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1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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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출장에서 돌아오던 48세의 히로시는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얼릴 때 생활하던 고향까지 오게 된다.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틈에 어머니가 묻혀있는 절에 들르는데 순간 14세의 시간으로 타임슬립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마흔여덟 살의 기억과 생각을 유지한 체 열네 살의 어린 과거로 돌아와 버린 것이다.   

  히로시는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유년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 수업시간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하지만 그해 여름,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에 대한 생각하자 어쩌면 그 사건 자체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히로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찾아 길을 떠난다. 문득 자신도 아버지처럼 가족을 떠나려하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가는 알아.

    그러나 지금 난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다...

    보내주지 않을래?

    너도 내 나이가 되면 내 기분을 알 수 있을 거야."

 

  새해가 되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반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제 나의 모습이 되었다. 명확한 이유나 목적이라기보다는 애초에 그렇게 살아왔듯이, 일상에 묻혀버린 우리들의 모습이 되었다. 이미 개인적인 욕구나 희망은 가족과 사회 속에 용해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가족이라는 튼실한 울타리를 해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단념했던 일들이 <열네살>의 소년이 되어 요동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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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님이 <그건 사랑이었네>를 보면 '1년에 백 권 읽기 운동 본부'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일 년에 백 권이라면 일 주일에 두 권 이상을 꾸준히 읽어야 된다는 결론인데 외계인 생명체나 가능할 경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외계인을 못 따라잡으란 법도 없지 않은가.

  수업이 없을 때 인터넷을 켜지 말고 책을 읽는다면, 약속 장소로 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면, 하루 두 번씩 치르는 큰 볼일 중에 책을 읽는다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된 "1년에 50권 읽기" 이벤트가 벌써 두 해를 넘겼다. 조금 미련할 수도 있지만 이런 카운팅을 통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 것도 사실. 하지만 알라딘의 서평단에 참여했던 2010년에 비해 2011년에는 조금 적게 읽었다.
  이제는 갯수보다는 깊이에 중심을 두고 싶다. 올해(2012년)에는 교육에 대한 책을 많이 봐야겠다.  


* 읽은 책(2010, 2011)

 

1년에 50권 읽기 (2010)
순번
제목, 저자
읽은 날
1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2010/01/05
2
 한국의 책쟁이들 - 임종업
2010/01/16
3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2010/01/21
4
 공무도하 - 김훈
2010/02/02
5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존 크라카우어
2010/02/10
6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2010/02/20
7
 철학 콘서트 - 황광우
2010/03/03
8
 커피프린스 1호점 - 이선미
2010/03/18
9
 워낭 - 이순원
2010/03/26
10
 배트맨 이어 원 - 프랭크 밀러, 데이비드 마주켈리
2010/03/30
11
 폭력사회 - 볼프강 조프스키
2010/04/08
12
 변신 · 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2010/04/12
13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김원영
2010/04/21
14
 로마 제국 쇠망사 - 에드우더 기번, 가나모리 시게나리
2010/04/27
15
 나쁜 아빠 - 로스 D. 파크, 아민 A. 브롯
2010/04/29
16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정제원
2010/05/05
17
 에쿠우스 - 피터 셰퍼
2010/05/06
18
 사랑은 없다 - 잉겔로레 에버펠트
2010/05/10
19
 사색의 즐거움 - 위치우위
2010/05/20
20
 별의 목소리 - 신카이 마코토, 사하라 미즈
2010/05/21
21
 카일라스 가는 길 - 박범신
2010/05/25
22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로버트 펠드먼
2010/06/04
23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 이진우
2010/06/10
24
 예수 왜곡의 역사 - 바트 어만
2010/06/28
25
 책 읽는 청춘에게 - 우석훈 외 20인의 멘토와 20대 청춘이 함께 만들다
2010/06/30
26
 유모아 극장 - 엔도 슈사쿠
2010/07/03
27
 간단명쾌한 철학 - 고우다 레츠
2010/07/08
28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 김병준, 김창호 외
2010/07/18
29
 삼포 가는 길 - 황석영
2010/07/20
30
 처녀귀신 - 최기숙
2010/07/23
31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들 - 샤라 터클
2010/07/28
32
 100℃ - 최규석
2010/07/29
33
 수난 이대 (외) - 하근찬, 이범선
2010/07/30
34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 남영신
2010/08/09
35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 다니엘 파울 슈레버
2010/08/11
36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박흥용
2010/08/18
37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2010/08/18
38
 과일 사냥꾼 - 아담 리스 골너
2010/08/31
39
 파리는 깊다 - 고형욱
2010/09/06
40
 사랑의 승자 - 오동명
2010/09/07
41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 르 코르뷔지에
2010/09/14
42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버트런드 러셀
2010/09/19
43
 9시의 거짓말 - 최경영
2010/09/25
44
 커피북 - 니나 루팅거, 그레고리 디컴
2010/09/30
45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비공개)
2010/10/07
46
 심리학, 배신의 상처를 위로하다 - 이브 A. 우드
2010/10/14
47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2010/10/22
48
 A - 하성란
2010/10/27
49
 강남몽 - 황석영
2010/11/01
50
 파라다이스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2010/11/11
51
 파라다이스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2010/11/11
52
 4주간의 국어여행 - 남영신
2010/11/19
53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
2010/11/29
54
 프레디 머큐리 - 그레그 브룩스, 사이먼 럽턴
2010/12/07
55
 병신과 머저리 - 이청준
2010/12/15
56
 덕혜옹주 - 권비영
2010/12/20
57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한비야
2010/12/20
58
 싱커 - 배미주
2010/12/30
59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2010/12/31

