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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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울더라도 결국 웃게 될 것이다.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결국 행복해질 것이다. 단언컨대 고작 ______ 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P.13


<행복해지려는 관성>은 나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생각게 했다. 결국 모두가 주어진 삶 속의 유한한 시간을 아등바등 살려고 하는 이유의 끝에는 <행복>이라는 두 단어가 반드시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게 했던 고마운 책이다. 살면서 행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아마도 그럴 수는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 책에 담겨있다. 



책은 총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 발견하기: 별것 아닌 일상일지라도 '그래도' 

2. 정의하기: 내 식대로의 행복 

3. 유지하기: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이 기분 좋은 사소한 예외들이 모여 서로의 평범한 오늘들을 반짝이게 만든다." P. 48

- 요즘 곱씹게 되는 말 중 하나다.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그 말. 그리고 이 말도 추가할 예정이다. 사소하고 작은 예외들이 모여 평범한 시간들을 반짝이게 만들어 준다는 그 말의 힘을 믿는다. 예를 들어 오늘 내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모처럼 토요일인데 아침부터 압구정에 가는 대신 집에서 수업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소울푸드인 칼국수를 먹고 새로 론칭된 천도복숭아 스무디를 마셔봤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다. 1.5시간이 걸려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하는 게 좋다. 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통제할 수 있음이 좋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압구정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빅 기쁨(?)이 좋다. 


집에 있다가 나가는 걸 싫어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소울푸드인 <한송 칼국수>의 칼국수를 먹는 것. 다른 칼국수 라면, 다른 메뉴라면 나는 집 밖에 나가는 걸 오히려 꺼렸을지도 모른다. 한송 칼국수 이기에 집에 있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우리 집 근처에 있다는 것,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란 말인가. 


끝으로 새로 론칭된 할리스의 <천도복숭아 스무디>를 마셔봤다. 얼린 복숭아가 위에 고명처럼 얹어져 있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새로운 메뉴를 도전해본다는 것엔 굉장한 모험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칼국수로 기분 좋게 채운 배를 두들기는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료와 조우하는 건 꽤나 언짢은 일일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무릅쓰고 시킨 <천도복숭아 스무디>가 내 입맛에 맞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오늘의 나, 제법 행복했다.


이처럼 행복은 작고 소소한 예외에서 온다. 생각지도 않게 마주한 새로운 음료,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던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쁨으로부터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나의 행복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이 책이 고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일상 속에는 아주 많은 행복이 곳곳에 숨어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음에.


-

이 책은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재정립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행복>이라는 단어를 삶에 더 가까이 들였으면 좋겠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바쁜 것도 좋고, 원하는 것을 좇아 사는 것도 좋은데, 그 가운데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는지 꼭 확인했으면 좋겠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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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테임드 - 나는 길들지 않겠다 뒤란에서 에세이 읽기 2
글레넌 도일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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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언테임드 - 나는 길들지 않겠다>는 내가 근래 읽은 책 중에 가히 최고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은 일을 100%의 솔직함으로 서슴없이 풀어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 작가가 깨달은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이야기들을 사람들 앞에서 꺼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의 용기 덕분에 나에게 이렇게 좋은 메시지가 와닿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언테임드>를 내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읽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들은 수없이도 많다. 그래서 리뷰를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 꽤나 고민했는데, 그중 '나'라는 사람에게 가장 큰 울림이 된 부분을 소개한다.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어쨌든 해본다는 뜻이 아니다. 용기는 내면을 드러내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불확실한 순간에 마주칠 때마다 내면을 향하는 것이며, 앎을 위해 느끼는 것이며, 그것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P.134

