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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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집을 받아보았을 때, 시드니 파젯, 프랭크 와일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넘겨 보았을 때, 그리고 예전 동서판에서 볼 수 없었던 단편들도 함께, 빠짐없이 실려 있는 것에 감격했습니다. 장편 4권은 두께도 그렇고 좀 들쭉날쭉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단편집은 훌륭하더군요. 충실한 주석을 통해 19세기말 유럽 전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두터운 검정색 하드커버(?)의 중량감이 장르소설이라기보다 문학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번역은 지나치게 풀어 쓴 탓에, 원문에 비해 박력이나 함축적인 맛이 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무난한 편입니다. 명백한 오역들을 수정해 개정판을 낸다면 완전판으로서 전설이 될 수도 있는 기획임에는 분명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니 한번 기대를 해 봅니다.

홈즈 시리즈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른 번역판을 구하기보다는 도일의 원문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달간 원문과 씨름하면서 유려한 문체와 성격 묘사,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거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작가가 장르문학이란 터울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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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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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시리즈를 내맘대로 골라 보기 시작하면서, 희귀본을 먼저 선택하자는 기준으로 출발해 영화로 나왔거나 예전 해문 등등에서 읽었든가 읽을뻔했던(?) 것을 제외하다 보니 이 책도 관심사에서 제외되었었다. 내가 그 결정을 후회한 것은 주말에 그 책을 사겠노라고 벼르고 있던 친구가 이 책을 들고 찾아왔을 때였다. (아마도 전에 빌려 줬던 <화형법정>에 대한 답례였다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아니라면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가격을 이유로 평생 접하지 않고 살아가야만 했을 테니까.

일단 두께의 압박이 상당하다. 600페이지 이상 넘어가는 동서 시리즈는 아직까지 <월장석> 뿐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처음 책의 외모를 봤을 때 '이걸 언제 다 읽어?'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정도이다.

허나 막상 독서를 작정하고 시작하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 '나'가 부자 아줌마의 Companion으로 있다가 한 영국 귀족을 만나고, 여차저차 해서 결혼을 하고 영국에 정착 뭐 이런 사건들을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면 문득 1/3을 지난 것을 깨닫게 된다. 쉽게 읽히고, 흥미진진하며, 읽다 보면 화자인 '나'의 감정에 휘둘려 눈시울을 글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간단히 평하면 스릴러의 줄거리를 가진 로맨스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특히 초기에 막심이 '나'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소설 중 가장 우울하면서도 로맨틱한 연애 장면이다. 비극이 얽힌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격조 높은 문체를 유지하는 점은 미스터리라기보다 본격 소설에 가깝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미스터리와 비극의 원인이 막심과 전처 레베카의 심리적 갈등이라는 사실도 그런 느낌을 강화시켜 준다.

남자분들보다 여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복선을 찾느라 머리 아프지도 않고, 뒤 모리에 여사의 '여인의 입장'에서의 입담도 그렇고, 요즘 같은 더위에 읽으면 딱 좋을 얘기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몇번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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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테일러스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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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죽은자를 위한 9번의 종' 이라고 풀어 썼더라면 좀 더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제목을 '9명의 재봉사'로 착각할 정도로 헷갈렸다. 물론 재봉사가 나오긴 한다. 중간에 '재봉사는 몇명이 모여야 비로소 한 사람 구실을 한다' 는 종류의 경구로. :)

각설하고, 아가사 크리스티나 반 다인을 생각하고 이 책을 산다면 말리고 싶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확실히 본격 추리소설로서 이 책을 보기엔 너무 무거운 감이 있다. 다른 리뷰를 읽어본 결과 대부분의 불만은 '전좌명종술'이라는 영국의 전통 예술에 대한 장황한 서술을 피해 지나가지 못하는 부담인 듯 하니까.

<그린살인사건>의 현학적 문체가 비슷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후자가 번스라는 캐릭터 묘사를 위한 양념으로 전락해 버렸다면, 전자는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기묘한 상황을 조성하고 사건의 핵심이 되는 단서 중 하나를 풀어내는 데 필요한 정보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반 다인 등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결코 아님을 밝히고 싶다. 단지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 쓰느냐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스토리 텔링의 짜임새와 유려한 문체, 묘사를 거의 하지 않지만 실감나는 캐릭터에 있다. 앞에 예로 든 두 작가처럼 '트릭 나고 사람 나는' 느낌의 전형적인 추리소설로서 베스트는 아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묘사들 때문에 장르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에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트레블 봅 연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묘사한 부분과, 혼란스러운 심리 묘사로 드라마틱함을 끌어낸 결말 부분을 좋아한다. 일어 중역을 한번 거친 껄끄러운 문체에서조차 이런 유려함이 느껴진다는 것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그렇다고 트릭이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살인, 과거의 사연에 의한 동기, 암호 풀이, 분실물 찾기, 뜻밖의 결말, 이 모든 클리셰가 등장하여 추리소설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사건과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할 윔지 경 조차도 마을의 대소사와 관련을 맺으면서 상황 속에 녹아 들어가고 결국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그리하여 귀족이지만 전혀 도도하지 않고 영리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현실적인 탐정으로 그려진다.

