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 철학의 정원 30
질 들뢰즈 지음, 현영종.권순모 옮김 / 그린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이나 편집은 이전보다 좋아 보인다. 아쉬운 점은 원서의 인명 색인을 빼버린 것과 사실상 색인 역할을 하는 원서의 상세한 목차도 초역과 달리 목차에서 생략하고 본문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학술서적 답게 영역본이나 <차이와 반복> 국역본처럼 개념 색인을 넣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뢰즈 개념어 사전 - 들뢰즈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 87 아우또노미아총서 34
아르노 빌라니 & 로베르 싸소 책임편집, 신지영 옮김 / 갈무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번역서다. 만일 원저자가 인용한 들뢰즈의 저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면, 인용은 번역서에 큰 문제가 없는 한 번역서를 따라야 하고 출처를 밝힐 때에도 번역서의 해당 부분을 밝혀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우리 연구 생태계의 일부가 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식론의 역사
소피아 로비기 지음, 이재룡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이다. 그러나 번역은 기계적이다. 한 가지 더, 만일 원저자가 데카르트의 어떤 저서를 인용했는데 우리 나라에 그 책이 번역되어 있다면, 인용은 번역서를 따라야 하고 출처도 번역서로 밝혀주어야 한다. 이 번역서가 우리 연구 생태계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티카 - 개정판 스피노자 선집 5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묻는다. 

이 책이 어떻게 '개정판'인가? 묻긴 했지만, 독자는 출판사와 역자로부터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전혀 "개정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판과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그저 오탈자 바로잡고(그나마 거의 눈에 띄는 부분도 아니다) 편집과 장정을 바꾼 책에 불과하다. 번역은 거의 그대로이고, 역주도 바뀐 것이 없다. 결국 오자 수정과 몇몇 번역어 수정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이런 책을 출판사는 "개정판"이라고 하는가?

책의 뒤 표지에는 "이번 개정판에서는 다시 한 번 원문을 참조해서 가능한 한 오역을 바로잡고 해설에 있어서도 부족한 점을 보충하려고 하였다"라고 써있다. 그렇다. “원문을 참조해서 가능한 한 오역을 바로잡고 해설에 있어서도 부족한 점을 보충”해야 “개정판”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역자나 출판사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보충했다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부분을 얼마나 개역했는가? 새로 판을 뜨고 장정을 바꾸면 "개정판"이라 하는 것이 서광사의 관례인가? 

그런데 "개정판을 내면서"라는 옮긴이 서문을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옮긴이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현대 철학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16년 전에 우리말로 옮긴 <에티카>를 다시 한 번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잘 보시라. 역시 '손질했다'는 것이 아니라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결과물로 미루어 역자와 출판사가 손질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거의 안하셨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래도 "손질했다"고 말하진 않았으니 변명할 거리는 있는 것인가? 

그리고는 옮긴이 서문 마지막 부분에서 "옮긴이는 <에티카>의 초판에 나타난 오자(誤字)들을 수정하였으며 위에서 짧게 언급한 개념들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용어들을(예컨대 노력, 욕망, 충동 등)을 정리하려고 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 '정리하려고 하였다'는 식의 표현은 매우 두루뭉수리해서 무슨 뜻인지 알기 힘들다. 번역 용어를 바꿨다는 것인가? 아니면 역주나 역자 용어해설 같은 곳에서 그 용어들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인가? 구판과 비교한 결과 후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기존에는 다른 번역어를 썼는데, 이번에 '노력, 욕망, 충동'등의 번역어로 대체했다는 뜻인가? 역자와 출판사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어야 했다. 그렇다 해도 '개정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기는 여전히 미흡하겠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알라딘의 책 소개를 한 번 보자. "데카르트, 라이프니츠와 함께 대륙합리론을 대변하는 근대철학자인 스피노자의 저서들 가운데 그의 합리주의 철학이 가장 체계적으로 나타내며 윤리학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책. 1990년에 첫 출간한 것을 오자를 정정하고, 용어를 정리하여 재출간하였다." 그렇다. 이게 정확한 책 소개에 가깝다. 그저 오자 정정하고, 노력, 욕망, 충동 등의 몇몇 용어를 정리하여 “재출간”한 것이다.

이 책과 함께 김기현의 <현대 인식론>(민음사)도 함께 구입했었다. 이 책 또한 기존 책의 내용은 오자 정도만 바로 잡고 재편집하고 새롭게 장정해서 나온 것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써있다. "신장판"이라고...

서광사에서 이 번에 새롭게 출간된 <에티카> 또한 "개정판"이 아닌 "신장판"이라 했어야 했다. 그게 최소한의 상도덕일 것이다.

