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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텅페이 삼국지 강의 - 역사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깊이 있는
위안텅페이 지음, 심규호 옮김 / 라의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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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궁녀들과 함께 헤엄을 치다 뇌에 물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심지어 항시 곁에 있는 엄적을 부모라 부르기도 했다. p.13



원소가 보기에 하진은 도둑이면서 도둑놈 심보가 없고, 물고기를 먹고 싶지만 비린내가 두려워 주저하는 꼴이었다. p.32



칼자루를 다른 이에게 주고 칼날을 쥐면 결국 다른 이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번 일로 시끄럽게 된다면 틀림없이 천하가 크게 혼란해질 것입니다. p.33



천하를 움직이는 것은 쉽지만 천하를 안정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려하시길 바라옵니다. p.71



손견이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마침 누군가 확 불을 댕겨버렸다. 격문이 진짜든 가짜든 쳐들어가보자는 것이었다. p.85



천하에 조홍은 없어도 되지만 형님이 없으셔야 되겠습니까! p.88



황건군과 싸우면서 조조가 살육만 일삼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황건군의 투항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p.163



마찬가지로 한 사람을 죽이면 범죄자가 되지만 수만 명을 죽이면 장군이 되고, 그보다 많은 수십만 명을 살상하면 황상이 된다. p.170



헌제는 어진 군주였다. 동한 말년에 이런 황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헌제를 '망국의 군주가 아니라 망국의 운세를 맞이한 군주'라고 말하는 것이다. p.223



어쩌면 부친이 배를 사다 준 날 배가 아팠을 수도 있고, 그냥 배가 불러 먹을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여하튼 배 한 알을 양보했다고 2,000년 동안 칭송된 이는 아마도 공융 한 사람뿐 일 것이다. p.269


공융은 커서 당연하게 관리 생활을 하였는데, 실제로 그가 행정 관리에 능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나름 포부가 대단했으나 재주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책벌레일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공자 왈 맹자 왈 하면서 걸핏하면 어려운 말로 학식을 자랑할 뿐이었다. 북해태수로 임명된 후에도 고담준론을 좋아할 뿐, 구체적인 행정 업무에는 그리 정통하지 못했다. pp.269-270



가후가 대답했다.

"천하가 태평하다면 유표는 대단한 인재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난세의 여러 가지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의심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무턱대고 그를 따라가다가는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 p. 277



생각해보면 유비의 가족은 정말 재수가 없다. 걸핏하면 포로가 되니 말이다. 유비가 과연 고조 유방의 직계 또는 방계 후손인지 정확하게 따질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부류라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라도 절묘하게 도망쳐 자신의 목숨은 부지하면서 처자식은 나 몰라라 내팽개쳐 포로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p.303



군사 문제에서 풋내기는 전략과 전술을 따지지만, 진짜 전략가는 병참을 중시하는 법이다. pp.313-314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내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조조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서신을 모두 불태우면서, 과거의 잘못은 묻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pp.319-320



"원소가 강성했을 때는 나도 내 자신을 지킬 수 없었는데, 일반 대중이야 오죽하겠는가? " p.320


그러니 그도 참을 만큼 참은 셈이다. 만약 그래도 참았다면 스트레스로 더 일찍 죽지 않았을까? 결국 승상은 자신의 죽음 대신 공융과 일가족의 죽음을 택했다. p.358




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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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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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해 과학을 껴안으며 예술로 완성된다. p.16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

p. 41


그는 평생 과거를 들여다보았지만 현재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현재를 직시하지 못했으니 미래를 옳게 예측할 수도 없었다. p.134


어느 나라도 인접 국가를 정복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구축하지 못한 그들은 이웃 나라를 침략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p.177


그런 인생이 좋아서  그렇게 살았던 게 아니다. 일제 강점이라는 시대 상황이 그런 삶을 요구했고, 그 요구를 피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살다 세상을 떠난 것이다. p.200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pp.212-213


[[서구의 몰락]]은 '어마어마한 독서 이력을 가진 천재만이 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횡설수설'로, 정식 출판한 책이 아니라 쓰다만 초고처럼 보인다. p. 250


