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나는 "갖고 싶다, 서점"이라는 글을 올렸고, 몇 년 뒤의 작은 서점의 사장이 되고 싶다는 내 작은 (절대 작지 않음) 소망을 살짝 비췄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을 통해서 서점 사장님들께서 갖고 계신 노하우와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등 서점 운영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읽었다.



그 책을 통해 '책방 주인'이 되고자 하는
나만의 꿈을 향한 작은 여정이 시작이 된 것이다. 


https://brunch.co.kr/@hwangyeiseul/135


여정이 시작되었다면 완주를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난 그 여정의 시작을 이번 책, '작은 책방 꾸리는 법'과 함께했다. 

작은 책방 꾸리는 법이라는 책에는 보시다시피 인덱스가 딱 하나 붙어있다. 그 이유는, 처음에 책을 시작할 때 책방 주인들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재밌어서 인덱스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책을 계속 읽어가는데, 인덱스를 붙이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황예슬의 책방 사랑)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 이 책은 "내 옆에 두고 손이 자주 가는 곳에 배치해야 할 책"으로 선정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인덱스 붙이는 것을 그만뒀다. 


이처럼 이 작은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은 나의 꿈이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내가 자칫하면 '책방 주인'이라는 타이틀에 심취해 현실적인 것을 그냥 지나치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책방을 꾸리는 것 역시 현실이고, 운영을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어려움'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추상적이게 다가온건 사실이니까. 이 책을 읽고, 어쩌면 작은 서점 주인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일이고, 그 안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는 것도 당연한 일임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니었음 나는 지금쯤 계속 달콤한 꿈만 꾸며, 현실적인 부분은 자각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 꿈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을 테니. 



책방을 꾸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을 내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보고 또 보고 싶은 이유는, 어쩌면 나를 되돌아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총 4가지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Part 2: 책방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방법들"이다. 이 섹션에서 작가는 책방 주인이라면 거치는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그 역경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주신다. 그중 "혼자서 다 하지 말 것"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나의 현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일을 할 때 흔히 말하는 완벽주의자이다.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일적인 면에서는 꼼꼼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고서는 내가 못 견뎌낸다. 아마 '아이들을 가르치는' 엄중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기에 더더욱 일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떤 프로젝트를 맡으면 내 일을 누구에게 위임하지 못하고, 내가 다 안고 가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했다가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 내가 좀 더 힘들어도 내가 스스로 일을 마무리해서 만족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면 반드시 번아웃이 생기기 마련.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늘 '집중하는 시기'와 한없이 '퍼지는 시기'가 있다. 지금이니까 그 시기들이 조절이 가능한데, 내가 만약 책방 주인이 된다면? 내가 내 맘대로 집중하다가 퍼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은 프리랜서로써 내가 알아서 내가 스스로 잘하면 장땡이지만, 나중에 내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될지도 모른다.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을 모르는 사람일 테니. 


순간 아찔해졌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협력보다는 내 개인의 능력을 믿고, 가꿔서 아이들을 지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위임하여 'leverage'의 힘을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중독에 재능이 차고 넘치더라도
제발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길 바란다. (P.86-87)

 


Part 2에서 일적인 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배워봤다면, "Part 3: 책방에서 생긴 소중한 인연과 황당한 일과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손님들에 관하여" 부분에서는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일화에 대해서 풀어주시는데 정말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나는 "내게 감정적으로 해가 되는 사람과는 교류를 할 필요가 없다" 주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고 "아, 책방을 꾸리는 것도 정말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셨는데, 사장님께서 각 손님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읽을 때마다 존경심이 들었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못했을 터. 화를 내며 나가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웃으면서 대처하는 방법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을 거다. 지금도 나는 책방 주인으로써의 달콤한 면만 생각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더 이상 달콤한 시선으로만 책방 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다. 현실과 타협하되,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현명한 방법을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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