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우아하게 - 도시에서 더 빛나는 초 절전 5암페어 생활기
사이토 겐이치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티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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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처: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함께하는 품> 26 (2016년9월)

양솔규(회원)

 

《전기없이 우아하게》
사이토 겐이치로/티티/12,000원/2015년8월

이 책은 신간은 아니다. 그러나 시의적절하다. 책 초반에 나오는 저자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의 경험은 지금 한국에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뜨거웠던 폭염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전기’를 쓰기 위해 ‘누진제’를 공격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여 만에 이제는 지진과 ‘핵발전소’를 걱정하고 있다. 다이나믹 코리아다.

저자 사이토 겐이치로는 2004년부터 <아사히신문>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이다. 그는 2011년 동일본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지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을 경험한 후 그는 도쿄로 돌아왔다. 그러나 세상은 벌써 후쿠시마를 잊고 있었다. 도쿄는 불야성이었다. 2012년 6월, 노다 요시히코 수상은 “국민 생활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돌아갈 곳이 없는 후쿠시마 사람들, 농민들과 동물들의 슬픈 눈, 돈은 전력회사가 벌고, 전기는 도쿄 사람들이 쓰는데 피해는 후쿠시마 사람들이 받는 이상한 현실, 아무리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해도 달라지지 않는 휘황찬란한 불야성의 도쿄거리를 보며 그는 전기 없이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우선, 암페어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되는 요금제에 아이디어를 얻어 초 절전 5 암페어 생활을 실천하기 시작했다.(일본은 10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한 번에 500와트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 한국은 5킬로와트를 기본 계약 전력으로 삼는 반면, 일본의 각 전력회사는 각 가정에서 적당한 전류 제한을 정해 전력회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 제도를 운영.) 그리고 이를 신문에 연재했다. 5A에 맞는 차단기로 교체하고, 이를 초과하는 에어컨, 전기밥솥, 드라이어, 전자렌지 등으로 ‘가전제품의 무덤’을 만든다. ‘소비전력 측정기’를 사서 각 가전제품들의 특성과 소비량을 ‘눈으로’ 파악하게 되면서, ‘탈(脫) 전기 생활’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여름과 가을, 겨울을 지나고,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그는 ‘전기없이 우아하게’ 사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전환 과정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현실 속에서 부딪혔던 수많은 장애물들, 난관들, 편견들 역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여름에는 바람을, 겨울에는 햇빛을 받아들이는 자연친화적 주거, 전기 없는 삶이 가져다주는 여유를 여자친구(현재의 부인)와 함께 누리는 단계까지 갔다. 그는 후쿠시마에서의 경험을 결코 잊지 않았고, 전기 없이도 쾌적하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의 바램대로 그는 부품을 조립해 만든 태양광발전소 ‘건강제1전력’ 소장(독립형 자가 태양광발전)이 되었다. 아주 쉬운 책이지만, 저자의 실존적 고민들이 잘 전달된다. 경기도 고양시의 신생 독립출판사 티티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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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
노동자역사 한내 엮음 / 한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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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양솔규 편집위원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 역사 알기』/ 노동자역사 한내 / 한내 / 2015년11월 / 65,000원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6년 1월호, 통권27호

 

몇 년 전 형네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두꺼운 사진책을 보게 되었다. 기억이 맞다면 이태리 노동총연맹(CGIL)에서 낸 이태리 노동운동을 담은 사진집이었다. 자본주의 초창기 공장에서 일하는 아동노동자로부터 시작해서 그 유명한 1969년 ‘뜨거운 가을(autunno caldo)’과 FIAT 금속노동자들의 파업, 이태리 공산당 당대회 사진 등, 글자로 익혔던 이태리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국면들이 불뚝불뚝 생생하게 다가왔다. 빛나는 노동운동사를 만들어 나간, 아니 그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해 대대로 함께 나눠보는 이태리 노동운동의 저력이 부러웠다.