- 보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했던 사람들이 용기 있는 자들이라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내면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이야기한다. 이 메시지를 통해 나의 삶에서 용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생각해본다. 너무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내면의 목소리보다는 외면에 신경 쓰지는 않았는지. 분명 마음은 아니라고 하는데 머리가 옳다고 하는 것들을 선택하지는 않았는지와 같은 질문 따위가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앎을 위해 느끼는 것. 그것을 큰 소리로 말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있는 내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훗날 나의 모습 중 가장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나이지 않을까.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자기애는 나 자신과의 관계가 믿음과 헌신에 바탕을 두고 세워졌음을 뜻한다. 나는 스스로가 뒤를 받쳐줄 것을 믿기에 내 안의 목소리에 충실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버리기 전에 나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버릴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실망시키기 전에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나와 나 자신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P.149

-정말이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끝없이 사랑해야 하는 게 맞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다른 이들을 나만큼 사랑하기 이전에 나를 제일 먼저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실망시키는 것보다 남들을 실망시키는 것이 더 두려워지면 안 된다. 왜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 때는 개의치 않아하면서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는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걸까. 나와의 약속에 좀 더 민감해지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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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잔인하리만치 솔직하고 담백한 자전적 에세이다. 읽는 내내 저자 특유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될 수밖에 없는 그런 멋진 작품 중의 작품이다. 살면서 내 삶 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때 나는 이 책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성이기 전에 한 사람인 저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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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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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이라는 곳은 나에게 있어 참으로 궁금한 곳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일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는 잘 알려진 바가 없어서 이에 대해 공부를 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게 된 책,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는 손원호 작가가 아랍을 여행하며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책은 총 5권의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일기: 이집트 

두 번째 일기: 예멘

세 번째 일기: 사우디아라비아 

네 번째 일기: 이라크 

다섯 번째 일기: 아랍에미리트연합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학문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겐 지혜의 빛이다. 책 800만 권을 소장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확보된 서적만 50만 권이 넘는다고 한다. 총 열한 개 층으로, 맨 아래 지하 4층부터 위로 갈수록 조금씩 공간이 좁아지면서 원형 천장을 공유하는 형태이기에 사람들이 각층에 흩어져 있어도 한 공간에서 문자의 향기를 공유하는 느낌이었다." P.42

-세계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는 곳과 굉장히 친근할 것이다. 나도 이집트 문명에 대해 배울 때 꼭 빠지지 않는 이 도서관에 대해 늘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줘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인 이곳. 역사 속 그곳을 다시 재현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 과거의 영광 속에 존재하는 도서관은 볼 수 없겠지만 꼭 재건축된 곳이라도 가서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곳에 담고자 했던 알렉산드리아 왕의 염원이 담긴 곳. 낭만적이야.


"아랍인들은 시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예부터 아라비아반도의 광활한 사막을 유랑하던 아랍인들은 우주, 자연, 그리고 인생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이를 시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수많은 별과 모닥불을 벗 삼아 앉아서 시를 통해 감성을 공유하는 것, 1000년 넘게 아랍 유목민들이 간직해 온 멋이다." P.307

-아랍인들이 시를 사랑하는 민족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그들이 시를 사랑하는 민족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니 더더욱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 아랍에 간다면 -- 내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두바이>니까! -- 시집을 하나 들고 가서 읽어보련다. 그 낭만에 나도 발을 살짝 담가봐야지.


-

이 책은 <아랍>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또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문화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분들께도.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두바이>를 꼽았었는데,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두바이에 대해 더 알게 된 이상, 내가 두바이에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토록 매력적인 아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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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만 일하던 김 팀장은 어떻게 데이터 좀 아는 팀장이 되었나 - 비전공자를 위한 데이터 분석 속성 스쿨
황보현우.김철수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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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이터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데이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볼 때마다 자연스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덮게 된다. 하지만 한빛비즈의 <감으로만 일하던 김 팀장은 어떻게 데이터 좀 아는 팀장이 되었나>는 그의 긴 제목만큼이나 탄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총 4파트로 나뉘어 있다.

