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울릉도, 일주일간의 가족 트레킹'이라는 제목의 다큐가 방송된다.
일 년 전부터 준비한 울릉도 여행계획서와 그동안의 여행기를 첨부한 기획서가 방송국에 채택되어 얼마 전 촬영을 마쳤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 다섯 명의 가족과 함께한 도보여행이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때로는 힘들고, 많이도 싸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7일간의 소중한 기억이기에 짧게나마 이곳에 옮겨본다.

10년 뒤에는 여기에 올리고 싶은 글의 서문이다...
조금 거창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 할 것 같다. ‘여행사나 방송국을 스폰서로 여행을 떠난다’, 얼마나 근사한 일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들기에 몇 자 적어본다. 물론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고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 삶의 한 이정표로 삼아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첫 번째로, 스폰서를 얻어 울릉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행업체나 방송국의 '공금'으로 떠나는 범인류적 여행! ^^

두 번째,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을 완주한다.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해 ‘철인’으로 거듭나는 거다!

셋째, 베이스기타, 혹은 드럼을 배우고 밴드를 구성해 작은 콘서트를 연다.
존 디콘(퀸의 베이시스트), 존 본햄(레드제플린의 드러머)도 울고 가도록...

넷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한권의 책을 만든다.
나의 글과 사진(그림)으로 잉크냄새 풋풋한 내 역사를 그려보고 싶다.

다섯째, 안나푸르나(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
세상잡사는 잠시 접어두고 집사람과 오붓하고 끈끈하게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싶다.

여섯째, 정원이 근사한 우리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여는 것은 어떨까.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우며 와인 잔으로 즐기는 쐬주! 크아~

마지막으로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
앞에서 언급한 이런 일들은 내 가족의 도움 없이는 가능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이리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막상 적으려니 막막함이 앞선다. 현실의 벽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나의 의지력이 약해서인지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을 쉬 적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내가 싶은 것들을 계속 추가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작은 걸음일지라도 그 목표를 위해 하나씩 준비해나가야겠다. 그래서 4,50년이 지나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달성’이라는 항목에 자신있게 체크할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


- 일단, 열심히 뛰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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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없는 세상이 열리다


몇 년 전에 블루베리색의 영국산 파카 조터(Perker jotter) 볼펜을 선물로 받아 사용한 적이 있었다. 클래식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필기감이 인상적이었는데 볼펜심을 넣고 뺄 때 나는 딸각거리는 소리까지도 음악처럼 들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가장 큰 매력은 ‘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볼펜 똥으로 흔히 불리는 잉크덩어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글을 쓸 때면 몇 글자마다 굵고 흉측하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골칫덩어리가 이 볼펜에선 아무런 문제도 되질 않았다. 긴 선을 그을 때도 선의 두께는 언제나 미끈하고 일정했다.
"이야, 드디어 나에게도 똥 없는 세상이 열리는구나!"
이 볼펜은 인간의 기술로 만든 가장 뛰어난 물건인 것 같았다. 나는 조터 예찬론자가 되어 친구며 직장 선후배에게 그 우수성을 널리 보급하는 한편 인터넷으로 몇 자루를 더 구입해 선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의 분신 같았던 조터와의 동거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일 년 가까이 나의 왼쪽가슴에 자랑스럽게 꽂혀있던 조터가 실수로 와이셔츠와 함께 세탁기에 들어가고 말았는데 검은 잉크를 가득 머금은 체 뜨거운 물과 세제 속에 몇 시간을 뒹굴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잉크가 물에 많이 번지지 않아 함께 넣었던 빨래가 눈에 띄게 검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블루베리 색의 내 분신만은 검은 똥을 토하고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똥이라고는 누질 않는 조터의 몸에는 끈적끈적함만 가득했다. 찐득하게 묻어나는 검은 똥은 지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내 손에 진한 흔적만 남기고 있었다.
“아. 조터여, 이렇게 똥에 굴복하는 것이냐! ...”

