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HACKS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일을 위한 89가지 재택 기술
고야마 류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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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택근무를 논하려면 우선 내가 언제부터 어떻게 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보겠다. 


우선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도했던 건 부산에서 영어강사로 일할 때였다. 미국에 있는 학생들을 맡기 시작하면서, 시차 때문에 자연스레 재택이 시작되었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나의 뇌가 집을 '일하는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일을 마치고 집에 와도 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하는 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썩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1년 동안 쭉 콘텐츠 작업만 하며 재택근무를 이어갔다. 그때는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정말 사라지면서 집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했는데, 집중이 안돼서 우리 아파트에 있는 독서실에 등록을 했다. 비록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있는 곳이었지만,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처럼 나는 재택근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집과 일의 경계가 확실한 게 좋다고 생각했고, 집에서는 오직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개인적인 일만 하고 싶었지, 나의 career 관련된 일, 예를 들면 아이들을 가르친다던지 수업 준비를 한다던지, 하는 것들은 밖에서 끝내고 집에 오고 싶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재택근무는 나에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창 심할 땐, 밖에 나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기에, 집이 아무리 답답해도 내 방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나만의 재택근무' 규칙을 만들어 집에서도 능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재택근무를 제대로 해보자 하고 마음먹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집 가구 위치를 바꾸는 일이었다. 가구 배치를 바꾸기 전의 내 방은 침대와 책상이 아예 딱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침대가 보여서, 공부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곁눈질을 통해서 자꾸 보이는 침대 때문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침대로 점프하곤 했었다. 이러한 구조는 나를 더 나태하게 만들었기에, 책상을 아예 돌리고, 침대가 내 눈에 보이지 않게 구조를 바꿨다. 2개의 책장을 아예 방 한구석으로 몰고. 기다란 책상으로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나누었다. 구조만 바꿨을 뿐인데, 순식간에 나의 쉬는 공간이 일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가 방구조를 바꾸고 나서 우리 가족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어? 안자네?"라는 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혼자 책 읽다가 일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이불 덮고 자고 있는 일이 허다했기에.) 


그만큼 나만의 홈오피스가 생기면서 낮잠을 자는 일도, 집중을 못하는 일도 줄었다. 


홈오피스의 장점을 여실히 깨닫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중, 감사하게도 "재택 Hacks" 서평단에 뽑혀서 이 좋은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일을 위한 89가지 재택 기술을 알려주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를 잘 집어주어서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내가 재택 Hacks를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되고 내 재택근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3가지의 키워드이다. 내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훨씬 더 많았지만, 3개보다 더 많이 쓰면 어마 무시한 (?)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 때문에, 3가지로 추려봤다.



1) 아낌없이 주는 정보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 돈 내산' 제품들을 과감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좋은 목베개 이름이라던지, 종이들을 스캔하는 데에 좋은 애플리케이션이라던지, 일하면서 피우면 좋은 인센스와 향이라던지, 들으면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라던지, 초보 유튜버들이 사용하면 좋을 제품이라던지, 독자들이 실제로 구입해서 쓸 수 있는 제품들을 소개해준다. 안 그래도 물욕이 하늘을 찌르는 내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으면서 밑줄을 쫙쫙 그은 부분은 대부분 사고 싶은 것들이다. 특히 나의 재택근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들 소개가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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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강 Hacks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재택근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길래, 여러 가지 strategies 위주로 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건강을 위한 부분이 들어있어서 유심히 봤다. 자세부터 혈당관리, 그리고 수면법과 건강한 먹을거리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독자로써 꽤나 감동을 받았다.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섹션은 "재택근무에 명상을 도입한다" 부분이었는데, 집에서 늘 바쁘게 일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명상의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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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동 관리 Hack 

책의 두 번째 섹션에서 나는 가장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시간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내게 시간관리의 중요성과 일을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으라는 저자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에게 재택근무란 쉼과 일의 경계선을 제대로 긋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도 일을 시작할 때 내 뇌에게 주는 신호를 따로 주고 있지는 않았다. 내 맘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을 때 시작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고만 했지, 시간관리를 한다던지, 루틴을 만든다던지에 대한 고민은 1도 한 적이 없다. 어쩌면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맘대로" 할 수 다는 점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고, 옷차림을 통해 on-and-off switch를 껐다 켰다 해보라는 저자의 추천은 나처럼 일과 삶의 경계선을 제대로 긋지 못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뇌를 일깨운 느낌이랄까.




재택 Hacks는 보기 쉽게 리스트 형식으로 정리가 되어있어서, 앞으로 재택근무를 할 때 집에서 자주 들여다볼 책일 것 같아 내가 아끼는 책을 모아둔 내 옆자리 책꽂이에 꽂힐 예정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저자 덕분에 나태해질 때마다 열고 보면 아주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재택근무하시는 모든 분들께 파이팅을 외쳐드리고 싶다.
우리 모두 집에서도 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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