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4주

 

 

 

 

 

 

 

   

<아무도 모른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혼모인 엄마가 4남매를 남겨두고 오사카로 떠난 사이에 4남매의 생활은 침식되어간다. 아키라 외에는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규칙은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도 한동안 유효했다. 그러나 너무 힘든 생활고와 무의미한 날들에 반발하여 4남매는 조용(?)하고 즐거운 외출을 한다. 비극적인 일로 동생이 의자에서 떨어져 뇌진탕으로 죽게된다. 살릴 수도 있었지만 일단 돈이 없을 뿐더러, 병원에 가도 보호자가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져 4남매가 헤어지게 될까봐 갈 수 없다. 영화에서는 남매들의 결말을 지어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을 보고 있는 자체가 안타깝다. 감독은 그런 남매들의 뒷모습을 엔딩신으로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1988년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영화인데 이런 상황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회복지 계열의 종사자라면 꼭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 의미있는 영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키라 역의 아기라 유아는 소년 가장의 역할을 잘 연기했다. 특히 어린나이지만 감정연기가 뛰어났다. 그는 2004년 칸느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윈터스 본> - 데브라 그래닉 감독

  영화는 깔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주제로 전개되었고,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을 말들을 잘 전달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났을 때 뭔가 허전함이 들었다. 진짜 리와 그녀의 가족에게 평화가 찾아 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일까? 어린 여동생이 아버지의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리의 표정은 밝지 않다. 

 소년소녀가장이나 고아들은 일찍부터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깨닫고 숙련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낯설게 느끼고 무시와 냉담을 야속하게 느낀다. 그들을 적절한 시기와 때에 도와주지 않는다면, 사회의 불안요소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사회 내 범죄와 사건의 공범이다. 

  미성년자를 일찍 성인으로 만들고, 연약한 인간을 강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의 영향이 크고, 생존 방식을 개척함으로써 '야생'적 기질을 부여한다. 자립심이 강한 것은 좋지만 자폐적인 언행이 동반되면 곤란하다.

  지금 우리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정책과 함께 개인 스스로의 결단에서 비롯된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사회 복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는 없어야 한다.
 

 
  

 

 

 

 

 

 

 

<무산일기> - 박정범 감독 

90년대만 해도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오게 되면, 국가 차원의 환영 행사와 정부에서 넉넉한 정착금과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었는데, 2000년 이후부터는 너무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오게 되어, 환영 행사는 커녕 정착금과 여건 마저 예전만 못하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로 탈북자들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고, 언론에서도 탈북자들의 남한 생활에 있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던 몇 가지 사실들은, 같은 동포이자 민족인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쉽게 정착하기란 어렵다는 사실과, 남한 사회 내에서도 약 300만 실업자들이 있으니, 탈북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란 당연히 어렵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기성 교회들을 비롯한 사회 내 인권단체들이 탈북자들의 희망이 되어주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비단 탈북자 뿐만 아니라 사회 내 소외계층에게도 해당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가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고, 기성 교회들과 인권단체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히스패닉과 이민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차별대우 정책을 공공연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것을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핵심은 인간이 자신보다 낮게 여기는 인간을 향한 본능적 비호감과,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온 사회 내 유산계층의 배려없는 횡포라 할 수 있다.     

  어찌하랴! 인간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이용하는 것에 익숙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헌신하는 성실함과 꾸준한 용기가 없다. 같은 남한 사람들도 서로를 밟고 뒤통수 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하물며 사회 내 소외계층에게 눈을 돌려 그들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을까? 근래에 정치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복지 신드롬'을 우려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더 많은 탈북자들이 나오겠지만, 그들이 남한행을 택할지는 미지수이다. 얼마 전에 서해상에 표류한 북한 주민들 중 상당수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일부 남한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멍청이들! 굶어 죽으러 다시 북으로 가?"라고 말했는데, 남한에서 '152'로 시작되는 탈북자 전용 주민번호가 계속 시행되는 이상, 북한이 국가와 국민들을 파멸로 몰아넣는 독재정권을 계속 존립하려는 이상,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든 편안한 생활을 보장 받을 수가 없다  

  같은 말과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박한데, 다른 말과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의 "무산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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