그런데도 왜 인류 역사는 폭력 충돌과 정복 전쟁, 약탈 행위와 대량 학살로 얼룩졌으며, 사회 내부의 억압과 착취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사피엔스에게는 정반대의 보편적 성향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중심성, 부족 본능, 물질적 탐욕, 지배욕 같은 것 말이다. 역사는 인간의 상충하는 본성이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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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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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문학이 대중문학을 죽인게 아니다. 대중문학이 천천히 자살했다대중문학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 들이 한 치 앞을 고민하지 않으면서당장 쉬워 보이는 길로만 가면서, ‘초판 2만 부너머를 보지 않고제 살을 열심히 파먹었다. PC통신에서 일어난 거대한 에너지가 이렇게

한심하게 망했다. p.60

 

인간은 큰 사건 몇 개를 던져 주면 자동적으로 그 사건들을 잇는 이야기를 만드는 오류를 저지르곤 한다. 별 몇 개를 이어 큰곰이니 물병이니 하는 보이지 않는 그림을 밤하늘에 그리듯, 사건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다. p.61

 

좋다. 허수 응시자가 반이라 치자. 그러면 젊은이 11250명이 고시촌에서 저런 공부에 매달리는 게 한국 사회가 지식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득이 될까, 해가 될까? p.108

 

나는 의견이 다르다. 자동차 회사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는 역사관이 뚜렷한 사람이 아니라자동차를 잘 만들거나 자동차를 잘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직자의 논리력이나 표현력을 보고 싶었다면 고려·조선 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율 운행차나 카셰어링 문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물었어야 한다고 본다. p.109

 

가난하고 배경도 보잘것없는 젊은 감독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후다닥 영화를 찍고는 돈방석에 올라야 다른 가난한 천재들이 희망을 품고 영화에 도전한다. 이런 일이 꾸준히 발생하지 않는 분야는 18세기 조선처럼 시대에 뒤떨어진다. p.161

 

다만 어떤 무대에 입장하는 것이 부드럽게 거절당하거나, 또는 그 자리에 들어와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 투명인간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p.274

 

조지 오웰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르포하고는 그곳 광부들이 불평등과 부조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이렇게 서술했다. 그들은 행동하는 게 아니라 무엇에 따라 처신하는 것이라고. 무수히 많은 힘이 노동자에게 압력을 줘서, 그들은 피동적인 역할만 하게 된다고. 그들은 자신들이 신비로운 권위의 노예임을 알고 있다고. pp.288-289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품을 경험재(經驗財)라고 부른다. 막 개봉한 영화, 새로 생긴 레스토랑의 음식 역시 경험재다. 경험재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얼리어답터족()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물건 앞에서는 지갑을 닫아 두는 게 인간 본성이다. p.309

 

솔직히 말하면, 거기에서 , 이 책 읽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 때보다는 , 저 사람이 자기 취향 고상하다고 자랑하고 싶었구나.’ 라고 느낀 적이 더 잦았다. p.345

 

공식적인 채널은 거의 다 어렵고 따분해 보이는 좋은 책들을 권한다. 그럴수록 소설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부, 정신노동이라고 여기게 된다. 독서 문화가 침체된 원인이 이것 때문만은 아닐 테지만, 이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p.347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데에는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서관 이용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 실패란 상당한 시간을 들여 꾹 참고 읽었지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책임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다. 한 독자는 내게 그런 상황에 대해 기분이 더럽다.”라고 표현했다. p.351

 

 

그러면서 우수한 중소기업이 많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대기업만 바라본다고 그들을 꾸짖는다. 가증스러운 기만이다. 지뢰밭으로 들어가기 주저하는 군인에게 용기가 부족하다고 다그치는 꼴이다. p.361

 

 

우리는 선량한 피해자이며, ‘저들은 자신들의 알량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고 공공선을 훼손하는 탐욕스러운 무리, 벌레들이었다. 양측 모두 이 선악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차없는 모욕의 언어를 동원했다.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그들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다. pp. 419-420

 

그들의 논리는 모두 조금씩 일리가 있었고, 동시에 조금씩 부조리했다. 양쪽 학생들은 자신들의 주장이야말로 공공선에 부합하고 상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건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큰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었다. p. 420

 

그러나 가정이 잘못됐다. 애초에 선발 시험이 완벽하지 않았으므로 무능력한 사람도 더러 뽑히고, 당선되거나 합격할 때에는 유능했지만 이후에 노력을 하지 않아 평범해진 사람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현재기준으로는 유능하다고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부 경쟁이 없기에 이런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성안에 계속 머문다. 심지어 자신보다 유능한 후배들을 이끌고 지도하기도 한다. p. 425