지금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노동운동 역시 다른 나라의 노동운동 못지않게 빛나는 투쟁의 역사와 성과를 만들어 냈다. 70년대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의 산업의 지리적 재편과 분업 조정을 거치면서 가치사슬의 맨 아랫부분을 담당하던 한국, 브라질, 남아공 등 제3세계의 노동자들은 저항의 불꽃을 터뜨렸고, 이러한 노동운동 후발주자들의 빛나는 분발을 일컬어 ‘사회운동적 조합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그러나 그 흔적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변증법적 유물론은 ‘양적 변화의 질적 변화로의 도약’을 하나의 법칙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사전적인 법칙을 절대시할 필요는 없겠으나, 역사 공부와 서술에 있어서는 정말 딱 들어맞는 서술이 아닐 수 없다. 풍부한 사료와 다양한 관점은 지나간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리고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모르는게 당연하듯이, 사료와 관점이 없으면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알 수가 없다. 빛나던 투쟁의 역사는, 정신은, 감동은, 자부심은 드러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노동운동사는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리는 영아사망의 상태나 다름없다. 투쟁은 계속 생겨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5년만 지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관련한 자료는 고사하고 날짜라도 찾고 싶어도 찾을 방법이 없다.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에게 역사가와 역사를 기록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들은 한낱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사람들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부심만으로 켜켜이 쌓여 나가는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 여기서 그때그때 해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물의 누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역사 한내’가 그나마 한국 노동운동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우리 노동운동이 걸어온 120년 역사를 담은 사진들을 모아 두꺼운 사진집을 낸 것이다. ‘노동자역사 한내’는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의 역사를 담은 <전노협 백서>를 만들던 故 김종배 동지(모란공원 묘역에 그의 묘소가 있다.)의 정신을 받아 안고 노동운동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8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조직노동이 해야 할 역할을 ‘외부세력’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로 되어 있지만 ‘노동자역사’라기보다는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한 사진이 주를 이룬다. 한 노동자의 삶은 투쟁만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투쟁이라는 것은 삶 전체에서 보면 짧은 예외적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진집이 한국 노동자들의 역사를 오롯이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응축된 분노를 표출하는 그릇이고, 그 응축된 분노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 부르는 건 그래서 적절하다. 잘 포착한 한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감동의 깊이와 압축된 설명은 열권의 책 못지않다. 이 책에 실린 광주항쟁이 일어나기 직전 ‘사북사태’로 불리던 1980년 4월 사북 동원탄좌 노동자들의 사진이나 1971년 KAL 빌딩에서 체불임금 투쟁을 벌이던 파월 한진 노동자들의 투쟁 사진은 아무리 꼼꼼하게 한국노동운동사에 대해 공부하더라도 알기 힘든 현장감과 당사자들의 심정을 포착해 전해준다.

 

이 사진집에 실린 사진들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경향신문과 같은 오래된 신문사들의 사진도 있고, 원풍모방 박순희 부지부장이나 동일방직 이총각 지부장과 같이 당사자들이 제공한 사진들도 있다. 또한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같은 기관지 기자들의 사진들도 있다. 사진을 남기고 기록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눈물과 분노 속에서도 투쟁한 모든 우리 노동자들의 노력이 한 권의 사진집을 만들었다.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내는 다른 주요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11월에 발간되었다. 아마도 우리 노동운동의 뿌리, 전태일 열사가 그 달에 산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 한다.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는 책들이 한권 한권 쌓일 때마다 우리는 진정으로 영원히 ‘모두 다 사라지지 않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의 무게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65,000원이라는 책값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개개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노동조합도 좋고, 사회단체도 좋고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 이 책 한 권씩 구매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동네 공공도서관에 회원가입하고 희망도서 신청을 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창원의창도서관, 부산금정도서관, 영등포평생학습관에 책 신청을 했다. 그 정도 노력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지난 9월27일, 민주노총 편집국과 금속노조 편집실에서 일하던 이정원 동지가 병마와 싸우다 운명하셨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 중 많은 사진이 그가 찍은 사진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

 

<더 볼만한 책>

⟪노동자-강철과 눈물의 빛⟫/ 사회사진연구소 / 동광출판사 / 1989년12월

: 80년대 말, 90년대 초 현대중공업 파업투쟁 등 노동운동을 기록한 사회사진연구소의 사진집. 한국 사진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작업이었다.

