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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오늘 삼킨 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흔하게 일어나지만, 분명 별일이었던 너, 나, 우리... 그녀들의 이야기!
아홉 살 어린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기된 얼굴에, 끊기던 목소리, 가득 고였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던 눈물. 이 책은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그녀들.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알고도 모르는 척 방관했던 폭력이 담긴 책.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했을 때, 나는 조금 망설였다.
요새의 페미니스트들의 행보들이 그다지 공감가지 않았으니깐.
나는 페미니즘을 모른다. 여성이 존중받는다는 게 우월로 이어지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자라서 이래야 해. 남자라서 저래야 해.'라는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정의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라기보다는 여성이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로 태어나 나도 수없이 겪어봤던 상황들. 나도 들어왔던 그런 말들. 불쾌감이 느껴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좋게 좋게 넘기려고 노력했던 그런 순간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그 상황에 불쾌감을 표출했다면 .. 뭔가 달라지긴 했을까?
이 책을 읽고 공감을 하는 사람도, 흔히 일어나는 일들의 경각심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이 책을 비틀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겨우 이런 일이 뭐가 그렇게 대수야?' 하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인 걸까? 누군가에게는 '겨우'가 아닌 일이지 않을까? 페미니즘보다는 여성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 하다고 추천한다. 그렇게 읽다가 깨달음도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니깐 :)
p50 괜찮냐고 놀랐겠다고 마음 편해질 때까지 곁에 있어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들었어. 엄마한테 말해봐야 내 탓만 할 텐데 차라리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는 게 서러웠어. 늘 그랬잖아. 내가 아파도, 다쳐도, 힘들어도, 실패해도, 누군가에게 속거나 상처를 받아도 늘 내 잘못이랬잖아. 그런 일을 당하는 내가 못난 거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