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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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꼬릿말을 읽다 알게 된 단어인데, 반전도형(reversible figure) 이란 것이 있다. 촛대를 그린 그림인가, 마주보는 두 사람을 그린 그림인가. 밑그림과 본그림이 각각 모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짜 그림이었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이런 구성이 문학에 나타난다면?

사실 '동서 미스터리'에 끼어 있기 때문에, 카의 오컬트 취미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무진장 '촛대'를 보려고 노력했고 해결이 갑작스러우면서도 영 찜찜한 것에 나름대로 황당함을 느꼈다. (유명한 탐정 따위가 등장치 않은 것도 한몫함.)

그런데 에필로그 한 페이지에, 지금까지 애써 무시해 가면서 읽고 있었던 러브크래프트적인 요소가 'The Truth'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이 정말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반전도형처럼 두 그림이 각각 아웃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맞물리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디 아더스' 와 같은 서늘함을 주기 때문이다.

회화에 계속 비유한다면, 에셔의 'Drawing Hands' 이나 'Sky & Water I'와 같은 느낌이 있다. 빛과 어둠과 같은 두 세계, 이성에 의한 추리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괴기, 전혀 만나야 할것 같지 않은 녀석들이 서로 오버랩되면서 결국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misdirection인지, 뭐가 뭔지 알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오랜만에 범인을 예상할 수 없는 소설이었으므로 주저없이 별 5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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