⟪사진으로 기록한 이 시대 우리이웃 시리즈⟫/ 20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 눈빛

: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에서 나온 민중들의 삶을 기록한 사진집. 현재 5권이 나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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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마니에르 드 부아 Maniere de voir 시리즈 1
세르주 알리미 외 32인 지음, 이진홍 옮김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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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5년2월호


전세계 좌파의 민낯을 살핀다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2014년12월 / 19,800원


한국의 사회운동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내는 잡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대중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아마도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2월 즈음인 거 같다. 생소한 디플레이션 상황과 IMF 구제금융, 처음으로 겪게 된 대량실업에 사람들은 어리벙벙했고 이는 운동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바로 IMF 캉드쉬 총재를 만나 성실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이행을 약속했다. 한국사회는 이제 개발독재시기와 단절하고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글들을 편역해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격렬한 투쟁이 소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 화물트럭노동자들의 투쟁(보통 ‘팀스터’라 불리는 조직. 마피아와 결탁했던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호파가 위원장으로 있던 조직)은 당시 제조업과 사무직 중심의 한국 노동운동으로서는 생소한 싸움이었다. 훗날 미국 노동운동은 이러한 팀스터 등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을 동력으로 개혁파 스위니 집행부를 출범시키고 미국노총(AFL-CIO)의 개혁을 추진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전국운송하역노조를 종자돈으로 삼고 전략적 조직화 사업을 통해 ‘화물연대’를 건설한다. 또한 이 책에는 브라질 PT당의 주요한 지지기반 중 하나였던 무토지농민운동(MST)도 소개했다. 그리고 1995년 1월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가 발효되던 날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봉기한 싸빠띠스따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명문 ‘제 4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도 이 책에 실린 바 있다. 네그리와는 다른 결을 가진 자율주의자 존 홀로웨이의 ‘새로운 권력개념’ 역시 신선한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해준 가장 큰 메시지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재앙이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재앙에 맞선 투쟁이 전세계적 맥락을 가지고 치열하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나 ‘전국노동운동단체연합’. ‘매일노동뉴스’와 같은 다양한 조직들의 소식지에 이러한 투쟁의 단면들은 전해지고 있었다.)


지금 소개하는 책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이 발행하는 격월간지 ⟪마니에르 드 부아 Manière de voir⟫ 124호 ⟪집권 좌파의 역사⟫를 번역한 것이다. 다소 어색한 제목인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 책의 서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당의 처지가 ‘집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서구와 남미의 집권 좌파의 역사를 검토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오히려 “변화와 개혁을 잘 이끌기 위해서 집권은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1부는 세계진보정치가 품은 ‘거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최초의 노동자공화국이라는 ‘파리 코뮌’을 비롯해 비록 독일과의 환율 협상에서 패배하고 항복하고 말았지만 전후 서구 최초의 좌파정권을 수립한 프랑스사회당의 사례 등이 소개된다. 미테랑이 73년에 쓴 글에는 프랑스사회당의 원대한 꿈이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유럽을 건설하는 일은 프랑스에 사회주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당은 노동자 조직 전체와 유럽 사회주의 운동과 함께 행동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감동적인 서술은 이미 파리 코뮌의 선거관리 위원회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코뮌의 깃발은 전 세계 공화국의 깃발이며 모든 도시는 그 도시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시민이라는 칭호를 마땅히 부여할 권리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외국인들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반제국주의자인 부르키나 파소의 대통령인 토마 상카라가 1984년 유엔 총회 연설은 또 어떤가? “가난한 대중을 위해, 하나의 사상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탁합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교만이 더 이상 횡행하지 못하도록,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슬픈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슬픈 광경을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무지가 사라지도록, 그리고 더 이상 무기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입니다.”