 

한국 사회는 그런 식으로 유능한 인재를 많이 놓쳤을 것이고, 앞으로는 더 많이 놓칠 것이다. 이 제도가 시험일 훨씬 이전부터 젊은이들의 가능성과 도전을 봉쇄한다.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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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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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는 유라시아 동부라는 거대한 무대의 주변부였으며, 21세기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지정학적 요충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해양 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정복을 꾀했으며, 대륙의 한인 세력은 해양의 일본 세력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서 한반도를 이용했다. 이런 의미에서 임진왜란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동부 지역에서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두한 사건이었다. p.9

 

 

  

 2013년 말에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선임연구원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한은 종종 21세기의 중국과 북한보다 1930년대의 일본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 같다"라고 비꼰 것이 미국의 입장을 상징한다. p.13

 

  

현재 한반도의 독립과 번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국가를 굳이 들자면,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p.13

 

  

  

이런 의미에서 2015년 현재 유라시아 동해안의 상황과 구한말과는 전혀 다르며,120년 전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한국 일각의 해석은 역사의 전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결과다. () 그러나 각 시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가 후대에 반복된다는 발상은 학문이 아닌 종교에 속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 나라에 군사-정치-경제 등 모든 부문을 전적으로 의존하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p.13

 

  

 

또한 한반도 북부에 진입한 일본군은 개전 때 경험하지 못한 조선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 임진왜란 이전에 한반도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세력은 언제나 해양이 아닌 대륙 쪽에서 왔다. 따라서 조선을 비롯해 한반도에 자리했던 국가는 영토 북쪽에 주력부대를 배치하고, 남쪽에는 소규모의 왜구 세력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병력만을 배치했다. 임진왜란 초기에 조선군이 무력하게 무너진 이유가 이것이다. () 여기에다 날씨도 조선군을 도왔으니, 따뜻한 기후의 일본열도 서부 출신이 주축을 이룬 일본군 장병은 한반도 북부의 혹독한 겨울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 p.59

 

 

   

그러나 건주여진의 누르하치는 빠른 속도로 여진 집단을 합병해나갔고, 임진왜란으로 조선과 명의 관심이 유라시아의 해양 세력인 일본으로 가 있는 사이에 그 과정을 거의 완성했다. 말하자면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를 끝낸 뒤 통일 일본 세력이 한반도를 공격하고, 그 파장으로 만주지역의 전국시대가 끝나는 연쇄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p. 62

 

 

   

유럽의 해부도를 입수했으니 실물과 대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막부의 허가를 받아 사형수의 몸을 해부해보니, 과연 인간의 몸은 한의학서의 설명과는 다르고 유럽 해부학서의 도판과 같았다. 중국책과 유럽책에 그려진 인체 구조가 그토록 다르니, 저자가 "중국인과 중국인 아닌 사람 간에는 (몸에) 차이가 있는 것인가?"라고 고민한 것도 이해가 가는 바다. p.155

 

  

  

네르친스크조약은 역대 중국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외국과 평등하게 맺은 조약이었다. 이는 청나라의 지배층인 만주인이 준가르 세력을 절멸시키고자, 러시아에 중화질서에 입각한 상하 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실리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p.166

 

 

  

조선은 러시아군과 무력충돌하면서도 끝끝내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으며, 이들이 향후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리라고는 더더욱 예견하지 못했다. p.167

 

  

어떤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거나 미국과 중국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 한국의 역사에서 러시아와 일본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고 미국과 중국의 존재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바람에 중요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를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p.167

  

 

"너는 양반집 자식이니 저 무식한 백성하고는 다르지 않느냐. 거기다가 너같이 잘생긴 사람이 어찌 그 고약한 교를 믿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이냐"라며 회유하는 심문자의 말에 "의리에 있어서는 상하의 구별도, 반상(班常,양반과 상민), 잘나고 못난 얼굴의 구별도 없고 다만 영혼만이 구별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18-19세기 조선의 가톨릭교도들은 지금도 '양반', '명문가'를 늘 입에 올리는 현대 한국의 시민보다도 더욱더 인간의 평등함을 믿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평등주의가 조선의 지배계급에는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정치적 사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p.230

