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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경영학을 전공하고, 그 중에서도 마케팅 전공과 마케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름 중 하나가 마이클 포터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도, 피터 드러커도 아닌 바로 필립 코틀러였다. 마케팅 분야 세계 최고로 꼽히는 노스웨스턴 켈로그 스쿨의 석좌교수이자 미국 마케팅협회로부터 ‘마케팅 분야 1인자’로 선정된 그가 쓴 저서는 학부 시절 가장 힘들게(원서라서!) 그러나 흥미와 자극이 가득한 교재 중 하나였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말해, 알라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 사우디에서 온풍기를 팔게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좀 더 강하게 말하자면,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Needs를 발견하여 그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불필요한 것’을 사게 만드는…… 어쩌고라고 하기보다 단순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of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마케팅 분야의 최고 Guru로 꼽히는 코틀러는 수많은 자본주의 첨병 기업에서 사외 이사와 컨설팅을 해왔을테고, 켈로그 스쿨을 졸업한 똑똑한 제자들은 전세계에서 그의 이론을 현실에 도입해 왔을 것이다. 즉, 필립 코틀러 = 자본주의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랬던 그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문화예술 마케팅에 관심을 갖더니 나아가 CSR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다가 이제 아예 대놓고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돌아온 탕아 혹은 회계 하는 큰아버지를 반기는 가족의 마음이랄까? 그 스스로도 현대 계열사의 사장을 지내면서 자본주의를 앞장서 실천했던 이계안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은 자본주의다’라는 제목으로 추천사를 썼다. 소위 말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반길만한 일이다. 자본주의의 잠재적 문제와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을 14개 주제로 나눠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자기 반성의 형식을 빌린 업계 관행의 폭로로 들려서만은 아니다. 기업 최고 경영진과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단기 실적중심 주의를 둘러싼 카르텔로부터 수많은 사외이사 경력을 지닌 본인 스스로가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황스럽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왜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들을 던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유가 뭐가 되었건 간에,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던 노학자는 고백한다. 자본주의 문제점 14개를 검토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기 위함이라고. 본인이 제시한 해결책을 통해 더 많은, 더 좋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자극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러한 책을 쓰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한다. 구루답게 훌륭한 분석이며 진단이다. 

수많은 참고문헌과 데이터를 접하다보면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시카고대와 MIT 출신의 경제학자이며, 세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스승으로 두었다는 것이 결코 아주 오래전 과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자본주의에 맞선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강력한 도구가 필요했던 것일까? 최근 가장 핫한 경제학자인 피케티를 수차례 인용하는 것은 물론이죠 마치 경제학 교과서로 느껴질 정도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본인 주장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반드시 확보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본인이 왜 변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확히 어떤 주장을 하려는지 등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많다. ‘대가’의 이름 안에 담겨있지만 정작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일부 설익고 피상적인 주장들도 있다. 이런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한계를 나름의 기준으로 총망라하여 진단하고, 어느 수준이던 간에 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이다. 비록 어떤 이들에게 김지하 시인은 배신자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뒤늦은 현실인식과 용단이라며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처럼 혹자는 이 노학자의 낯설면서도 익숙한 주장에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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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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