2부는 지구상 수많은 좌파들의 다양한 경험과 맞부딪힌 문제들을 다룬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였던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는 21세기 좌파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현재 참여예산제의 예산폭도 축소되었고, 심지어 “지지층 표심을 확실하게 하려는 인기전술로 활용되어 의미가 퇴색하고 그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경제 엘리트와 공권력에 의한 제도화,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진정한 활동 수단을 다시 부여하는 것 사이에 놓여 있는 참여예산 제도는 좌파들이 다시금 부여잡고 재생해야 하는 주제이다.


3부는 좌파들이 맞이했던 실패의 경험들을 보여준다. 충분조건을 마련하지 못한 좌파들이 겪은 실패들에는 미테랑의 ‘긴축정책 대전환’, 새로운 노동당주의 등이 해당된다. 말하자면 ‘변변치 못한 수단과 무거운 책무만이 남아있는 시대’의 좌파들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들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이러한 ‘구조’, ‘조건’이 결코 견고하게 고착화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참여 민주주의적 상상력은 오히려 정치가 정당성을 상실하는 정치 위기 상황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변변치 못한 수단과 무거운 책무만이 존재하는 수렁에 빠진 그리스의 상황이기에 더더욱 중대한 시대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비록 올랑드가 파리를 방문한 시리자의 젊은 당수 치프라스를 문전박대했지만 말이다.


4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여전히 새로운 세상과 유토피아의 현실화를 꿈꾼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 ‘기본소득’을 다루면서, ‘수입과 노동의 분리에 기초한’ 다양한 복지제도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 역시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이 책에는 유명한 인도의 여성단체 SEWA가 실시한 무조건부 현금지원 실험을 소개한다. 또한 좌파시장 더블라지오를 선출한 뉴욕의 변화도 다룬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인은 “(한국) 좌파 정치의 가장 큰 오류는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혹은 여론과 미디어에 영합하고자 자신들의 주장과 정체성을 일관되게 끌고 가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선거가 끝나면 정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늘 정당 통합이나 신당 창당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늘 그렇듯이, 예전과 같은 정치공학적인 통합이나 창당이 반복된다”며 “집권을 꿈꾸는 정당이라면 가치와 비전 그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정책, 이를 만들어낼 실력을 갖추는 데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동영의 탈당과 국민모임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충고가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다만, 좌파라고 볼 수 없는 손학규, 주대환 등의 한국 필자들에게 ‘갈림길에 선 한국 좌파’(5부)를 물어보는 것은 귀한 충고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 책의 실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읽을만한 책>


⟪좌파로 살다⟫/ 뉴레프트리뷰 엮음 / 사계절 / 2014년2월 / 35,000원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장석준 / 개마고원 / 2014년1월 / 15,000원

유럽을 건설하는 일은 프랑스에 사회주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당은 노동자 조직 전체와 유럽 사회주의 운동과 함께 행동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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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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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 안에서 별 헤아리는 난쟁이들에 대한 기록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변경 지도/ 이상엽 / 현암사 / 201412/ 25,000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5년 1월호 


우리 당원들의 책을
불온한 서재에 여러 번 소개하게 되니 너무 당파적인거 같아 면구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 당원들이 그만큼 불온한것을.

이번엔 사진집이다. 아니, ‘포토 르포르타주이다. 사진집이라고 하기에는 글이 너무 많은 거 같고, 애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이나, 존 리드의 세상을 뒤흔든 열흘에 비해선 사진이 많다. 그러니까 포토 르포르타주이다.