글이 길어진 감이 있어 정리를 한다면, 본격 미스터리의 트릭 풀이를 기대하고 읽는 사람에게는 좀 실망일수도 있으나, 자체의 짜임새와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라고 생각한다. 윈도우를 다시 깔면서 심심파적으로 책을 들었는데 결국 윈도우는 못 깔고, 5시간을 꼬박 책을 들고 놓질 못했으니까... -_-;; 다른 윔지 경 시리즈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는 희망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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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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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꼬릿말을 읽다 알게 된 단어인데, 반전도형(reversible figure) 이란 것이 있다. 촛대를 그린 그림인가, 마주보는 두 사람을 그린 그림인가. 밑그림과 본그림이 각각 모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짜 그림이었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이런 구성이 문학에 나타난다면?

사실 '동서 미스터리'에 끼어 있기 때문에, 카의 오컬트 취미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무진장 '촛대'를 보려고 노력했고 해결이 갑작스러우면서도 영 찜찜한 것에 나름대로 황당함을 느꼈다. (유명한 탐정 따위가 등장치 않은 것도 한몫함.)

그런데 에필로그 한 페이지에, 지금까지 애써 무시해 가면서 읽고 있었던 러브크래프트적인 요소가 'The Truth'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이 정말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반전도형처럼 두 그림이 각각 아웃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맞물리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디 아더스' 와 같은 서늘함을 주기 때문이다.

회화에 계속 비유한다면, 에셔의 'Drawing Hands' 이나 'Sky & Water I'와 같은 느낌이 있다. 빛과 어둠과 같은 두 세계, 이성에 의한 추리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괴기, 전혀 만나야 할것 같지 않은 녀석들이 서로 오버랩되면서 결국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misdirection인지, 뭐가 뭔지 알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오랜만에 범인을 예상할 수 없는 소설이었으므로 주저없이 별 5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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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독방의 문제 동서 미스터리 북스 55
잭 푸트렐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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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대 초에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시던 아버지가 열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들고 오시던 책이 바로 동서추리문고 였습니다. 불행히도 이 책은 지독히 안 팔린 건지 곧 절판되어 헌책방에서 몇 천원씩 주고 사야 하는, 그것도 없어서 못 사는 콜렉터 아이템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이가 들고 어느정도 구매력이 생긴 지금 이 문고판이 새로 나온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기대, '언제 다 사지?' 하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걱정을 함께 줍니다.

책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예전처럼 세로쓰기 판형에 한손에 들고 읽기 딱 좋은 것은 아니지만 폰트도 적당하고 줄간격을 키워 무리하게 쪽수를 늘린 것도 아닌 읽기 좋은 느낌입니다. 처음 외형이 소개되었을 때 들쭉날쭉한 겉표지로 인해서 꽂아놓으면 폼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옆표지를 갈색 모노톤으로 통일해서 확실하게 시리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군요. (좀 싸구려 티나는 갈색이지만) 불만인 점은 커버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가격에 비해 매우 싸구려스럽게 보이는 외형이 두드러진다는 점.

타이타닉 호와 운명을 함께한 천재..라고 하는 쟈끄(Jacques) 푸트렐의 이 단편집은 반 도젠 교수라는 탐정이 사건을 의뢰받고 해결한 후 모든 것을 설명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형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습니다. 소설의 대부분은 많은 추리소설에서 익숙해진 트릭들과, 반 도젠 교수의 기행에 대한 묘사의 늘어짐으로 인해 아주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그는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서양 건너의 홈즈를 의식한 탓일까요?)

하지만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13호 독방의 문제'와 '잘려진 손가락', 이 두 단편은 사건 자체의 기묘함을 묘사하는 능력이 확실히 탁월한 작품입니다. 해설에 따르면 작가 푸트렐은 추리소설 이외에도 여러 장르를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런 경험이 다른 미스터리 작가와 확실히 구별되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홈즈 시리즈와 같은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쯤 읽어볼 만한 단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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