1년에 50권 읽기 (2011)
순번
제목, 저자
읽은 날
1
 설계자들 - 김언수
2011/01/03
2
 아마데우스 - 피터 셰퍼
2011/01/05
3
 독서 - 김열규
2011/01/07
4
 스위치 - 칩 히스, 댄 히스
2011/01/15
5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2011/01/17
6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
2011/01/29
7
 허수아비춤 - 조정래
2011/02/08
8
 동물농장 - 조지 오웰
2011/02/19
9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2011/03/02
1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2011/05/28
11
 텐징 노르가이 (Tenzing : Hero of Everest) - 에드 더글러스 (Ed Douglas)
2011/06/11
12
 왕을 찾아서 - 성석제
2011/06/14
13
 1984 (Nineteen eighty-Four)- 조지 오웰 (George Orwell)
2011/06/24
14
 실크로드 - 정목일
2011/06/30
15
 파란 문 뒤의 야콥 (Jakob hinter der blauen Tür) - 페터 헤르틀링 (Peter Härtling)
2011/06/30
16
 둔황 (敦煌) - 이노우에 야스시 (井上靖)
2011/07/06
17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 올더스 헉슬리 (Aldous Huxley)
2011/07/23
18
 과학 콘서트 - 정재승
2011/08/03
19
 블루프린트 (Blueprinter) - 샤를로테 케르너 (Charlotte Kerner)
2011/08/13
20
 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
2011/08/29
21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2011/09/06
22
 신들의 봉우리 (神神の山嶺) - 다니구치 지로 (谷口ジロ)
2011/09/10
23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2011/09/27
24
 낯익은 세상 - 황석영
2011/10/11
25
 숨그네 (Atemschaukel) - 헤르타 뮐로 (Herra Müller)
2011/10/25
2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2011/11/05
27
 그대를 사랑합니다 - 강풀
2011/11/07
28
 마음의 여행 - 이경숙
2011/11/17
29
 인생 수업 (Life Lessons) - 엘리자베스 퀴브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2011/12/04
30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인생도처유상수) - 유홍준
2011/12/05
31
 거울부모 - 권수영
2011/12/10
32
 TV피플 (TV ピ-プル)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2011/12/26
33
 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 - 스베덴보리
201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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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 - 천재과학자의 감동적인 천국 체험기
임마누엘 스베덴보리 지음, 스베덴보리 연구회 엮음 / 다산초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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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은 하늘에 있어도, 천국 가는 길은 땅에 있다." (p204)

  스베덴보리(1688~1772)는 천국에 가기 위해 이웃을 사랑하며 양심에 따라 살아가라고 말한다. 과학자로서 뉴턴과 경쟁하며 왕성한 과학 활동을 하던 그는 신의 계시랄 수밖에 없는 심령체험을 한 후 27년 동안 죽음 뒤의 세계(영계)를 넘나들며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전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천국으로 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지 말한다.

  그는 이 영계의 경험을 여러 권의 서적을 통해 세상에 남겼는데 이번 책은 한국 스베덴보리연구회에서 편집하고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그의 경험에 대한 신빙성을 제공하는 여러 가지 일화(자신과 타인의 죽음을 정확히 예언한다)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신기함 이상의 의미로는 와 닿지 않았다. 200년 전의 이야기라 그 기록에 대한 의구심도 드는데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윤색이나 각색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의 경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베덴보리가 경험했다는 천국과 지옥 역시 그가 갖고 있는 세계관 위에 그려놓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의 시각으로 해석된 경험이 절대적은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어쩌면 천국과 지옥은 각자의 느낌과 주관에 따라 달리 보이고 해석되는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있는 종교와는 상관없이 선한 삶을 통해 천국에 이를 수 있다는, 지극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 결국 천국은 하늘 먼 곳에 있을지라도 그곳에 이르는 길은 현실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겠다. 지금 우리 손아귀에 '천국의 열쇠'가 쥐어져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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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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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것에서부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까지 두루 담겨있다. 일단 대략적은 내용을 살펴보면,

  잔혹극을 보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가노 크레타>, 좀비로 변한 남자친구를 그린 <좀비>, 순결에 대한 고집을 지키는 그녀와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역시나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비행기>, 그리고 <잠>과 <TV 피플>.
 