 

사진이라는 최후의 언어가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일찍이 19805월 광주에 대한 사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지 않았던가? 또한 운동권의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사회사진연구소의 아주 선동적인 사진들(노동자-강철과 눈물의 빛)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웠다. 또 다른 종류의 사진들도 있었다. 1988, 1회 노동문학상을 수상한 박노해의 신작시가 발표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던 노동문학의 표지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이 찍은 탄광촌의 소녀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조세희 선생의침묵의 뿌리의 표지에도 사용). 그리고 75년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 강운구 선생의 사진들과, 부산 사람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기록한 최민식 선생의 사진들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상엽이라는 낯익은 작가를 만난다. 우리에게 이상엽은 사진가보다는 진보신당 정책위 부의장,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더 익숙하다. 그런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발적이었다. 1991년 인민노련이 중심이 되어 만든 월간길을 찾는 사람들(93년에 사회평론과 통합해 사회평론 길이 됨. 보통 지에 비교해 지로 불림)에 입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는 예술적 교양(?)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거 같다. 지금은 시대의 스테디셀러가 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이 지면을 통해 연재되었고, 탄광 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황재형 작가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곤 했다. 그런 지였지만 경영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진부 기자들이 임금체불로 모두 사직하게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진부 기자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상엽은 변경 지도를 통해 이 땅의 변경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을 기록했다. 변경(邊境)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지리적 변경과 심상적 변경 양 측면을 모두 아우른다. 예를 들어 변경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이미 변경이 된 곳들, 예컨대 철거민들의 주거지”(10)가 그렇다. 그렇기에 변경은 공간적으로만 구축되는 것이 아니모든 변경은 서사를 통해 역사적 기억에 관한 의식을 제공하면서 구축된다. 따라서 모든 변경은 역사적이며 인위적이다. 또한 변경은 원심력으로 밖으로 튀어나가기도 하지만, 구심력을 통해 중심으로 돌진하기도 한다. 변경은 단지 무질서의 세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자궁이다. 이때 오래된 권력이자 자본이 만든 중앙에 맞서 변경자본과 낡은 권력을 허무는 진지가 된다.(16)

이상엽을 비롯해 수많은 사진가들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싸우는 현장, 소리치는 현장으로 말이다. 용산으로, 강정으로, 밀양으로, 진도로, 광화문으로.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고통을 사진으로 옮기고자 했다. 왜 그랬을까? “도덕적인 책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상엽의 사진들을 통해 이러한 변경의 지도를 각인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슬퍼서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기시감이기 때문”(42)이다. ‘기묘한 사막이 되고 만 새만금과 녹조로 인해 거대한 고체가 된 듯한 4대강의 운명은 어찌 이리도 같은가? 용산참사와 밀양의 밀려나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리 닮았을까? 그래서 저자는 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탐욕은 이제 강으로 갔고, 다음은 어디일까? 분명 산이다. 그 다음은 어디일까? 섬이다. 그리고 또 어디로 이어진 것인가?”(79) 변경에 머무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내성천과 같이 자본과 권력에 피해 입는 자연도 역시 변경이다. 학살당한 내성천의 수양버들과 금호동의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은 모두 변경에 머무는 주체들이다. “나무든 인민이든 소리치지 못하면 이리 된다.”(99) 그럼에도 끊임없이 돌진하는 변경의 삶은 깊게 흐르던 내성천을 닮았는가?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면면히 흐르는 도도한 삶의 의지가 우리를 중심으로 이끄는지도 모른다.

 

지리적이든 심상적이든 변경은 무엇보다도 경계이다. 변경의 경계는 가림막으로 나타난다. 용산참사의 현장을 가리는 가림막, 강정 해군기지 건설현장의 참혹함을 가리는 가림막, 그리고 밀양 송전탑 현장 접근을 막는 가림막. 성북에도, 왕십리에도, 서대문에도, 마포에도. 세상을 나누는 가림막 “21세기,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가림막 안쪽에서 별을 헤는 난쟁이들이 있다.”(42) 그리고 난쟁이들가림막 안쪽 폐허 속에서 소곤거린다.(26)

사실 그의 이러한 변경에 대한 사색은 오래된 것이다. 그의 전작 최후의 언어에서도 이러한 사색의 일단을 내비췄으며, 파미르에서 윈난까지에서는 중국의 변경 서부중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변경 시대는 철저하게 변경만을 묵묵히 기록한다. 그래서 사진은 흑백이다. 사진가들에게 흔히들 기대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중단된다.(40) 화려한 스펙타클한 경관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그의 전작들, 파미르에서 윈난까지,최후의 언어,중국을 보기 바란다.

