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지식 e - 시즌 2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작년 KBS2TV에서 상반기에 시청율은 저조했지만, 많은 마니아를 만든 드라마 한 편이 있다. 바로 '마왕'이다. 드라마 마왕은 고등학교 시절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두 남자와 사물의 잔상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17부 중반부를 보면 태성(주지훈 분)과 오수(엄태웅 분)가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오고 간 대화는 다음과 같다.

	태성: 당신이 파헤치는 진실이 당신을 찌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살인자에 대한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석진씨의 핸드폰 통화내역 그리고 사진... 언젠가 당신이 나에게 말했었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오수: 눈에 보이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했었죠. 당신은... 태성: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눈에 보이는 증거로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은 진실은 거기서부터 찾으면 됩니다. 정말 궁금하군요. 당신이 진실을 알게 되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식e 시즌 2를 예약구매하고, 다 읽고 난 후에 내 머리 속에 생각 난 것은 마왕 17부의 저 장면이었다. 지식e 시즌 1에 이어서 시즌2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을 세심히 살펴본 흔적을 역력히 하나의 시를 감상하는 문학 책처럼 고이 담았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큰 축으로 하여 각각 단어에 10개의 이야기를 담아 총 40개의 이야기가 가슴을 적신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담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독자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무작정 감정적으로 마음을 낮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상세히 세부 설명으로 달아둠으로써 인식의 휘어진 선을 곧게 만드려는 취지를 살렸다고 해야할까? 머리말에 지식은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이라고 기술은 했지만,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마음을 낮게 만든 동시에, 머리는 마음을 향하도록 해 주었다.

이번 시즌2에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린 듯 하다.(특히 '락'부분에) 당시에는 비난과 야유 등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즌1에 비해 많이 실렸다. 단순하게 사는 법을 알려준 데이빗 소로우, 음악을 통해 사회참여를 했던 첨바왐바, 전위적 자유로운 음악가 찰스 아이브스, 빛의 흐름을 탁월하게 포착하여 변화하는 세계상을 보여주고자 시도했던 렘브란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작가 故 권정생씨까지. 용기를 많이 얻은 부분이었다. 좀 뭔가 다른 방향으로 내 길을 만들려고 있는 나에게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꿈을 버리지 않게 해 주고, 끊임없이 의지를 다시 가다듬도록 일깨워주었다. 이 분들의 삶 역시 당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기의 길을 찾아서 만들어 갔다. 단지,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고 바라보는 인식의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역시 이어졌다. 진정 사람을 위하고, 따쓰함이 느껴지는 지식은 사회적 약자에서부터 파생하기 때문이다. 동대문으로 쫓겨나 또 다른 곳으로 쫓겨날 형편에 처해 있는 청계천 상인들, 교육 인권이 전무한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사실 '학생'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인권은 없는 것 같다), 저임금에 착취 당하는 노동자들, 멸시를 받는 탈북자들, 여기저기 다니기 어려운 장애인들까지. 그분들을 향한 시선이 곧 사회 시스템의 문제임을 '눈에 보이지 않은 사실'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신자유주의를 더욱 더 고수해가는 우리나라 현실 상 앞으로 88만원 세대로 전략할 현재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밉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희망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직접적으로 행동의 필요성과 권유 등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행동표출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바람직한 시민상을 그려 주었다고 해야할까? 뉴미디어로 소통하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에 모여 시민의 생각을 보여주자는 정도?! '엄지의 귀환'과 '서울 중구 태평로 1가'는 무기력해가는 현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표출해야하는 지 보여준다. 온라인에서만 시끄럽게 떠들어봤자 사회지도층들은 그 불만을 그냥 씹으면 그만이다. 일일이 답글 달며 대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 더 나아가 겉으로 표출되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2007년 미국에서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SICKO(식코: 앓는 이)'를 보면 전 영국의회의원이었던 토니 벤과 무어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토니 벤은 무료 의료 복지가 시행되고 있는 영국의 현실을 말하면서 민주주의와 통치자에 대해 의견을 내 놓는데 아래와 같다. 마치 얼마 전 대선이 있었던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현실을 말하는 듯 싶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참고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SICKO는 08년 상반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될 예정이고, 무어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또한 환영한다고 말했다. 완전한 의료보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가 차차 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를 풀고 민영 보험 업자들의 배를 채우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이 다큐멘티리 영화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왜 현재 미 대선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공약으로 전국민들에게 의료보험제도실시를 걸고 있는 지에 대한 내막을 알고 싶으면 꼭 감상하길 바란다. 사실 이거 보고 유럽의 의료보험제도가 많이 부러웠다)

