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 독방의 문제 동서 미스터리 북스 55
잭 푸트렐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80년 대 초에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시던 아버지가 열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들고 오시던 책이 바로 동서추리문고 였습니다. 불행히도 이 책은 지독히 안 팔린 건지 곧 절판되어 헌책방에서 몇 천원씩 주고 사야 하는, 그것도 없어서 못 사는 콜렉터 아이템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이가 들고 어느정도 구매력이 생긴 지금 이 문고판이 새로 나온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기대, '언제 다 사지?' 하는 재정적 부담으로 인한 걱정을 함께 줍니다.

책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예전처럼 세로쓰기 판형에 한손에 들고 읽기 딱 좋은 것은 아니지만 폰트도 적당하고 줄간격을 키워 무리하게 쪽수를 늘린 것도 아닌 읽기 좋은 느낌입니다. 처음 외형이 소개되었을 때 들쭉날쭉한 겉표지로 인해서 꽂아놓으면 폼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옆표지를 갈색 모노톤으로 통일해서 확실하게 시리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군요. (좀 싸구려 티나는 갈색이지만) 불만인 점은 커버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가격에 비해 매우 싸구려스럽게 보이는 외형이 두드러진다는 점.

타이타닉 호와 운명을 함께한 천재..라고 하는 쟈끄(Jacques) 푸트렐의 이 단편집은 반 도젠 교수라는 탐정이 사건을 의뢰받고 해결한 후 모든 것을 설명하는 본격 미스터리의 형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습니다. 소설의 대부분은 많은 추리소설에서 익숙해진 트릭들과, 반 도젠 교수의 기행에 대한 묘사의 늘어짐으로 인해 아주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그는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서양 건너의 홈즈를 의식한 탓일까요?)

하지만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13호 독방의 문제'와 '잘려진 손가락', 이 두 단편은 사건 자체의 기묘함을 묘사하는 능력이 확실히 탁월한 작품입니다. 해설에 따르면 작가 푸트렐은 추리소설 이외에도 여러 장르를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런 경험이 다른 미스터리 작가와 확실히 구별되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홈즈 시리즈와 같은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쯤 읽어볼 만한 단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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