 

저자는 기록가로서의 자기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삶에 대해 숙고한다. “노동자 계급도 아니고, 인텔리겐차에 가까운, 그러나 노동자 계급처럼 행동하지만 또한 자본과 권력의 미디어에 의존해야만 하는”(115) 모순적 위치와 역할행동에 대해 말이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분단의 풍경에 다가가지 못해 억지로라도 망원렌즈를 당겨보지만, 피사체는 커지기만 할 뿐 그곳으로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사진가들의 사진을 사준 역사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사진집도 사지 않는다. OECD 최장 노동시간, 불평등 지수 최고인 한국사회에서 독서 안하기로 OECD 1위인 것은 당연한 것인가?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그래서 그는 사진가라는 외피를 벗고 그들의 벗이 되어 보겠다고 진보정치에 뛰어들어 5년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카메라는 무력했고 나의 글은 공허했다. 19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앞으로 5년이 결정된 밤에 꾸역꾸역 글을 썼다. 그리고 또 깨닫는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최후의 언어, 38) 그래서 그와 내가 동의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내게 가장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손에 잡았을 때 그것이 손의 연장으로 느껴지며 파인더를 눈에 대는 순간 그것이 내 눈이라고 생각되는 카메라다.” (최후의 언어, 275) 아마도 민중들이 노동당을 필요로 한다면, 노동당이 이러한 카메라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일게다. “문을 나서면 추락할 것 같은”(125) 사람들의 몸을 녹여 주는 국밥 같은존재 말이다.

 

 

<더 읽을만한 책>

최후의 언어/ 이상엽 / 북멘토 / 20146/ 16,000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이상엽 / 현암사 / 201112/ 17,000

중국/ 이상엽 / 눈빛 / 2007/ 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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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 21세기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을 위한 적록동맹 프로젝트
김현우 지음 / 나름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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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선택이 녹색전환을 이끈다

양솔규 기획조정실 국장
출처 : 노동당 기관지 <미래에서 온 편지> 2014년 12월호

정의로운 전환/ 김현우 / 나름북스 / 201410/ 15,000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10월초 <경남지역 기계산업의 특징 및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기계산업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최근의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고, 기계산업의 세계적 추세인 IT 융합 부품산업이 취약하며,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나 충남에 비해 IT 융합도가 낮다고 한다. 그 결과 경남지역 기계산업은 금융위기 이후(200912) 연평균 2.3% 성장에 그쳐 전국평균(경남 제외, 8.9%)보다 훨씬 낮다. 물론 이러한 수치상의 하락이 장기적 추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산업의 급격한 변동(하락)에 대해 구체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본은 경영난과 산업 환경의 변화를 빌미로 먹고 튈 수는 있지만, 노동자와 노동자의 지역사회는 그럴 수 없기 때문(205)이다.

이러한 고민이 우리에게만 닥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의 루카스항공은 18천여 명을 고용할 정도로 큰 회사였지만 경쟁력 약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선진 활동가 마이크 쿨리 등은 루카스 플랜이라고 불리는 협동계획을 구상했다. 이 계획은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 기업 내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를 최소화 하는 생산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군수산업에 속했던 루카스항공은 이러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의료기기 등 적정기술과 인간중심 시스템을 적용한 새로운 실험을 기획했던 것이다.

스웨덴의 조선업 중심도시였던 말뫼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지역사회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에 밀려나면서 조선소는 문을 닫았고, 2002년 이 크레인은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려나갔다. 크레인이 떠나던 날 말뫼 시민들은 부둣가에 나와 떠나가는 크레인에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말뫼의 눈물은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크레인이 철거된 자리에는 마치 꽈배기처럼 꼬고 있는 친환경 고층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새워졌고, 곧 이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이 도시 인구 중 50만 명이 녹색 일자리를 갖고 있고, 전체 쓰레기의 98%를 재활용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상풍력발전소가 6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 도시 교통의 절반은 자전거가 맡는다.

