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약 400년 전 새뮤얼 피프스가 쓴 대로 "더 건강한 몸에서 빌린 피로 허약한 피를 고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미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갈 것이다. 피로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아직 다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 P.432


피. 이 한 단어가 가진 힘은 실로 어마 무시하다. 인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피>는 우리 몸속에 너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어 이따금씩 그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한빛비즈의 <5리터의 피>는 이처럼 <피>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한 단어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까지 촘촘하게 다룬다. 


<피>에 관한 책 중에 이 책이 단연 기억에 남는 이유는 또 있다. 보통 <피>라고 하면 우리의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몸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액체라고 생각하고 말겠지만, <5리터의 피>는 여성의 월경과 같은, 소위 <더러운 피>로 알려져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피>에 대한 나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500밀리리터의 힘

2장: 가치 있는 흡혈 악마, 거머리

3장: 헌혈의 선구자 

4장: 피를 타고 퍼지는 바이러스 

5장: 구원자이자 파괴자, 혈장 

6장: 더러운 피, 월경

7장: 지저분한 천, 생리대 

8장: 출혈 환자를 살려라, 코드 레드 

9장: 피의 미래 


이 책의 모든 부분들이 나에게 인상 깊었지만, 6장에서 7장까지는 여성으로서 월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다. 


책의 6장에서 다뤄지는 네팔의 소녀들의 이야기는 실로 참혹했다. <더러운 피>로 여겨지는 월경.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어린 소녀들은 집이 아닌 동물의 헛간보다도 더 더럽고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 월경을 할 때는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람과의 접촉도 금지되어 있다. 월경을 하고 있는 몸이 누군가를 만지면 그 사람이 시름시름 앓는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실제로 네팔에 가 소녀들이 마주한 참상을 직접 겪어보면서 월경을 하는 동안에 이 소녀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적었고, 그 부분을 읽는 내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소녀들이 머무르는 헛간이 너무나 협소하여 종종 뱀이 들어오기도 하고, 뱀에 물려 죽는 소녀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21세기의 오늘날에도 여성의 월경은 <더러운 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임과 동시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깨닫는다. 


7장에서는 <생리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룬다. 여성이라면 으레 지나야 하는 일주일의 월경 기간을 생리대를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예를 들면 케냐의 한 부족의 여인들은 생리대가 없어 뜨거운 모래를 집어넣은 망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다고 한다. 그래야 모래가 생리혈을 흡수하기 때문이란다. 기가 막혔다. 월경 때문에 일상이 이렇게나 망가질 수 있다니. 나의 일상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 책은 내게 <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온몸을 타고 흐르는 <피>. 나의 골수가 만들어내는 피를 헌혈하고 다른 이들에게 나누며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피.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나의 구원자, 피. 하지만 그 이면엔 피로 인해 사람다운 취급을 받을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생활이 무너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있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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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를 살리고 죽이는 "피"에 대한 책이다. 500밀리리터가 가진 그의 힘에 대해, 앞으로 인류가 피와 함께 걸어갈 미래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생각보다 우리는 <피>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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