 


댓글(1) 먼댓글(1)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ㅎㅎㅎ 아주 신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리뷰네요
    from 하늘 받든 곳 2008-05-10 15:46 
    사실 "개정판"이라는 명칭은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끔 저에게 {에티카} 개정판이 나왔다던데 번역이 어떻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이 리뷰를 보면 그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변이 나오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블루비니 2008-12-0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아주 분명한 지적이군요.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제임스 피저 지음, 이광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 오역 반역 !!!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www.kpec.or.kr)가 선정한 2004년도 10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뭘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 내가 가진 책이 초판 7쇄(2006년 9월 20일)니 인문학 서적, 그것도 철학서로는 제법 잘 나가는 책이다. 원서도 아마존(amazon.com) 집계로 봤을 때 1900 초 중반에 저술된 철학사들 중에서 코플스톤, 러셀, 듀란트 등의 철학사와 함께 아직도 많이 읽히는 축에 속한다. 

누군가 나에게 너무 길거나 간략하지 않고, 편협하거나 편중되지 않으며, 비교적 쉬운 철학사를 골라달라고 부탁한다면(그럴 일도 없겠지만), 나는 이 책의 원서인 “Socrates to Sartre and Beyond”(7판) (McGraw Hill刊)를 을 추천 목록 중 하나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번역본인 “열린책들”에서 나온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는 비추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말 역본은 아쉽게도 ‘번역’이 ‘반역’일 수 있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의 기존 번역서들을 신뢰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종종 괜찮은 번역을 "열린책들"의 책에서 보았기 때문이었고, ‘[원서가] 영어니까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정가가 무려 27,000원인 책, 나는 환불 받고 싶은 기분이다.  

나는 원서와 번역본을 한 문장 한 문장 비교 검토한 후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냥 번역본을 속독으로 읽다가 이상하다 싶은 부분만, 그것도 극히 일부분만 원서와 찾아서 비교해 보았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려러니 하고 그냥 넘어갔으나, 한 200여 페이지 읽는 동안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아 결국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니 아래 지적된 부분 빼고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불신은 처음에는 번역자의 실력에서 시작되었다가 번역자의 윤리로 번졌고 이젠 우리나라 출판사의 기업 윤리로 확대되었다.

번역 문제가 우리 학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후 요즘 우리 번역서들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좋은 번역서들을 보면 '출판사들과는 무관하게' 번역자들의 살인적인 노력(번역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대접에도 불구하고)과 독자들의 수준 향상에 힘입은 바 크다는 느낌이다. 드물게나마 출판사가 직접 번역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비싼 책 사본 돈이 아까워서만은 아니다. 그들과 나는 일면식도 없으니, 번역자나 출판사에게 무슨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번역자와 출판사가 함께 빚어낸 이러한 ‘걸작’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리고 이런 번역서를 읽고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이들을 위해 소소한 마음을 내었을 뿐이다.

너무 많은데 이 짧은 리뷰 공간에 다 쓸 수 있을까?

 

==============

 

25쪽 아낙시만드로스 부분

"그렇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와 달리 이 근본 재료는 물이 아니라 다른 특수하거나 구체적인 요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이나 다른 모든 결정체들은 단지 좀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의 구체적인 변형들이거나 파생물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Unlike Thales, however, Anaximander said that this basic stuff is neither water nor any other specific element. Water and all other definite things, he argued, are only specific variations or offshoots of something that is more primary.”(원서 8-9쪽)
 

(1) 밑줄 친 부분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basic stuff’가 ‘specific element’가 아니라는 생각을 내 놓음으로써 철학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완전히 잘 못 번역한 것이다.

(2) 설마 'neither~ nor~'까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실수였는지는 몰라도 잘 못 번역되어 있다.

⇒ “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와 달리 이 근본 재료는 물도 아니고 어떤 다른 특정한 요소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주장하길, 물이나 다른 모든 한정된 것들은 단지 좀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의 특정한 변형들이거나 파생물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1쪽 피타고라스 학파 부분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피타고라스 학파가 대수와 기하의 관계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But the significant point is that the Pythagoreans discovered a relation between arithmetic and geometry.”(원서 13쪽)

* 웬 대수? algebra? 아니죠~. 산술[산수], arithmetic, 맞습니다. 에궁... -.-;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피타고라스 학파가 산술과 기하학의 관계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35쪽 헤라클레이토스 부분

“이 만물의 목록은 사물들의 광범위한 포진을 보여 주는데 그 모두는 불의 또 다른 형상들이다. 유전과 변화는 불의 운동이며, ....”

