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이 우아하게 - 도시에서 더 빛나는 초 절전 5암페어 생활기
사이토 겐이치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티티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출처: 평등사회노동교육원 <함께하는 품> 26 (2016년9월)

양솔규(회원)

 

《전기없이 우아하게》
사이토 겐이치로/티티/12,000원/2015년8월

이 책은 신간은 아니다. 그러나 시의적절하다. 책 초반에 나오는 저자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의 경험은 지금 한국에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뜨거웠던 폭염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전기’를 쓰기 위해 ‘누진제’를 공격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여 만에 이제는 지진과 ‘핵발전소’를 걱정하고 있다. 다이나믹 코리아다.

저자 사이토 겐이치로는 2004년부터 <아사히신문>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이다. 그는 2011년 동일본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지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을 경험한 후 그는 도쿄로 돌아왔다. 그러나 세상은 벌써 후쿠시마를 잊고 있었다. 도쿄는 불야성이었다. 2012년 6월, 노다 요시히코 수상은 “국민 생활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돌아갈 곳이 없는 후쿠시마 사람들, 농민들과 동물들의 슬픈 눈, 돈은 전력회사가 벌고, 전기는 도쿄 사람들이 쓰는데 피해는 후쿠시마 사람들이 받는 이상한 현실, 아무리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해도 달라지지 않는 휘황찬란한 불야성의 도쿄거리를 보며 그는 전기 없이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우선, 암페어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되는 요금제에 아이디어를 얻어 초 절전 5 암페어 생활을 실천하기 시작했다.(일본은 10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한 번에 500와트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 한국은 5킬로와트를 기본 계약 전력으로 삼는 반면, 일본의 각 전력회사는 각 가정에서 적당한 전류 제한을 정해 전력회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 제도를 운영.) 그리고 이를 신문에 연재했다. 5A에 맞는 차단기로 교체하고, 이를 초과하는 에어컨, 전기밥솥, 드라이어, 전자렌지 등으로 ‘가전제품의 무덤’을 만든다. ‘소비전력 측정기’를 사서 각 가전제품들의 특성과 소비량을 ‘눈으로’ 파악하게 되면서, ‘탈(脫) 전기 생활’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여름과 가을, 겨울을 지나고,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그는 ‘전기없이 우아하게’ 사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전환 과정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현실 속에서 부딪혔던 수많은 장애물들, 난관들, 편견들 역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여름에는 바람을, 겨울에는 햇빛을 받아들이는 자연친화적 주거, 전기 없는 삶이 가져다주는 여유를 여자친구(현재의 부인)와 함께 누리는 단계까지 갔다. 그는 후쿠시마에서의 경험을 결코 잊지 않았고, 전기 없이도 쾌적하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의 바램대로 그는 부품을 조립해 만든 태양광발전소 ‘건강제1전력’ 소장(독립형 자가 태양광발전)이 되었다. 아주 쉬운 책이지만, 저자의 실존적 고민들이 잘 전달된다. 경기도 고양시의 신생 독립출판사 티티는 이 책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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