	빚을 진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자, 그들(지도층)은 늘 온 국민이 투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만약 영국이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만약 영국이나 모두 들고 일어나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면 민주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계속 절망하고 개탄하도록 하는 거죠. 국민을 통제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공포를 주는 것이고 둘째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육받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국민은 휘어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대하는 특별한 자세가 있지요. '저 사람들은 배워도 안 되고 건강해도 안 되고' '사기 충전해도 안 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라고요. 인류의 상위 1%가 세계의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은 사람들이 그걸 참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지럽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선이란 시키는 대로 일하며 소박한 꿈이나 꾸고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이 책은 올바른 것을 보려는 우리의 마음과 그러한 의지, 그리고 휘어진 선을 곧다고 믿어 왔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무겁지 않은 말투로 소근소근 이끌어낸다. 그래서 거부감마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 옳기 때문이다. 맨 위에 인용 대사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행동한다는 것 자체와 거기서 나오는 진실이 우리를 찌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를 찌를 수 있다는 말은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현재 본인이 가진 것에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들 겁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당신이 있기에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 자. 눈에 보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추신: 책에 오자나 탈자가 곳곳에 보인다. 내가 가진 책이 초판이어서 재판 때는 이미 수정이 되어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139페이지의 '정신분열증이예요'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정신분열증이에요'라고 수정되어야 한다. 예요는 이에요의 준말이기 때문이다. 읽을 때 다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게 2~3군데 더 있었는데, 읽을 때 체크를 안 해서 어디에 문제 있는지 다시 찾기가 어렵네요; 다시 처음부터 봐야하나;

슌페이가 알려준 삶을 살아가는 지혜 두 가지

<하드보일드 에그> 서평단 알림

하드보일드 에그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서평단 도서]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부드럽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만화책을 제외하고 다른 장르에 비해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게 만들어 내가 진짜 탐정인 듯 착각하게 만들어준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면, 나 또한 그 사람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양 의기양양했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셜록홈즈 전집을 전부 구매하여 읽게 되었는데 며칠동안 밤새며 읽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공간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거의 천재적인 추리력을 발휘하여 모든 사건에 있어 백전백승하는 셜록홈즈는 언제나 인생의 롤모델이었다. 마치 '하드보일드 에그'의 슌페이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필립 말로에게 배운 것처럼 말이다.

'하드보일드 에그'는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김전일이나 셜록홈즈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멋진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것을 주로 하는 철이 덜 든 사람이다. 용기도 없다. 썩은 동식물이나 시체를 보면 벌벌 떤다. 그의 어렸을 때 안좋은 기억이 어른이 되서 영향을 준 것일수도 있지만 현재 탐정인 그를 볼 때 썩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그에게도 조수가 있다. 김전일의 소꿉친구 미유끼처럼 예쁘지도 않다. 그렇다고 왓슨 박사처럼 전문적으로 똑똑하거나 세심히 도와주는 사람은 아니다. 그의 조수는 동네 할머니다. 채용공고를 벽에 붙였건만 연락이 온 사람은 할머니. 슌페이는 순간 실망하나, 난 그런 할머니같은 인물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슌페이도 내 의견에 동의하듯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하드보일드 하나 부드러운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문학적 장치의 연결구조가 그만큼 탄탄했다. 자세한 사항은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또 그렇다고 탐정적 기질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탐정 수업도 받고 고양이, 이구아나 등을 찾는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는 그만의 추리력을 점점 길러준다고 해야할까?

책 초반에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책 중반부부터는 반전의 반전, 예상치 못한 이야기 등이 많이 들어가 책에 계속 빠져들어 갈 수 있게 해 준다. 나 자신도 처음에 좀 지루하여 건성으로 읽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후딱 바로 그날에 전부 다 읽어버렸다. 전반적으로 웃긴 말투가 많이 있다. 슌페이 스스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거나 생각하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미소를 지으며 '낄낄'을 두 번 정도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할까?