  <잠>은 한때 불면증을 앓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로 어느 날 잠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하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잃어버린 밤 시간(수면시간)을 즐기며 소설읽기에 몰입한다. 일상에 묻혀버렸던 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무료하게 지내온 자신의 일상을 돌아본다.
  "그 흠잡을 데가 없다는 완벽함이 때로 나를 짜증스럽게 한다. 그 '흠잡을 데 없음' 안에는, 왠지 상상력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 딱딱하고 야릇한 부분이 있다. 그것이 내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다." (p165, <잠>)
  그리고 더 큰 일탈을 시작한다. 잠으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자식으로부터, 남편으로부터... 하지만 곧 위기에 빠진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 <잠>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억압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사랑과 성에 대한 여성의 인식을 뒤흔들어 놓는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 아닐까. 수동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에 휘둘리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각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TV 피플>에서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TV 피플 세 명이 SONY 텔레비전을 들고 집에 들어선다. 7할 정도로 축소해놓은 듯한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텔레비전을 탁자에 올려놓고 사라져버렸지만 주인공의 뇌리에는 오직 그들에 대한 의구심과 생각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두고 간 텔레비전에서는 하얀 화면 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TV박스에 매몰되어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랄까. 난해한 소설의 전개는 의미 없이 방영되는 여는 TV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도 그 텔레비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그로인한 가족과 사회와의 단절은 실감하지 못한다. 어쩌면 하루끼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될 오늘날의 미디어 세상을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손바닥만한 액정에 코를 박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으니 말이다.
 
  비일상적인 판타지를 일상의 이야기로 끌어들인 무라카미의 단편집으로 난해함 만큼이나 의문이 강한 책이다. 소통과 단절이라는 화두를 따라 일상과 판타지 사이를 여행했다. 
  알듯 모를 듯 미묘함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이런 여운 때문에 다시 단편을 찾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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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부모 - 자녀의 속마음을 따뜻하게 비추는 공감 프로젝트
권수영 지음 / 울림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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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에게 모범이 되는 '거울'같은 부모를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되 부모의 감정을 강요하지 말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다. 또한 건전하고 즐거운 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깊은 곳에 숨어있는 목소리와 감정에 귀기울이고 말한다.

  특히 부모의 잘못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먹물을 흡수한 적이 있는 스펀지를 상상해보라. 이제 햇볕에 바짝 말려서 먹물이 그저 무늬처럼 남아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습기가 있는 곳이나 물가에 갈 때다. 대부분 부모 사이의 갈등 때문에 어려움을 경험한 자녀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다가, 정작 자신이 이성교제를 하고 결혼할 나이가 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자녀가 어쩌면 부모의 문제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깊숙이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문제는 그런 자녀의 가슴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U자관과 스펀지의 특성을 통해 자녀가 가정 내에서 희생양이 되기 쉬운 과정을 기억하길 바란다. U자관처럼 구부러진 밑바닥에는 말 못할 자녀의 두려움이 잔뜩 고여 있다. 바짝 마른 스펀지 않에는 언젠가 번져 나올지 모르는 진한 아픔이 숨겨져 있다." (p89)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러 일들이 실제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우리들은 경험이라는 애매한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미안해한다.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체 어른들의 마음을, 부모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속상해했다.

  결국 모든 것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거울부모>는 물론이고 지금껏 봐왔던 대부분의 육아서와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공감이다. 아이의 현재 심리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녀와 아이들을 이해하는 밑바탕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공감'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서툴다. 우리는 눈앞의 상황만 보고는 성급히 결론지어 버렸고 눈을 부라리며 훈시를 늘어놓고는 회초리를 동원해 다짐을 받아냈다. 교육이라고 포장된 이런 상황들이 실제로는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바꿔야겠다. 주먹구구식의 훈육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인 교육과 사랑이 필요하지 싶다. 공부하자. 자녀들의 영어, 수학 성적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들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을 공부하자. 자녀들의 바람직한 거울이 되도록 스스로를 가꿔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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