그렇게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던 차에, 조터 볼펜 하나가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놈만큼 애착이 가질 않았다. 나의 첫사랑도 아니려니와 대학홍보용 문구가 새겨진 사은품인지라 온전히 내 것 같지도 않았다. 왠지 모르게 손에서 자꾸 미끄러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세 달을 못 넘기고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분실에 대한 애절함도 전보다는 훨씬 덜했다.
하지만 나에게 똥 없는 멋진 신세계를 알게 해준 그를 어찌 쉽게 잊을 수 있으랴. 굳은 마음으로 입양을 결심하고 인터넷을 뒤져 이전에 썼던 놈과 같은, 블루베리 색의 조터 볼펜으로 주문했다.
기술의 위대함과 똥 없는 볼펜이라는 경외감을 함께 느꼈던 조터, 물론 내 첫사랑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이제는 새롭게 정을 붙이고 오래오래 살고 싶다. ‘똥’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쓰고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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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큰 개구리 하하! 호호! 입체북
조나단 램버트 그림, 키스 포크너 글, 정채민 옮김 / 미세기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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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시라, 입 큰 개구리의 대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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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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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지금의 평온함을 얻은 것 같다. 칠흑 같은 어두운 골짜기를 내려가 보지 못했으니 언덕위의 비치던 화사한 햇빛의 가치를 모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각자의 상황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물론 그 깊이와 강도는 다르다 하더라도 나름의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힘겨운 ‘젊음’이 있다. <주머니 속의 고래>에서는 그런 젊음 뒤에 숨어있는 아픔을 하나씩 들춰낸다.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말쑥한 외모를 통해 연예인이 되려는 민기, 얼굴에 있는 큰 점처럼 입양아라는 꼬리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준희, 할머니와 자신을 팽개친 체 노래에만 미쳐 돌아다니는 엄마를 둔 연호, 이들의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공통주제를 통해 하나씩 둘려준다.
그러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이나 모순점을 슬쩍 보여주기도 한다. 돈이면 다 되는 물질만능주의를 비꼬기도 하고 실력보다는 외모가 더 평가받는 연예계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청소년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다.
앞서 읽은 <뚱보, 내 인생>이 거친 로드무비라면 <주머니 속의 고래>는 말끔하게 정돈된 계몽영화를 연상하게 된다. 너무나 잘 맞춰진 스토리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의 적당한 감동, 그리고 해피엔딩! 물론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뻔-히 예상되는 결말에 조금은 식상하게 된다. 자극적인 스토리와 액션에 길들여진 탓인지 모르겠지만 흔히 보는 청소년 드라마의, ‘권선징악’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어쨌든 재미와 감동이 잘 버무려진 좋은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소년 개개인이 갖는 고뇌의 무게를 그들의 언어로 잘 표현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황에까지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지 싶다.
청소년들이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자신만의 고래 한 마리를 가슴속에 지니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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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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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벵자멩이 털어놓는 고달픈(?) 인생사!
사춘기 소년, 벵자멩의 눈과 입을 통해 뚱보의 일상을 날카롭고 재치 있게 털어놓는다. 뚱보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미처 몰랐던 ‘그들만의 고뇌’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나 역시 날씬한 편은 아니기에 그의 고백을 예사로 넘기지 못하고 많은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잊고 지내왔던 ‘뚱뚱이’의 기억에 미소 짓는가 하면 이로 인해 느꼈던 부끄러움에 씁쓸해진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이 최고의 낙인 벵자멩에게도 사랑의 화살은 피해갈 수 없는 법. 한 마을에 사는 클레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사랑을 무기로 음식과의 사투를 벌인다. 벵자멩 파이팅, 다이어트 파이팅!!!
설레던 풋사랑의 두근거림이 책장 사이에 가득하다. 클레르와의 미묘한 감정놀이에 나의 가슴도 덩달아 두근거린다. 첫사랑에게 꽃을 전하던 순간이며 그녀의 손에 살며시 내 손을 올려놓던 날이며, 그날의 두근거림이 이 책을 통해 깨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일날, “딱 하나만”하는 생각으로 집어든 디저트를 시작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머리엔 온통 먹을거리로 가득차고 음식과의 타협은 늘어가기 시작한다. 결국 줄어들기 시작한 체중도 멈춰서기에 이른다.
더욱이 짝사랑하던 클레르에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편지를 받고는 자포자기 상태까지 치닫게 되는데...

뚱보라는 소재를 통해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그려낸 소설로 청소년 특유의 발란하면서도 직설적인 문체가 매력적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벵자멩의 일상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청소년기의 고민과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프랑스가 배경이 되었기에 성적인 부분에서 지나치게 개방적인 모습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청소년의 인생사는 어느 나라든 다 비슷한 것 같다. 공부 못지않게 성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에 맞게 되는 이성과의 관계는 어쩌면 그들 최고의 화두일 것이다. 또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페스트 푸드의 폭격 앞에 건강을 지켜내는 것 또한 세계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이슈를 적당히 버무려 맛깔스럽게 요리한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거기다 조현실 님의 매끄러운 번역이 외서라는 느낌을 잊게 만든다. 뚱뚱이 소년의 고민 상담을 듣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꾸밈이 없다. 물론 여러 상을 수상한 원작의 우수함도 있겠지만 번역가의 매끄러운 손길을 거치지 않았다면 느끼기 어려웠으리라.

솔직하게 쓰인 한편의 일기를 보는 듯 했다. 즐겁고 유쾌하지만 깊이가 있는 진짜 일기 말이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육중한 몸으로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벵자멩을 보는 것 같다. 그의 다이어트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클레르와의 사랑 역시 아름답게 꾸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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