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끝)
"오! 인간이란." 다브리니가 중얼거렸다. "어떤 동물들보다도 이기적이고 어떤 피조물보다도 개인주의적이로구나. 지구가 도는 것도, 태양이 빛나는 것도, 죽음이 달려들려고 하는 것도 그저 자기 하나만을 위해서라고만 믿고 있으니. 한 가닥의 풀잎 위에서 신을 저주하고 있는 한 마리의 개미 같은 인생! (후략)."
사는 것은 즐겁지만 종종 아주 많이 즐겁지만 버리는 것만큼 홀가분하기는 힘들고 언젠가 커다란 옷장 같은 것이 서랍과 책장 같은 것이 생기면 버리는 것은 더욱 즐거울 것이다.
잊어버렸으면 좋겠으나 잊어버려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무리 냅다 내던져 박살을 내버려도 기어코 그 안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조각이 있는 법이다. 그런 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무뎌지지도 않는다.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도 다른 원인으로 한번 더 죽어야 하는 고초를 겪는 곳이 우리가 사는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