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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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 ㅣ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
아드리안 쿠퍼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박창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평점 :
처음 바나나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때다. 섬이 고향이라서 사과나 배도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명절때에나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에 서울 고모댁으로 놀러갔다가 수퍼에서 처음으로 바나나를 보았는데 왠일인지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 바나나의 가격은 8백원이었다. 벌써 30년 전이니 맘껏 사먹을 수 없는 귀한 과일인 셈이다. 고모는 내가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사먹이겠다고 하셨지만 결국 맛을 보지 못했다. 그 후 언제 바나나를 다시 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나나를 떠올리면 처음 보았던, 먹어보지 못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삼십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오늘, 바나나는 참으로 흔한 과일이 되었다. 제주에서도 바나나가 생산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바나나는 필리핀 산으로 그리 비싸지도 않고, 마트에 가면 사계절 내내 구할 수 있다. 바나나뿐만 아니라 가나에서 생산된 초콜릿, 멕시코에서 제조된 시리얼, 스페인에서 재배한 토마토 등 세계 곳곳에서 들어온 식품들이 상점의 판매대를 꽉 채우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매일 식탁에서 수천킬로미터를 여행한 지구촌의 상품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먼 거리를 여행한 물건들을 그리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어 편리하기는 하지만, 가끔 물건을 최초로 생산한 사람들이 과연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들은 무역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무역이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다. 때로 거대한 기업이나 힘이 센 강대국은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불법으로 거래를 하기도 하고, 원재료를 생산하는 농민이나 광부들,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아주 힘들고 위험한 일을 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을 해치는 무기나 마약과 같은 무시무시한 것들이 거래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궁금증에 대해 조목 조목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과 입는 옷들이 어디서 왔는지,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으며, 가장 비싼 보석인 다이아몬드와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검은 금'이라고 불리우는 콜탄이 어디서 채굴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평화롭게 사는 것을 원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선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분쟁에 이용되는 불법 무기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런 무기를 구하는 방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비극적인 결과가 더 자주 일어난다.
작년에 전 세계는 신종인플루엔자때문에 비상이었다. 우리나라도 그것 때문에 들썩거렸고, 사망자도 나왔었다. 그때 신종플루 관련 의약품인 타미플루가 모자라서 예방접종을 하고 싶어도 제때에 공급이 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타미플루는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홀딩(Roche Holding)이 특허권을 가지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특허권때문에 다른 제약업체에선 복제약을 생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의약품의 값이 너무 비싸서 아픈데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지구촌에는 엄청나게 많다.
가끔 언론을 통해 유명인들의 마약과 관련한 기사를 볼 때가 있다. 마약이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군가는 마약을 재배하고 있고, 그 마약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약은 수익성이 좋아서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위해 농민들은 합법적인 작물보다 마약을 위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막대한 부는 사실상 마약왕들이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공평한 무역이 오늘 전 지구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무역이 필요하다. 공정무역이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하고,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굶주림과 노동에 혹사당하지 않게 하려면 바로 공정한 무역과 공정한 거래가 필요하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매일쓰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이 농민과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었는지, 어린이에게 가혹한 노동 착취를 하지는 않았는지, 또한 환경을 파괴하여 만든 물건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공정한 무역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물건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비록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하룻밤 사이에 가난한 나라의 수준을 부자 나라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인식을 통해 세계 기업들, 정부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들이 불공정한 무역의 문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도록 압력을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힘있는 기업들이 나라들이 어떻게 약한 나라를 괴롭히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작년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수입쇠고기'문제로 압력을 받았고, 그것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광분했던 기억이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할 정부 관료들마저 미국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의 힘으로 소비자의 권리로 그런 상품에 불매운동을 벌임으로써 돈에만 눈이 먼 욕심꾸러기들을 혼내줄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봐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힘있는 사람들의 욕심이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해주고, 나뿐만 아니라 내 이웃까지도 모두 함께 잘 살아야 진정 건강한 삶임을 깨닫게 해준다.
다만 한가지, 이 책에서 나와 생각이 점이 있었는데 '합법적인 약사가 헤로인을 사용자들에게 처방해 준다면 그들은 더는 범죄의 소굴인 지하세계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마약 사용자들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삿바늘 말고, 깨끗한 주삿바늘을 사용할 수 있어서 에이즈의 세계적인 확산을 방지하는 길인지도 모른다'는 대목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에이즈의 세계 확산은 방지할 수는 있겠으나 마약의 양성화가 마약의 확산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담배가 팔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