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ssionate.b.ribbon.to/onamas1.htm
1. 가는 동네마다 오나마스 얘기뿐임. 어째 그런 데만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2. 냉정하게 이성을 가진 사람이 생각한다면 웃기지도 않는 스케일 속에서 갖은 폼은 다 잴려고 하는 황망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만화가 가진 덕후(외 다수) 대상의 정서적 흡착력은 바로 그 망상적인 캐릭터가 보여주는 음침한 인간형다운 것에 대한 동질성에서 비롯된다(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 작용의 당위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망상과 불협화음적인 감정 상태에 대한 세심한 묘사에 의해서다). 같은 반 여자아이에 대한 망상을 키워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자위를 하는 일과를 가지고 있는 쿠로사와는 장소와 행위가 동시에 보여주는 협소하고 저열한 수준이 자가당착에 가까운 자신감과 언밸런스한 조화를 일으키며, 그 상충하는 작용들의 전시가 쿠로사와의 행위에 대한 해체 작용을 무의식적으로 불러온다. 그런 전제하에 소극적인 행동의식을 수반하는 망상과 기분파적인 공명의식과 적당히 자극적인 소재, 그리고 찌질함으로 파생된 음침한 이의 의식이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의 지평이라는 요소들은 이야기의 전개와 대전환부에 대한 설득력을 유지해준다. 그러니까 이것은 의외로 '적절한' 의식 수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3. 캐릭터의 성격을 잡아내는 수준은 전반적으로 고르게 훌륭한 편.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포착과 드라마적 황금율에 가까운 비율 배치는 이 만화의 강점. 츤데레만 빼면. 아니 어쩌면 츤데레조차.
4. 추가로 도중에 발작성 발기현상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은 뭐. 보여줄 게 없는 주인공에 대한 나름대로 극적인 현상 장치였는 듯.
5. 에바 이후로 일본 서브컬쳐 전통의 화두가 되어버린 닫힌 세계의 탈피, 열린 세계와의 적극적 접촉이란 주제를 견지함에 있어 여기서도 같은 종류의 반복을 보여주지만, 캐릭터 배치는 다소 다르다. 마이너한 이들의 응집주체인 나카오카는 오타쿠 문화의 어떤 적극적 행동양식과 집단화 의식을 대변한다. 쿠로사와와 키타하라는 그런 마이너한 취미 체제에조차 편입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작중에서 계속 마이너의 마이너를 지향한다.
6. NTR은 역시 마인드 임팩트에 효과가 좋음.
7. 츤데레가 승리한다, 라는 명백한 트렌드 쫓음은 비판의 여지가 있겠지만 뭐 그리 상관없어.
8. 작화적으론 연출 능력은 탁월한데 기본기는 좀 더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 한마디로 작가가 덕구 출신.
9. 딸딸이를 소재로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담아낸다는 건 그 조합만 보면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어떻게든 해낸 작가(들)를 보면 재주가 좋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