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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한때 경제학은 경제학도들이나 금융전문가들만이 공부하는 학문이었지만, 근래에는 일반인들도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아마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에 따른 세계금융위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심각성보다는 막연하게 “이제 물가가 오를 것 같으니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겠군!”이라고 느끼는 국민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게 왜 그렇게 큰 문제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고 그것에 관련된 강연들을 들었을 때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를 공부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접하게 되는 경제현상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경제수업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의 <달러제국의 몰락>은 최근에 나온 경제학 관련 도서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고, 책을 읽음으로써 경제에 대한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 내용은 한국어판 서문에 요약되어있다. 그래서 정독이나 속독하기 싫다면 서문만 읽고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어떤 통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발행국이 크고, 부유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하고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6p>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이 영국을 누르고 세계 패권을 차지한 후, 1971년 브렌튼우드(Brentwood)체제($:Gold, 1:1)로 세계 경제를 손에 넣었던 일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세계역사의 비극적인 순간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행보를 전 세계가 긴장하며 별 다른 대책 없이 지켜봐야했다. 미국은 해외부채나 자국의 경제위기를 겪어도 IMF의 경제구제를 받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국제통화인 달러($)를 언제든지 발권하고 제한 없이 사용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미국을 저지할 수 있는 나라는 예전에도 없었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늘날도 없다.


  달러는 현직 프리미엄을 누린다. 어떤 통화로 가격을 매길지 고민하는 수출기업들을 생각해보라. 수출기업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경쟁상품에 대비하여 가격 변동을 되도록 줄이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달러로 거래를 하면 따라 하는 것이 이득이다. <215p>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도 이러한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체제가 낳은 질병이었다. 시장자유주의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은 별 다른 규제 없이 은행과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와 담보대출을 도왔고, 유동성 과잉은 미국과 함께 세계 국가들의 기초경제체력을 고갈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여졌고 전 세계의 언론들은 일제히 자본주의의 종식 내지 위기를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망하지 않았고 달러는 여전히 국제통화의 위치에 있으며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국가정책을 세운다. 그만큼 미국이 가진 국가경쟁력은 세계 어떤 나라들보다 강하고 단단하다.


  유로가 달러와 어깨를 견주려면 둘 중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보다 강한 결속을 이루고 미 국채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유동성을 가진 유로 채권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경제정책에서 큰 실책을 저질러서 달러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것이다. <230p>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미국인 저자가 미국만을 찬양하는 책을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금융위기를 자초했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 역시 불황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다. 저자 역시 달러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제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유로와 위안 그리고 금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셋 다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저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유로는 유로존에서만 영향력이 있고 단일 발권국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또한 그리스 국가부도사태를 보더라도 유로존 나라들의 경제수장들이 몇 번이나 긴급경제회의를 했어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즉,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속도가 느리다. 중국의 위안 역시 중국의 국가체제 특성상 자유경제체제로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은 금융 위기 시 일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겠지만, 국제통화가 되기에는 금의 한정적 성격과 달러, 유로, 위안 등 통화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금융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경제규모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생활수준이 수렴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구가 경제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256p>


  저자는 “달러, 유로, 위안이 주요 국제통화로 나서겠지만 시장을 전부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달러가 가지는 국제통화의 위상과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지만, 세계경제의 상황에 대응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이 앞으로의 달러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 본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노동력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듯한데, 인구가 미래의 국제통화의 변수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되는 추세에 노동력은 국가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유리한 것은 중국으로 본다. 현재는 이질적이고 비호감인 중국이 어느 순간 미국보다 국제경쟁력이 앞서는 날이 올 것인가? 저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인도도 포함된다. 
 


  부가적으로 이 책은 달러가 국제통화가 되기 전의 상황과 된 이후의 상황을 잘 정리하였다. 다소 역사적인 서술들이 많아서 지루할 수도 있으나 관심 있게 읽으면 역사는 돌고 돌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요 경제 인사(人士)들에 대한 저자의 인물평을 볼 수 있는데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나름 유익했다. 또한 도표를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 제목처럼 달러제국이 몰락할 것 같진 않고 그런 극단적인 내용과 해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고 가능성은 염두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잘못된 경제정책을 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보완 및 수정이 없이는, 미국 스스로 달러가 가진 국제통화의 영향력을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속히 극복되는 것을 원하지만, 미국중심의 경제정책은 반대한다. ‘몰빵’은 항상 엄청난 위험부담을 담보한다. 세계국가들은 미국에게 ‘몰빵’을 해줬고,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겠지만 지금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며 근거 없는 희망을 제시하여 다시 ‘몰빵’을 하라고 한다면 단호히 거부해야한다. 미국 하나만 망하면 상관없지만, 미국 때문에 세계 전체가 망하는 것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그러므로 각국은 확실한 금융규제와 점진적인 탈 미국화를 준비해야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함께 동반으로 몰락하지 않으려면 국가기초경제체력을 회복하거나 강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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