“This inventory represents the widest array of things, and all of them are simply different forms of fire. Flus and change consist of the movements of fire, ....”(원서 16쪽)

(1) 여기서 'array'를 번역한 ‘포진’이 ‘布陳’이라면 틀린 번역은 아니더라도 어색하고, 이 어색함은 ‘포진’이라는 단어의 다의성(布陣, 疱疹, 布陳, 鋪陳)으로 더 커진다. 그건 그렇다 치고,

(2) 번역을 보면 “변화=불의 운동”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나 원문은 “변화는 불의 운동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엄연한 차이가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 “이 만물의 목록은 가장 광범위한 사물의 배열[나열]을 나타내고, 그 모두는 불의 또 다른 형상들이다. 유전과 변화는 불의 운동으로 형성되며, ...”

 

35쪽 헤라클레이토스 부분

"불을 통한 만물의 영원한 변형을 묘사함으로써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이 유일한 근본 재료와 세계 내의 다양한 사물들 사이의 제일성을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With this description of the constant transformation of things in fire, Heraclitus thought he had explained the rudiments of the unity between the one basic stuff and the many diverse things in the world."(원서 16쪽)

(1) ‘불을 통한’, 어색하다. ‘불을 매개로 해서’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헤라클레이토스의 생각과 다르다.

(2) 여기서 ‘one’은 ‘유일한’이라는 뜻이 아니고, ‘일자’이다.

(3) 일자와 대비되는 원문의 ‘many’는 아예 번역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뿐만 아니라 번역서에는 원서에서 이텔릭체로 강조한 부분이 많이 이 빠져있다. 부주의한 실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4) ‘제일성’은 ‘the rudiments of the unity’의 번역일 터인데, 일단 ‘rudiments’가 번역되지 않았고, ‘unity’도 일자와 다자 운운하는 것을 고려할 때 ‘통일성’이라고 번역하는 게 옳다.

⇒ “불 안에서의 [불 안에서 일어나는] 사물들의 항구적인 변형을 묘사함으로써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이 일자인 근본 재료와 다자인 세계 내의 다양한 사물들 사이의 통일성 원리를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60-61쪽 소피스트 부분

"설득력을 소유한 자는 그 힘으로 난제를 해결하거나 훌륭한 이상을 강제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자신이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이상이나 윤리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많은 것을 주장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On the one hand, those who possessed the power of persuasion could use that power to psychologically impel listeners to adopt a good idea. On the other hand, though, persuasive speakers could put over morally questionable ideas in which they had special interests.”(원서 32쪽)

(1) 일단 왜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합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원문은 두 문장인데 한 문장으로 합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두 문장의 경우에는, 합쳐도 의미상 차이가 없으니 괜찮다고 치자. 그러나 합쳐서 얻을 것이 없는 경우, 더구나 의미가 모호해 지고 가독성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문제 아닌가? 이런 식으로 문장을 합친 부분이 꽤 보인다.

(2) ‘난제를 해결하거나’에 해당하는 구가 원문에는 아예 없다. 갑자기 웬 난제? 이 문장뿐만 아니라 원문에 없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단어나 구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3)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이상이나 윤리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많은 것”은 “morally questionable ideas in which they had special interests”의 번역한 것인데, 답답할 따름이다. 문법적 문제(‘전치사+관계대명사’)는 차치하고, 'have an interest in'이 ‘~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는 뜻을 모르셨던 모양이다.

⇒ "한편으로는 설득력을 소유한 이들이 그 힘을 청자들로 하여금 어떤 좋은 생각을 채택하도록 심리적으로 강제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설득력 있는 화자들이 그들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도덕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많은 것을 주장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었다."

 

61쪽 소피스트 부분

"그러나 진리를 일종의 상대적인 것으로 간주했던 소피스트들이 어떻게 악한 것을 선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지, 정의롭지 못한 대의명분을 정의로운 것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와 같은 기술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중략)... 여기에 그들의 악명은 그들이 초기의 철학자 상에서 벗어났을 때 더욱 높아졌다. 소피스트들은 처음에는 사욕을 위해 철학에 종사하지 않았던 사심 없는 사색가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그들의 가르침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 밑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그는 가난 때문에 <단기 과정>밖에 이수할 수 없었다."

