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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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돈키호테'라고 하면 어린 날에 봤던 만화영화(1983, KBS) <돈키호테>가 떠오른다.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하는 후렴구가 생각나는 이 만화에서 늙어빠진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또한 학창시절에 읽은 <돈키호테>도 기억난다. 독서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책 읽기에 관심을 붙여볼 요랑으로 구입해 읽은 책이었는데 수월하게 넘어갔다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나진 않는다.
  아무튼 <돈키호테>에 대한 기억은 기괴하고 무모한 모험담을 그린 코미디의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누구나 쉽게 재미나게 읽을 만한  청소년용 도서라는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완역본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공사에서 나온 <돈키호테>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놓쳐버렸던 그 무엇을 찾아보기 위해 구입했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 손이 가지는 않았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함에다 빈약할 것 같은 내용 때문에 읽기를 미뤄 왔었다. 그러다 며칠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일이 생겨,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해볼 요량으로 꺼내들게 되었다.
 

  <돈키호테>는 대부분 알고있다시피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노인의 모험담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정하고 늙고 병든 자신을 말을 '로시난테'라 명한 후 길을 떠난다. 아 잠깐, 그리고 기사 이야기의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던가. 돈키호테는 자신의 연모 대상으로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가상의 여인을 만들어냈고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시종, '산초 판사'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기사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물로 여기고 돌진하는가하면(1부), 상사병으로 죽은 그리소스토모의 장례식에 참석한다(2부). 양떼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기도 하고(3부), 형벌을 받기위해 끌려가는 죄수를 풀어준다(3부). 그리고 결혼을 미끼로 도로테아를 능욕한, 카르데니오의 연인(루시아)을 가로챈 돈페르난도르를 응징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들과의 얽히고설킨 인연은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신부와 이발사와 함께 <돈키호테>의 중심 이야기로 등장한다(4부). 

  특히 4부에 포함된 두 편의 액자소설이 인상 깊다. 한편의 일종의 기사소설로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고 싶은 남편과 이를 통해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으로 중세판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했다. 이는 희극적으로 진행되는 <돈키호테>에 사랑이라는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 했다.
  나머지 한편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어 여인(소라이다)이 그곳에 갇힌 죄수를 따라 기독교 국가로 망명한다는, 조금은 정치적인 내용으로 노예생활과 포로생활을 했다는 세르반테스의 경험이 녹아있어 더욱 사실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에게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문득 이상에만 집착하는 돈키호테보다 현실적인 욕구에 주목하는 산초 판사가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꿈속을 헤매는 돈키호테를 욕하기에 앞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를 되돌아볼 일이다. 오늘의 일 보다는 내일의 일에, 착실한 노력보다는 대박의 요행을, 자신의 책임보다는 남과 비교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돈키호테라는 광인을 사이에 두고  암묵적으로 벌이는 집단행동은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왕따와 닮아있어 조금 씁쓸했다. 돈키호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대상으로 한 '짜고 치는 고스톱'은 세상물정 모르는 외톨이를 더욱 고립시켜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우리사회는 배척보다는 포용을 통해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세상물정 어두운 노인네의 '수난사'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도 엿보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러 온 예수와 이를 못미더워 한 세상 사람들, 결국 그토록 변화시키고자 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예수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형편없이 망가지고 상처받은 그의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가 당하는 수모보다도 이 후에 벌어지는 오뚝이 같은 끈질김에 경탄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돈키호테와 인간, 예수의 형상이 겹쳐지자 세상을 이끈 여러 인물들이 차차로 겹쳐진다. 잔다르크, 징기스탄, 진시황, 히틀러, 간디, 이순신, 김구... 영웅이나 투사,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떠나 인간 무리를 이끈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들은 세상과의 힘겨운 싸움을 끊임없이 벌이지 않았던가. 어쩌면 돈키호테는 세상 속을 살다간 영웅들을 위한 헌사가 아닐까싶다. 비록 과장되고 희극적일 망정 자신의 이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했으니 말이다. 
 


