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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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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읽었던 책들의 서평들을 묶어서 책으로 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읽고 전문가 수준의 글로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한 권의 책을 해석할 때 필요한 지식의 양은 곧 서평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고, 지식의 양이 충분한 서평은 책의 가치를 여러 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 작업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일반적인 지식과 독서량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책을 읽을 자유>는 독자들이 읽기 힘든 책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읽은 책들 중에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들이 많았고, 책 내용에 대한 그의 해석 역시 깊이가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서평집이 아니라 한 권의 에세이집처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의 됨됨이에 대한 평이니까 책이라는 물건이 존재하는 이상 서평은 불가피하다. 책에 대한 평이라고 했지만 이때 평(評)은 좋고 나쁨 따위를 평가하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값을 매기는 일이다. 책도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이니까 풀어서 말하자면 한 책에 대해 품평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원적 의미 그대로 ‘꼴값’을 하고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그러한 판별을 위해서 보통은 책을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적어도 넘겨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리뷰(re-view)다. <39p>

  그의 서평에 대한 생각은 굉장히 치밀하다. 그의 책읽기는 지식의 축적과 더불어 생산이다. 즉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서평을 써서 지식을 생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러시아 문학에 대한 그의 탁월한 견해는 아직 그가 서평 한 책을 다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충분히 읽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번역문화에 대한 그의 아쉬움을 토로한 서평들과 인문학 위기에 대한 그의 견해 역시 돋보였다. 아무래도 대학교단에 있으면서 느껴지는 학문적 순수성의 상실과 실용적인 학문과 삶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구조 속에 사는 지식인의 고뇌가 서평에 반영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정치와 사회 이데올로기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볼 수 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적어도 두 가지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저자가 읽은 책들의 대부분을 나도 미리 읽어 봐야한다. 그래서 저자의 견해와 내 견해를 비교해가며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지식교환이 될 것이고 새로운 발견 또한 가능하다. 서평은 단순히 그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책에 대한 서평자의 견해가 들어가 있는 것인데, 저자가 서평 한 책을 읽지도 않고 서평을 읽는다면, 더욱이 전문적인 지식이 들어가 있는 서평이라면 이 책은 무척이나 읽기 싫은, 지루한 서평집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목적은 서평이다. 즉 책에 대한 소개와 저자의 견해가 들어있는 일종의 상품카테고리와 같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서평을 읽어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를 보고 자신이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이나 이미 읽은 책들을 구분하여 읽는다면, 지루함을 덜하고 오히려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지만 읽은 만큼의 남는 것도 많다. 마치 아직 가보지 않는 여행지를 미리 보는 것과 가본 여행지의 인상적인 것들을 모아 놓은 것처럼, 좋은 도우미가 된다. 될 수 있으면 정독을 하길 바란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서평 하였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도움 되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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