책을 덮은 지금 내 머릿속에 남은 주인공 슌페이는 멋진 탐정인 동시에 더불어 멋진 친구다. 이 사람은 꿈이 있고, 현실 속에서 그 꿈을 살리고 있었기에 더욱 더 멋지다. 그가 존경하는 필립 말로의 이 말,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부드럽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이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마음가짐과 자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해답을 찾고 싶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진심으로 권한다.

파토스로 느끼는 현실, 로고스로 깨닫는 이상

지식 e - 시즌 1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Gertrude Stein은 그녀의 'How to Write'(우리말로 Plays(연극)으로 번역)에서 문장은 감정적이지 않으나 문단은 감정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문장과 문단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문장과 문단의 차이가 아니라 조합의 문제라고 밝혔다. 감정적인 문단 또한 비감정적인 문장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글에서 이러한 점들을 연극에 대해 깨달은 것들을 기술하기에 앞서 전문에 연극감상의 동기로써 제시하였다.

나는 그녀가 지적한 문단과 문장의 조합의 문제를 '지식e'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각 큰 가름과 작은 가름 별로 딱딱한 사실이나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역사를 알리기에 앞서, 각 사회에 일면만 보이는 문제상들을 하얀 캔버스에 언어로 스케치를 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한 세부묘사는 작은 가름 뒤에 상세히 실음으로써 더욱 더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비감정적인 문장들이 모여 감정적인 문단을 만들어줬다고 해야할까? 영상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책 속에서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스케치되었으며 여백의 미를 고려한 글자색 또한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이슈를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적으로 꿰뚫는 설명의 묘미는 이 책의 백미(白尾)다. 텔레비전에서 5분 여동안 짧지만 강렬하게 받아들인 감동을 책에서도 그대로 구현한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일수록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식 또한 늘어나길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지식 또한 누군가에 의해 가공되고 체제 교육이나 미디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개인에게 주입된다. 타인에 의해 지식이 주입되고 주체기 형성되기에 진리 또한 왜곡되는 세상이다. 지식e는 현상의 뒷면을 시시콜콜 찬찬히 살펴보았으며, 그 뒤에 숨겨진 사실이나 몰랐던 사실, 아니 이미 누군가가 감추고 하고 싶은 사실을 보여주었다. 약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끔 만들어준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가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제공되고 수익 배분은 어떻게 되는지, 말만 들어서 그런지 이제 듣기 싫은 단어가 되어버린 비정규직 문제와 각종 파업들, 그 파업들이 왜 격렬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는지...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책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 문제를 중요시하고, 수학교육보다 사회교육을 많이 해야한다고 여기기에, 나는 이 책이 중고등학교 일반사회, 세계사, 사회문화 교과서를 대체했으면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제일 많이 활용하거나 가까이 하는 게 수학보다는 사회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솔직히 미분적분을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평생을 우리가 지니고 가져야할 것은 올바른 가치관이나 세상을 보는 혜안이 아닐까? 그걸 키우기 위해서는 수열이나 미적분보다 자주접하는 햄버거나 세계화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옳다고 본다.

학창시절 시험 문제 하나 더 맞히려고 책을 달달이 암기했던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럽다. 아마 그 때 사회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하는 감정보다는 외워야 할 시험문제 대상으로 여겼기에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게 되어버린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는 비단 나 자신의 문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받은 모든 이의 문제이다. 아니, 문제 이전에 모두 피해자다. 예전에 상상플러스에서 배철수씨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20대 젊은이들은 불만이 없는 것 같다고. 무기력해 진 우리나라 20대들. 그리고 20대들은 지금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표현해도 되지만 지금의 40대는 이렇게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욕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그 세대들은 지금을 이렇게 만들었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20대인 내가 40대에 들어서 조금씩 열린 입으로 불만만 토해낼까 무섭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는 길어지는 법이다. 수사반장 마지막회에서 박 반장(최불암 분)께서 하셨던 마지막 대사다. 지식e를 통해 길어지고 짙어지는 현재 우리를 감싸는 그림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지금의 어두움을 줄이고 옅게 만드는 법은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세상을 사랑하는 관심과 보이는 뒷면을 보는 혜안을 익혀보자. 비감정적인 문장이 감정적인 문단을 만드는 것처럼, 무미 건조한 우리 각각이 모여 감동과 감정이 풍요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