1. Basic: 기본 - 김 팀장, 데이터 분석으로 첫 보고 하다 

2. Advanced: 심화 - 다른 부서의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다 

3. Applications: 응용 - 데이터로 비즈니스를 혁신하다 

4. Q&A: 질문과 답 - 팀장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다 


책은 데이터 책답게 다양한 테이블, 차트, 그리고 도표를 담고 있다. 각 figure이 가지고 있는 숫자들 역시 깔끔하게 설명이 잘 되어있기에 이제 막 데이터를 공부하게 된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분석법 Best 17 역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보통 직장인이라면 책을 읽고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친절하게도 17개의 중요한 팁으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끝으로 매 장마다 "세줄 요약"이 있다. 그래서 데이터에 대해서 배우고 난 뒤, 이 파트에서 내가 얻어 가야 할 것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요약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고 공부를 했는데, 데이터를 정말 하나도 몰랐던 사람인지라 모든 부분이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각 장마다 <세줄 요약> 섹션이 없었더라면 나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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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전공자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따라서, 데이터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지만 엄두를 못 낸 분들, 데이터에 대해 좀 더 깊게 탐구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데이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들께도 많은 도움이 될 책인 것은 틀림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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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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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0년 전 새뮤얼 피프스가 쓴 대로 "더 건강한 몸에서 빌린 피로 허약한 피를 고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미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다. 피로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아직 다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 P.432


피. 이 한 단어가 가진 힘은 실로 어마 무시하다. 인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피>는 우리 몸속에 너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어 이따금씩 그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한빛비즈의 <5리터의 피>는 이처럼 <피>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한 단어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까지 촘촘하게 다룬다. 


<피>에 관한 책 중에 이 책이 단연 기억에 남는 이유는 또 있다. 보통 <피>라고 하면 우리의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몸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액체라고 생각하고 말겠지만, <5리터의 피>는 여성의 월경과 같은, 소위 <더러운 피>로 알려져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피>에 대한 나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500밀리리터의 힘

2장: 가치 있는 흡혈 악마, 거머리

3장: 헌혈의 선구자 

4장: 피를 타고 퍼지는 바이러스 

5장: 구원자이자 파괴자, 혈장 

6장: 더러운 피, 월경

7장: 지저분한 천, 생리대 

8장: 출혈 환자를 살려라, 코드 레드 

9장: 피의 미래 


이 책의 모든 부분들이 나에게 인상 깊었지만, 6장에서 7장까지는 여성으로서 월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다. 


책의 6장에서 다뤄지는 네팔의 소녀들의 이야기는 실로 참혹했다. <더러운 피>로 여겨지는 월경.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어린 소녀들은 집이 아닌 동물의 헛간보다도 더 더럽고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 월경을 할 때는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람과의 접촉도 금지되어 있다. 월경을 하고 있는 몸이 누군가를 만지면 그 사람이 시름시름 앓는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실제로 네팔에 가 소녀들이 마주한 참상을 직접 겪어보면서 월경을 하는 동안에 이 소녀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적었고, 그 부분을 읽는 내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소녀들이 머무르는 헛간이 너무나 협소하여 종종 뱀이 들어오기도 하고, 뱀에 물려 죽는 소녀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21세기의 오늘날에도 여성의 월경은 <더러운 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임과 동시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깨닫는다. 


7장에서는 <생리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룬다. 여성이라면 으레 지나야 하는 일주일의 월경 기간을 생리대를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예를 들면 케냐의 한 부족의 여인들은 생리대가 없어 뜨거운 모래를 집어넣은 망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다고 한다. 그래야 모래가 생리혈을 흡수하기 때문이란다. 기가 막혔다. 월경 때문에 일상이 이렇게나 망가질 수 있다니. 나의 일상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 책은 내게 <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온몸을 타고 흐르는 <피>. 나의 골수가 만들어내는 피를 헌혈하고 다른 이들에게 나누며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피.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나의 구원자, 피. 하지만 그 이면엔 피로 인해 사람다운 취급을 받을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생활이 무너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있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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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를 살리고 죽이는 "피"에 대한 책이다. 500밀리리터가 가진 그의 힘에 대해, 앞으로 인류가 피와 함께 걸어갈 미래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생각보다 우리는 <피>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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