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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교육서
김미라.정재은.최정금 지음 / 경향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아이를 공정한 눈으로 바라보기란 쉽지않다.
내 아이는 영재도 아니고 오히려 느려도 느려도 지지리도 느리다.
그것때문에 속터지고 눈물흘린 것만도 족히 몇바가지는 될 것 같다.
어린시절을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어릴때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는, 육아에 그런 기억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이고 나는 나였다.
어려서 일찍 머리가 깨어서 사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능통했던 나는
말참견만 안했다 뿐이지 어른들이 옆에서 하는 얘기를 다 이해하고 듣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들 말도 잘 이해를 못하니 말이다.
내 어릴때 기억은 전혀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않고 오히려
'난 안그랬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하는 절망감을 심어줄 뿐이었다.
나는 육아서를 참 많이 샀고, 숙독했고, 아이를 이해하려 애썼다.
아마 내가 상담사가 되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참으로 골고루 내 발목을 잡던 아이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이에대한 미련이나 기대를 버리고 내 아이를 보니 이렇게 예쁜 아이가 없다.
아직도 서툰 말로 꾸벅꾸벅 인사도 잘해서 이쁨을 받고,
약은 구석이라곤 한군데도 없어서 오히려 정직하고 귀엽다.
낙엽이 바람에 또르르 굴러가면 낙엽이 달리기대회를 한다고 깔깔웃고,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동물을 만나도 항상 상냥하게 쓰다듬고, 친구들이 동물을 함부로대하면 막아서서 화를내고,
어...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내가 딱 원하던 순하고 순진한 어린이가 내 아이였다.
이 책에도 나처럼 욕심이 눈을 가려 아이를 제대로 보지못하는 부모들의 얘기가 나온다.
그들의 잘못된 사랑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역시 그러한 잘못된 사랑속에서 커온 피해자들중 하나일 뿐이니까.
이 책은 육아뿐 아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데,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 의견을 존중하고...'하는 추상적인 책들보다 구체적이라서
훨씬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초등입학을 유예하고도 친구들 말도 제대로 못알아들어 내 속을 무진장 태우던 내 아이는
3학년인 지금도 말도 서툴고 다 틀리고 못알아들을 소리만 해대지만
어쩐 일인지 눈에 보일듯 말듯 성적이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 신기하다.
The Late Bloomer... 힘겹게 늦게 늦게 피어나는 우리 아이는
내 눈물을 양분으로 자라나 누구보다 느리고 예쁜 꽃이 피어나겠지...
이 책으로 100% 만족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초등생을 둔 부모라면
상당히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