  무엇이 돈키호테를 저토록 무모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그에게 첫 번째 원인이 있겠지만 그의 힘과 공상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던 사회도 책임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돈키호테들에 대처하고 있는가? 다수의 의견과 다르거나 독특한 외모로 인해서, 돈이나 명예, 신체와 정신의 결함여부에 따라 이들을 돈키호테로 몰아세워 왕따 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돈키호테는 결국 미쳐버린 사회를 대변하는 거울일 수도 있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편력 기사가 되고부터 용감하고 공손하고 민첩하고 예의바르고 너그럽고 정중하고 대담하고 정답고 인내심 있으며, 고생도 속박도 마법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소. 비록 얼마 전부터 광인으로 취급받아 우리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 용기를 내어 하늘이 돕고 운명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나는 근시일 내에 어느 왕국의 왕이 되어 그곳에서 이 가슴 속에 숨겨진 감사함과 관대함을 펼치게 될 것이오." (p688)
  돈키호테는 미쳤다. 하지만 그의 이상에는 언제나 '감사함과 관대함'이 있었다. 우리가 이해타산을 따지며 멈칫할 동안에 그는 이웃을 위해 용감하게 돌진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불의를 향해 뛰어든 용감한 전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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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 교수의 희망 특강 - 대한민국 교사들을 위한 새 시대 교수법 희망의 교육 5부작 4
조벽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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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벽 교수님의 책을 읽어본 아내는 교사의 자세는 물론 교수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그의 책을 적극 추천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교직원 동영상 강의 사이트에서 조벽 교수님의 동영상 강의('조벽교수의 수업코칭,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를 알게 되었고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조벽 교수님을 접할 수 있을까 하고 서둘러 신청했었다.
  과연 명불허전. '조벽'이라는 이름만 믿고 신청한 강좌였지만 기대 이상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교사의 자세부터 수업방법, 학생들의 생활지도 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직생활에서 한번쯤 겪어봤을 어려움을 콕콕 집어 분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 나의 타성과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긴 겨울방학도 끝이 나고 보름간의 봄방학이 지나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문득 그의 강의가 생각났고 다시금 나를 다잡고 싶었다. 이번에는 동영상 강의가 아니라 아날로그 책을 펼쳤다. 얼마 전에 봤던 동영상 강의를 준비하며 교수님이 썼다는 <조벽 교수의 희망특강>.
 
  이 책은 <교사의 기본은 무엇인가>,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과 한편이 되어라>, <평생학급 시대, 창의 인재로 키워라>, <글로벌 시대, 인성은 실력이다>의 5개 부분으로 나눠 교사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최근에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교사나 오랜 교직생활에 지친 교사, 혹은 학생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오늘날의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라 보면 되겠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전번적인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조금 부족한 감도 없질 않다. 이런 분은 <조벽 교수님의 명강의 노하우 &노와이>, <조벽 교수의 수업 컨설팅>, <최성애 교수의 감성티칭>등을 보면 세부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사의 실천력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제출한 숙제가 하나 있다. 앞으로 행할 실천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옮겨 적어보며 나의 다짐을 새롭게 되새기고 싶다.
"우선 스스로 몹시 부끄럽습니다. 가슴 속의 애정을 교육이라 믿고 맹목적으로 교실에 들어섰던 것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봅니다. 일단 수업기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평소에 마이크로 티칭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강의로 그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캠코더를 통해 전 수업을 녹화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조벽 교수님의 조언을 하나하나 되새기겠습니다. 학생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제 말투와 몸동작은 적절했는지, 수업의 지루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를 버리겠습니다. 피곤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목적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단순한 클릭질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모아 학생들을 생각하고 수업방법을 공부하는 데 쓰겠습니다. 전자매체 속에서 의미 없이 방황하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닦겠습니다. 동료 선생님들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는 제게서 우러나는 삶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나의 올해 목표다. 그래서 나를, 학교를 ,학생을 변화시키고 싶다. 
 

* 참고 강의 : 조벽교수의 수업코칭,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 (티쳐빌 원격 연수원, http://www.teachervil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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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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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중의 고전이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온갖 종류의 필독서, 권장도서, 추천도서에서 맨 위를 달리는 <햄릿>을 편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 명성을 확인하고 공감해보고 싶었다. 특히 얼마 전에 읽은 <일리아스> 해설서를 통해 다시금 고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조금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을 초월해 적용되는 고전만의 범용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희곡 형태의 글이라 처음에는 읽기가 어려웠지만 인터넷을 통해 <햄릿>의 줄거리와 배경을 찾아보자 조금은 수월해졌다. 자연히 희곡의 묘미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마치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전체 사건이 하나하나 조각되는 느낌이랄까. 대사라는 블록을 끼워 맞추며 전체그림을 그려보는 것 같았다. 