 

  

 

그러나 제 1차 세계대전 후 제시된 민족자결주의가 패전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나온 편파적인 사상이었음에도 조선 사람들은 이 사상의 보편성을 믿고 봉기했다. 마찬가지로 서구 국가들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18-19세기의 전환기에 크리스트교는 조선에서 계급 타파와 개인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사상으로서 기능했다. p.231

 

  

 

북아메리카의 영국 식민지 주민이 버린 차가 미국의 독립을 이끌었다면, 청나라 사람들이 버린 아편은 중국의 반() 식민지화를 이끈 셈이다. p.244

 

 

 

이러한 충돌을 통해 서구 세력의 압도적인 힘을 실감한 웅번들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 세력에 급속히 접근했다. 이들 전쟁으로부터 3년 뒤인 1866년에 프랑스의 침략을 물리친 조선이 쇄국정책을 강화한 결과 국제 정세 변화에 더욱 둔감해진 것을 생각하면, '잘 진 것은 잘못 이긴 것보다 낫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p.256

 

 

 

 -당이 고구려 및 신라와 충돌했던 경험을 통해, 중원 세력은 한반도를 완전히 병합한다는 야망을 포기하고, 한반도 세력은 중원의 국가를 상국(上國)으로서 존중한다는 암묵적 합의를 도출하여 이를 천 년 이상 유지해왔다. () 그러나 임오군란을 계기로 중원 세력이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한반도 세력은 이에 반발하여 일본 세력을 끌어들임으로써 중원 세력을 축출하고자 했다. 이것이 1884124일에 김옥균 등이 쿠데타를 일으켜 3일간 정권을 차지한 갑신정변이다. p.279

 

 

  

하나는 "갑신정변 세력은 친일파인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친일파라면 연구할 필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 학계가 친일파 문제를 냉철한 학문적 관점에 입각하여 정면에서 다루지 않은 결과, 한쪽에서는 아무에게나 친일파라는 낙인을 찍어대는 이들이, 또 한쪽에서는 "식민지 시기의 조선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모두 친일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탄생했다. pp. 280-281

 

 

 

이를 위해서는 유럽 문명의 결정체인 국제법, 현대적 군대, 입헌정체가 크리스트교 백인 이외에는 실현할 수 없다는 당시 유럽인의 편견을 깰 필요가 있었다. 무쓰 무네미쓰는 황해 해전의 "결과는 비로소 그들로 하여금 처음으로 크리스트교 국가 이외의 국가에서는 유럽식 문명이 생식될 수 없다는 비몽사몽에서 깨어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며, 나아가 우리 군대의 혁혁한 무공을 표명함과 동시에, 우리 국민 모두가 유럽 문명을 채용했고 이것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세상에 알"렸다고 주장한다. p.293

 

 

 

여행자들은 조선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으나 러시아와 만주에 이주한 조선 사람들의 활력과 인내를 보고, 그들이 집을 치장하거나 그들의 번영한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나는 조선 사람의 게으름을 기질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조선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가난이 최고의 보신책이며 가족과 자신을 위한 음식과 옷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탐욕적이고 타락한 관리에게 노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pp.327-328

 

 

 

 

한국인이라면 근대 제국주의 일본에 대해 19세기 말에서 1910년에 걸친 병합 과정에 큰 분노를 느낄 터다. 그러나 극동재판의 대상이 된 시기는 1928-1945년이다. 이 시기에 이미 일본의 일부였던 조선인은, 타의적이라고는 하지만 만주국의 건국에 '애매모호한' 일본인으로서 참가했고 동남아시아의 전선에는 일본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이는 비단 조선인뿐 아니라 조선보다 이른 시기에 일본의 일부가 된 타이완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극동재판에서는 조선인과 타이완인 일본군도 전범으로 처벌받았고, 한반도 남부에 들어온 미군은 식민지 조선의 해방자라기보다는 적국 영토에 대한 점령자로서 행동했다. pp. 355-356

 

 

 

