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하기 나름만은 아니다.

공자 & 맹자 : 유학의 변신은 무죄 ㅣ 지식인마을 3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이 책보다 나중에 나온 강신주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라는 책을 먼저 보았다. 속세와 무관하게 자연을 벗삼아 지내자는 학문이라고 배워 온 장자의 철학을 혁명적 사유로 분석한 저자의 글에 크게 공감했었다. 이 책은 1년 뒤 나온 책인데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유학을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학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자의 '예'는 피통치자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를 저자는 수치심의 정치로 설명한다. 그러나 전국시대의 통치자들에게는 이 정도의 수동적인 복종으로는 통치기반을 확립하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졌기에 공자의 사상보다는 양주와 묵자의 사상이 더 선호되었는데 이렇게 무너져가는 공자의 사상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맹자가 등장한다. 공자는 인보다는 예를 중요시하며 끊임없는 자기수양을 강조한 반면 맹자는 인간의 내면의 본성으로부터 기원하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등 네 가지 단서를 기르기만 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주체의 의지를 소홀히 했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하며 인간의 욕망의 힘을 무시하지 않고 공자의 핵심사상인 예의 외재성과 주체의 실천의지를 복원하려 하였다. 이러한 순자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한비자였다.

책의 후반부에는 성리학, 양명학, 정약용의 이론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으며, 호주제 폐지를 이슈로 우리나라의 가부장제를 살펴보고, 맹자, 순자, 고자의 이론이 사회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다소 조심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100자평] 아인슈타인 & 보어 : 확률의 과학 양자역학

아인슈타인 & 보어 : 확률의 과학 양자역학 ㅣ 지식인마을 5
이현경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의대를 갈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의대를 왔고 정신과를 전공하게 되었다. 과학자가 되는게 어린시절의 꿈이었지만 공학과는 멀어지게 되었는데 아이가 점점 커가자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해야한다는 묘한 압박을 받는다. 그 시작으로 집어든 책이 양자역학이라니...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책이다.

과거에 대한 과거사실들의 해석에 대한 해석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ㅣ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레오폴트 폰 랑케, 에드워드 카 그리고 포스트모던 역사관을 비교한 책이다.

랑케는 말한다. "나는 나의 자아를 소거해서 다만 사실로 하여금 말하게 하며..." 랑케는 철저하게 사실만을 고증하여 주관적 관점을 최대한 배제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라고 말하며 역사가가 중요성을 부여한 과거에 대한 사실만이 역사상의 사실로 전화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가는 자신의 현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자신이 속한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고 동시에 자신의 작업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포스트모던 역사관, 아마 이 책에서는 구조주의적 관점에서의 역사관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 때 기표(지시어)와 기의(지시 대상)는 일대일의 대응관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언어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실재가 아니라 실재의 어떤 양상만을 추상화하거나 일반화하고 혹은 일정한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실재를 왜곡한다. 따라서 과거 사실과 과거에 대한 사실(표상) 사이의 간극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역사란 해석에 대한 해석일 뿐이며 그 해석은 다른 아닌 역사가의 해석이며 담론에 불과하게 된다. 전통적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되면 결국 역사학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염려하며, 포스트모던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무한한 해석이 가능한 풍요로운 공간으로 간주한다. 사실 재현은 불가능하지만 풍요해진 텍스트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평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ㅣ How To Read 시리즈
레이 몽크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비트겐슈타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비트겐슈타인 전공자인 영국의 철학교수가 쓴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고 그의 책 논리 철학 논고와 철학적 탐구에서 핵심적인 텍스트를 발췌하여 이를 설명하고 있다. 텍스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의 해석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소개하는데 그친다는 저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가 아니라 나는 결코 읽어내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저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보편적 지식의 허구와 합리적 의사소통의 힘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ㅣ 지식인마을 32
하상복 지음 / 김영사 / 2009년 6월

근대를 비판한 푸코와 근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한 하버마스를 비교한 책이다.

신이 사라진 근대에서 이성은 신의 자리를 대체하며 오히려 절대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광인은 과거에 정상인과는 좀 다른 사람이거나 오히려 신과 통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나 이성이 지배하는 근대에 이르러 광인은 실성, 즉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취급되며 비정상인으로 규정되었다. 푸코는 이와같이 광기, 시체, 성욕, 범죄의 역사와 그 역사에 개입하는 담론과 지식, 그리고 담론과 지식의 권력적 본질을 탐구하여 마침내 서구식 근대가 결코 자유와 해방의 세계가 아님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지식이라는 믿음에 도전장을 던졌다. 푸코는 과학적 지식은 단절과 불연속성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보편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푸코의 근대 이성 비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근대 이성은 모든 인간을 존엄성의 차원에서 동일하고 동등하게 규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율적이고 완성된 인간과 종속적이고 미완성된 인간을 구분하여 전자는 후자를 통제하고 다스릴 도덕적, 정치적 권한을 갖는다. 둘째, 근대 이성에 의해 형성된 지식은 타율적이고 완성되지 못한 인간에 대한 지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근대 지식은 과거와는 달리 인간 개인의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은밀하고 정교한 권력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푸코는 계보학을 통해, 특정한 담론들을 담론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분법적 지식 체계를 통해 특정한 담론들이 외적인 강제 없이 스스로를 통제하도록 하는 지식과 권력의 내밀한 결탁관계에 대하여 분석했다.

하버마스는 서구 근대 이성이 본래 해방적 힘을 발휘해왔으며, 18세기 서유럽 부르주아 공론장을 그에 대한 적절한 역사적 사례로 든다. 근대의 문제는 그 해방적 힘이 특정한 역사적 국면 속에서 가라앉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방적 힘이 간직되어 있는 영역 속에서 이성의 잠재력을 현실화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생활세계 내 합리적 의사소통의 활성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