“But since they looked upon truth as a relative matter, they were eventually accused of teaching the young citizens how to make a bad case look good or to make the unjust cause appear to be just. ...(중략)... To add further to their ill repute, they departed from the earlier image of the philosopher as a disinterested thinker who engaged in philosophy with no concern for financial gain. The Sophists, by contrast, charged fees for their teaching, and they sought out the rich who were able to pay these fees.”(원서 32쪽)

(1) 첫 문장의 ‘since’를 ‘때문에’로 번역하지 않아서 번역문이 아주 모호하게 되었다. 번역문은 마치 “너희 소피스트들은 진리를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해왔으니 악한 것을 선하게 보이게 하거나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 만들면 안 된다”는 뉘앙스이다. 그러나 원문에는 “소피스트들의 진리 상대주의가 좋은 것과 나쁜 것, 정의로운 것과 부정의한 것의 구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그것이 수사학적 설득의 기술(원래 수사학은 일종의 설득의 기술이었다.)과 결합되면서 ‘결국eventually’ 나쁜 것을 좋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도 만들게 하고 있으니 비난받았다”는 얘기가 함축적으로 들어있다.

(2) ‘the bad case’를 ‘악한 것’이라고 번역하고 있고, ‘cause’를 ‘대의명분’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the bad case’에서 ‘bad’를 ‘악한’이라고 번역한 것은 차치하고, ‘case’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몰라 그냥 두루뭉수리하게 ‘악한 것’이라고 번역한 듯싶다. ‘the unjust cause’에서 ‘cause’를 ‘대의명분’이라고 번역한 것은 틀렸다고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과도한 혹은 너무 거창한 번역이다.
뒤에 나오는 ‘cause’는 앞에 나오는 ‘case’의 중복 사용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일 게다. 식자층 영미인들이 글을 쓸 때 같은 단어의 재사용을 가능한 삼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case’와 ‘cause’는 공히 ‘주의/주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민주정을 시작한 아테네의 달라진 정치환경 속에서 소피스트들의 실용적인 가르침은 당시 증가일로에 있던 소송이나 분쟁에 필요한 기술을 충족시켜주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 ‘case’나 ‘cause’를 ‘소송’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그런 뜻도 있다. 그러나 좀 더 포괄적인 '주장' 정도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3) 역사적 소피스트들의 실제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논외로 하고, 일단 원문에는 번역문에서처럼 “소피스트들이 처음에는 돈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나중에는 돈에 ‘혈안’(? 이렇게 강한 표현도 없다)이 된 놈들”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원문에 ‘the earlier image of the philosopher’는 소피스트들 이전 철학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들은 돈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들과 ‘대조적으로’(by contrast) 소피스트들은 돈을 밝혔다는 얘기다.

⇒ "그러나 그들은 진리를 일종의 상대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어떻게 나쁜 주장을 좋게 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또는 부정의한 주장을 정의로운 것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를 젊은 시민들에게 가르친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중략) 나아가 그들의 나쁜 평판[나쁜 것을 좋게,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 만드는다는 평판을 말한다] 외에도, 그들은 경제적 이득에 관심 없이 철학에 종사했던 사심 없는 사상가들이라는 초기[이전]의 철학자 이미지와도 달랐다. [이전 철학자들과] 대조적으로, 소피스트들은 그들의 가르침에 수업료를 부과했고, 이러한 수업료를 지불할 수 있었던 부자들을 찾아다녔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 밑에서 공부했었지지만, 그의 가난 때문에 단지 그들[소피스트들]의 ‘단기 과정’만 이수할 여유가 있었다."

 

 

62쪽 프로타고라스 부분

"각각의 사회는 그 자신의 법률과 도덕률을 갖는다. 또한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 법률과 도덕률의 <건전성>에 관한 상식적 관찰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Each society has its own laws and its own moral rules, and there is no way of judging some to be right and others wrong.(원서 33쪽)

1) 두 번째 문장은 완전 오역인데, 그 중 "<건정성>에 관한 상식적 관찰"은 원문에는 없는 멋진(?) 창작이다.

2) 원문의 'some'과 'others'를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알고 있어도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여기서 'some'과 'others'는 앞의 'laws와 moral rules'의 일부를 받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번역하는 것이 옳다.

⇒ "각각의 사회는 그 자신의 법률과 도덕률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들[어떤 법률이나 도덕률]은 옳은 것이고 다른 것들[다른 법과 도덕률]은 그른 것이라고 판단할 방법은 없다."

 

-----

짐작하시겠지만, 지금까지 지적된 부분은 내가 확인한 오역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번역본의 번역 문제에 관해서는 참고가 되었으리라 믿으며 마칠까 한다.


==========

이 책의 개역판이 나왔고 리콜도 해주었다는 갸륵한(?) 얘기를 2009년 2월에야 들었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2009.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