요컨대 말뫼의 경험과 루카스 플랜에는 산업의 지리적, 기술적 변동이라는 씨줄과 기후변화라는 날줄이 교차하고 있다. 한 지역(국가)의 고용안정과 산업생산의 안정화에만 집착해서는 지구적, 시대적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오일피크는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딘가에 떨어지는 모래 한 알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우연한 모래 한 알의 낙하가 아니라, 임계점에 다다른 지구의 생태적 한계이다. 선순환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준비자본의 몫이 아니다.

국제노총은(ITUC) 코펜하겐 총회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협약문에 넣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요구사항에는 기후변화 정책의 설계, 정책 수립, 모니터링에서 노동조합 등 모든 이해 당사자와의 협의와 적극적 참여’, ‘녹색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전통적 부문들의 녹색화 투자로 재정 방향 운용등이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노총(CLC)정의로운 전환을 공식적으로 노조의 입장으로 채택했다. ‘공정함재고용 또는 대체 고용’, ‘보상’, ‘지속 가능한 생산등을 포함하는 캐나다 노총의 프로그램은 많은 다른 노동조합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영국 철도항만운송노조(RMT)는 런던 히드로공항 확장 계획을 유보시키고 대신 환경친화적 궤도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유럽노총(ETUC)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CO240% 감축할 경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에 착수했으며, 미국노총(AFL-CIO) 30개 이상의 노동단체, 환경단체들은 아폴로 동맹(Apollo Alliance)을 만들어 녹색 일자리 창출과 청정에너지 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의 건설노동자들은 숲을 비롯한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를 거부하는 활동, 즉 그린 밴(Green Ban)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잭 먼데이는 용산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뜻맞는 사람들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에서 활동과 연구를 하면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을 종횡무진 누볐던 노동당 당원 김현우는 우리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적색과 녹색의 씨앗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선구자인 미국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부터 시작해, 한국의 토니 마조치인 김말룡, 생태사회주의와 노동해방에 대한 이론적 검토, 녹색 일자리와 녹색 교통, 코펜하겐 투쟁의 경험, 그리고 한국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어색하지만 진지한 만남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한다. 더구나 이 책에 실린 저자의 글 중 상당수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해 설립된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기관지 함께하는 품에 실렸다는 것도 적록동맹의 지평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다.

우리 운동의 공백지점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검토는 한국의 적색과 녹색이 각자의 영토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차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로 모아진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어쩌면 서로가 자기 얘기만 하고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막막함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90년대 김포매립지 농지의 상업용지 변경에 반대했던 민주노총 사무실을 동아건설 노동자들이 점거한 사건, 새만금 사업 반대에 항의해 농업기반공사노조가 탈퇴한 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환경단체와 전력노조의 대립 등은 적색과 녹색의 결합이 아직은 성과보다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적록정치의 전략, 예컨대 제조업 생산자-서비스업 생산자-농업 생산자-소비자사이의 적록연대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적록정치의 대안주체들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일 것이다. 그런 시도가 없지는 않다. 부산에서는 부산노동자생활협동조합이 움직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동당과 녹색당의 서울시당 당부가 적록포럼을 가동했다.

적록정치 vs 선진국(미중)-화석연료-산업 카르텔의 결정적 싸움이 또한번 예고되어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결국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번 2014년 겨울 페루 리마에서 열릴 기후변화 총회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강고한 저들에게 맞설 것인가? 미래를 위한 전략, ‘정의로운 전환을 방향타 삼아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에 나서보자.

 

 

<더 볼만한 자료>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이반 일리치 / 느린걸음 / 20149/ 12,000

기후변화와 노동계의 대응과제: 정의로운 전환자료집, 이유진, 장주영 등 /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 20081

우리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7/ 송성수 편 / 녹두 / 1995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 자동차를 죽였나? who killed the electric car?/ 크리스 페인 감독, 2006년 선댄스영화제 출품작

영화실크우드/ 마이크 니콜스 감독, 메릴 스트립 주연 /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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