그래서 한반도 역사가 시작된 이래 900여 차례의 침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고는 한다. 그러나 한반도 국가가 바깥을 침략한 사례 역시 적잖이 확인된다. 고구려인이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라져간 주변 민족, 여진인을 철저히 탄압했던 조선 전기, 만주인-몽골인과 함께 만리장성을 넘어 베이징으로 진입한 소현세자의 조선군, '일본인'의 일원으로 참전한 태평양전쟁, 미군과 연합군으로 참전한 베트남전쟁 등등. 이러한 후자의 경험을 제쳐둔 채 '피해자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수립하려 한 결과,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수많은 희생자가 의도적으로 잊혀졌다. 현재와 가장 가까운 베트남전쟁을 예로 들면, 한국인 '고엽제의 피해와 전쟁의 트라우마에 고통 받는 참전군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미 연합군에 살해된 베트남 주민을 잊고 있다. pp.364-365

 

 

 

이런 주장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미국 경제는 기존의 모든 경제학 이론을 무시하고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의 환상을 떠올린다.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의 신경제라는 환상이 붕괴했듯이,중국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달성한 성과가 민주주읮거 질서의 뒷받침없이도 확고한 것이 되리라는 주장 역시 결국은 기각 될 것이다. 더 강하게 말하자면 중국의 부상을 기뻐하는 한국 사회 일부의 모습을 보며, 중국과 한국을 동일시하려는 전통적인 오류에, 일본이나 미국에 대한 증오가 결합된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한국 사회는 언제쯤이나 중국이라는 프리즘 없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될까? pp.368-369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서로를 '북한인(빨갱이)''일본인(친일파,매국노)'라고 비난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할 뿐, 그 배후의 국제적인 상황을 간파하거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현명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p.370

 

 


문장 발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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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조선 기밀파일
어우양산 지음, 박종철.정은이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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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농밀한 중북관계는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중북관계를 '같은 팀의 우두머리와 부하'라는 식으로 파악한다. 이는 '중국이 뒤에서 북조선을 조종하고 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조선을 저지할 수 있다'는 명료하고 단순하며, 어쩌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일본인만의 '염원'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일본은 국제관계의 술수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그래도 치명상을 피해왔던 것은 대륙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지리적 조건 덕분이다. 바다에 고마워할 일이다. p.20



현재의 북조선 미사일 발사 능력으로 추정해본다면 톈진(天津), 다롄(大連), 칭다오(靑島)를 포함한 화북지역 대도시에 사는 약 1억 8,000만 명의 중국인이 핵무기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그러나 북조선이 이렇게 중대한 의미가 내포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도 중국에는 겨우 20분 전에 통고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랄 만한 일이다. p.31



중국은 지난번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UN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때 중국은 미국, 일본과 같은 대북강경파 사이에 조건을 내건 투쟁이나 흥정 없이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로 대북 제재에 찬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p.41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중북관계를 '혈맹관계'라고 믿고 있으나, 이 말이 처음 불거진 조선전쟁 때부터 줄곧 깊은 불신과 경계심이 양국 사이에 놓여 있었다. 김일성은 조선전쟁 말기부터 정전 후까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고 일찍부터 중국의 영향력을 북조선에서 배제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른바 '연안파 숙청'이다. p.53



조선반도의 남북은 서로 유사한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을 믿는 일은 있어도 중국을 신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67



근대사에서 중국이 조선에 발을 들여 잘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갑오전쟁과 조선전쟁은 중국이 조선의 내정에 간섭한 것을 계기로 발발했다. 갑오전쟁은 중국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중국은 타이완을 할양해야만 했고, 수억 냥에 해당하는 백금을 배상했을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국력이 쇠약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일본에 노출된 탓에 정복하기 쉬운 민족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것이 훗날 중일전쟁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만 해도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 들지 않았지만, 중국이 조선전쟁에 개입하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높아졌다. 그 후 미국은 적극적으로 타이완 문제에 개입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대륙과 타이완의 통일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p.67



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직접 교섭을 통해서 강화(講和)를 해야 한다. 핵실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미국을 양자 간 직접교섭 테이블로 앉히려는 데에 있었다. p.266



불안정한 조선반도 정세는 중국의 안정과 성장에 있어 반드시 마이너스 요인이 되며, 심지어 타이완과의 통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p.273


북조선은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의 경제적 원조로 지탱해왔으면서도 앞에서만 중북우호관계를 외칠 뿐 뒤에서는 필사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했다. 궁극적으로 미국 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반대로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273





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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