  또한 페이지를 열 때마다 접혀진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처럼 텍스트 위로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듯 했다. 마치 국립극장의 연극무대에서, 굵은 목소리에 하얀 궁정가발을 쓴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는 것 같았다.

 

  <오셀로>, <리어왕>, <멕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 불리는 <햄릿>, 엮자(최종철)는 직역의 충실함과 의역의 부드러움 사이에서 전자를 택했지 싶다. 운문과 희곡 형식으로 되어 있는 원문(엄밀히 말하면 이것 또한 번역본이다)을 의역 없이 그대로 번역한 듯 보인다. 그래서 희곡적인 분위기는 제대로 즐길 수 있었지만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국어의 어순이나 문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기에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햄릿>의 숨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해설서를 참조하는 것도 좋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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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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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린 세상을 헤치며
돈과 사랑을 쫓아 모진 인연을 쓸어왔으니
그녀의 이름은 금복.
거대한 꿈으로 자신의 고래를 세우던 날
붉은 바다는 결국 그녀를 삼켜버립니다.
 
잿더미로 죽어버린 바다에서
조용히 고래의 시체를 찾는 이가 있었으니
금복의 딸, 춘희.
원죄를 둘러쓰고 불길 속을 헤매던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 2.
 
금복은 "이전의 당당하고 인정 많은 여장부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기심과 치졸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속 좁은 사내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p289)
 
결국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 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p301)
 
"그대, 돌아오세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나는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 쌍의 족제비가 사랑을 나누듯
  한 쌍의 잠자리가 사랑을 나누듯
  우리 다시 만나
  예전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어요.
  그대, 어서 돌아오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p419) 
 
 
# 3.
 
고래가 보인다. 
간지작살의 구라빨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미쳐버린 초콜릿의 강렬한 중독성이랄까.
흥분된 오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이외수 님의 초기 소설을 대했을 때처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읽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리는 마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신선함은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표면적인 기교와 재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야기 구조의 한계가 아닐까.
 
천명관, 그의 이름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이름이지 싶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로 글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고래같이 거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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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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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선한 가을날, 카페에서 마시는 카페라떼의 부드러움으로 열세편의 소설을 이야기한다. <파우스트>, <데미안>, <어린왕자>, <오셀로>, <변신>, <구토>, <고도를 기다리며>, <페스트>, <광장>, <당신들의 천국>, <멋진 신세계>, <1984>,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고전'이라는 무게감에 감히 읽을 용기를 낼 수 없었던, 추천도서라 읽기는 읽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책들부터 고등학생 정도면 쉽게 읽고 음미해 볼 수 있는 책들까지 다양하게 포진해있다. 하지만 특정한 논리나 어려운 이론을 내세우기 보다는 카페에서 떠는 수다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여기 소개된 열세권의 책 중에 이미 읽은 책들도 있기에 이를 찬찬히 되새김질하며 음미해봤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오르며 당시에는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숨은 의미와 철학적 의미, 작가의 숨은 의도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물론 조금은 철학적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그리 복잡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씩 짚어나가면 고전 속에 숨은 또 다른 진실을 맛보게 되리라.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을 때나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을 설명할 때는 페이지를 그냥 넘겨도 좋겠다. 대략적인 줄거리까지 소개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는 없지 싶다. 김용규 님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받으며 그가 따라주는 커피 향을 즐기면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책에 대한 진한 이해는 물론 꼭 읽어봐야겠다는 욕구로 가득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이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책을 써내려가는 김용규 님의 글 솜씨였다. 일반적인 현상이나 원리에서 시작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이 경이롭게까지 보였다. "글은 이래야 돼"라며 몇 번을 탄복하게 된다. 아마도 자신의 일에 어느 정도 이력을 이룬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와 여유, 포용력이 아닐까. 

  한번 읽고 처박아 두는 책이 아니라 여러 고전들과 함께 틈틈이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계절의 여유를 즐기듯 오랜 시간을 두고 음미해 볼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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