에 꽤 흥미와 재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는 내게 선물과 같은 책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 등 수많은 작품을 감독한 일본의 대표 거장의 이야기라니 읽어보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는 그 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일본 원제:진실)」에 대한 기록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전까지 알지 못했다.
(프랑스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워낙 유명한 제목은 들어는 봤지만 볼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는 약간의 비겁한 변명을 하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찾아서 보고 몇 페이지 읽기 시작했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생생한 문자로 만들어진 ‘메이킹 필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배우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만들어지기까지 장장 8년간의 기록이라니 그저 대단하다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배우와 장소의 캐스팅부터 영화가 마무리 되는 시간까지 중간중간 그 많은,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 낸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님의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많은 감독님들의 노고가 그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경외심’마저 들기도 한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찍은 현장 스케치 사진에 손 그림과 스토리보드, 인물 구상도 등 꼼꼼함 이상의 완벽함까지 보이는 모든 행동이 ‘거장’의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느꼈다.
나의 일상과 일을 함에 있어 부끄러움과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드신 고레에다 감독님...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감독님의 일상과 촬영에 관한 글들, 2023년에 쓴 프롤로그와 작가의 후기가 모아져 엮어진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는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한 《브로커》와 《괴물》에 대한 솔직한 기대의 마음도 담겨있다.(감독님께서 송강호 배우님을 매우 아끼시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쉽게, 흔히 생각하는 영화감독은 “레디! 고!”를 외치는 인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시는지, 어떤 일들까지 해내야 하는 인물이어야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잔잔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너무나도 잘 건드려주는 영화감독으로 알고 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왜 그렇게도 탄탄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감독님의 영화를 다시 찾아 봐야겠다.
P23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이 글의 단행본 제목인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전에 내가 쓰던 미완성 각본의 제목이다. 원래는 2003년 말 파르코 극장에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것이다. 그때 어렵게 부탁해 프르코 극장의 무대 뒤며 ‘미타니 고키’씨의 연기 연습을 견학했는데, 애석하게도 상연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인생의 말년을 맞이한 노년의 여배우 이야기로, 무대는 상연 전과 상연 후의 분장실이 전부다.
“이렇게 비 오는 ㄹ날에 연극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르려나…….”하고 주인공이 분장하며 중얼거리는 대사에서 제목을 따왔다.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로는 여배우 역이 ‘와카오 아야코’, 물품 보관소 직원의 아내가 ‘기린’씨였다.
그로부터 십오 년이 지나 이 시나리오는 제목도 무대도 캐스트로 바뀌어 새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 책은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