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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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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인적인 꿈과 사회적인 꿈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귀한 것, 아름다운 것, 온화한 것에 도움이 되며, 통찰의 순간들을 통해서 갈수록 세속화되어가는 시대에 지혜를 제공할 것을 꿈꾼다. 사회적으로는 개개인이 마음껏 성장하는 사회, 증오와 탐욕과 질시가 자랄 토양이 없어 죽어버린 사회가 창조되는 모습을 꿈꾼다. 나에게는 이런 믿음이 있고, 제아무리 참혹한 세상도 나를 흔들어 대지 못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후기', p247 

 Bertrand Arther William Russell.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그리고 철학자였으며, 한편으로는 사회비평가이자 반전반핵운동에 정열을 불사른 사회운동가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던 사람..... 그의 삶의 여정이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20세기의 지성으로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루어 내기 위해 몸소 행동할 줄 알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잃고 핍박을 받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앞장섰던 열정에 가득 찬 삶을 살았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열정에 사로잡힌 자신의 삶에 대해서 러셀은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삶을 이끈 세가지 열정에 대한 이러한 언급과 자신이 추구하며 살던 개인적, 사회적인 꿈에 대한 자서전 후기의 글을 통해서 '그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를 들여다보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제가 <Bertrand Russell's Best>인 이 책은 러셀의 저작물들의 내용을 발췌하여 모은 글이고 초고를 러셀이 직접 수정하기는 하였다고 하지만, 엄격하게 말한다면 러셀을 지은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고 차라리 편집자에 의한 러셀의 글모음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러셀의 저작 한 권, 한 권이 주장이나 논리에서 있어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부분 부분을 발췌하여 모아 놓은 것이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을 온전하게 표현해 내지는 못할 것이고, 더더구나 글을 발췌한 사람이 작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글을 발췌하고 편집하는 과정에 편집자의 취향이나 생각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테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러셀의 열정적인 삶이나 인류에 대한 연민을 행동으로 표현하던 사상 자체가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겠고, 다만 이 책이 숲을 보지 못한 많은 독자들에게 숲속의 도드라진 나무 몇 그루만 보여주는 근원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덧붙이는 말입니다. 이 책은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그리고 윤리라는 주제하에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에는 그에 어울리는 내용의 글들이 러셀의 저작에서 발췌되어 채워져 있는데, 전체적인 주제의 통일성 아래 배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글 전체가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수록된 발췌문 하나 하나가 그 나름의 독립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한 주제의 글들을 다 읽고 나서도 정리된 느낌보다는 여러 조각을 머릿속에 집어 넣은 듯한 느낌에 혼란스러움이 생기는데, 다행히도 각 주제의 말미에 '해설자의 닫는 글'이라는 글을 통해서 읽는 이가 러셀의 삶과 사상의 진수를 놓치지 않게 해당 주제에 대해 독자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버트런드 러셀 최고의 재치와 지혜, 풍자를 모은 결정판' 또는 '러셀의 정수를 모은 책'이라고 표현되기는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의 진면목을 모두 체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계점을 온전히 인정한다면, 러셀이라는 인물이 가꾼 커다란 숲을 이 책을 통해서 기어이 모두 보고자하는 욕심을 버리고, 숲속에서 눈에 띄는 나무 몇그루만이라도 진지하게 감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욕심을 버리고 그리 인정하고 읽노라면, 세상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이 담기고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진실과 열정이 담긴 구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블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권태는 약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나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 권태는 활기찬 행동이 없는 곳에서 자라난다', '신념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증거가 있는 것을 신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2 더하기 2는 4" 혹은 "지구는 둥글다"를 두고 신념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증거를 감정으로 대체하고 싶을 때 신념이라는 말을 쓰는 것 뿐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과학이고, 우리가 모르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자의 과업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도주의를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라'..... 이 글들을 통해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진지하게 되돌아 간다면, 읽는 이에게 남겨진 과제는 이 책이 인용하고 있는 러셀의 글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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