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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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송중기가 찍었다는 영화로 유명해져서 십몇년만에 개정판이 출판된 책입니다.

 

90년대 후반 북한이 고난의 행군시기일 때 탈북해서 벨기에에서 난민이 된 로기완이라는 청년을 글로 쓰고자 하는 방송작가의 글이라고 해야되겠네요.

 

소설에서는 두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로기완과 윤주

 

로기완은 가난한 북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대기근을 겪어야 했고, 그의 어머니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이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로기완은 어머니의 시체를 판 돈과 죄의식 두 가지 모두를 가슴에 품고 살기 위해 유럽을 떠돕니다.

 

여고생 윤주는 얼굴에 암으로 발전하는 거대한 종양을 달고 어둠 속에서 흐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 모두 그들의 선택이 아니고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불행이 그들을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로기완은 벨기에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 난민지위를 획득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또다른 선택을 하여 불안정한 삶을 계속 살아갑니다.

 

윤주는 본인의 선택도 잘못도 아니지만 어쨌던 살아가야 합니다.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로기완은 벨기에에 떨어진 북한사람입니다.

프랑스어도 영어도 네덜란드어도 못하고 심지어 알파벳도 몰라 소통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신분증은 탈북과정에서 버렸습니다.

로기완은 본인이 누구인지를 누군가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보통 우리가 내가 누구인지를 이야기할 때 이름, 나이, 사는곳, 직업 등등을 말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신분증을 제출해도 되고 손짓 발짓 바디랭귀지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 나이 사는 곳등 문자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외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의, 우리의 경험에서 나의 지식과 경험이 완전히 쓸모없는 상황을 겪은 적이 없죠.

나는 누구인가?를 다른 이에게 설명할 때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름 나이 사는곳 직업이 진짜 나는 아니죠.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려면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로기완과 윤주 말고 또 다른 두명이 있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방송작가인 김작가와 로기완을 도와줬던 박.

두 사람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작가는 선의로 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기에 누구도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위로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또한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치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알 듯 말 듯 한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에게 상처를 보듬어주며 다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게 됩니다.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말을 곱씹어봅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좋은 과정을 거쳤지만 의도치않게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얼마만큼 미안함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까요?

주위의 사람들이 너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위로를 해주지만 극복하는 건 끝내 본인의 몫입니다. 다른 이들이 위로랍시고 해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책임감을 숫자로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길을 걷다가 소매치기를 발견했다고 칩시다.

슬쩍 발을 걸어 넘어뜨려 소매치기를 체포하는데 도움을 줬다면 아마도 칭찬도 받고 용감한 시민상 같은 것도 받겠죠.

그런데 소매치기가 넘어지면서 손을 잘 못 짚어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조금 미안하기는 하겠지만 어짜피 나쁜 사람이니 벌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좀 많이 나가서 소매치기가 넘어지면서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식물인간이나 뇌사 또는 하반신 불구 등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내가 얼마나 미안해 해야 할까요?

한발 더 나가서 알고보니 식물인간이 된 소매치기가 현상수배 중인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범이었다면 나는 미안하지 않아도 될까요?

깁스는 1만큼, 식물인간은 두달동안 뭐 이런 식으로 법으로 정해주면 얼마나 좋은까요?

도의적인 책임감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객관적 수치로 대신해주면 어떨까 하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질문도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

알듯말듯한 저 문장은 힘이 듭니다.

 

나는 왜 사는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태어났으니까, 살고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나에게 너는 누구이냐라고 묻고 왜 사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자신있게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화두로 삼고 생각에 빠져볼 만 합니다.

ps.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영화와 소설은 좀 많이 다릅니다.

송중기는 키가 159cm도 아닐뿐더러 탈북청년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잘생겼습니다만 그걸 무시하고 본다면 영화는 꽤나 재미있습니다만 원작 소설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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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반려, 혼자가 아닙니다만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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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의 새로운 책

지식채널의 책은 잊지않고 꼬박꼬박 챙겨봅니다.

지난번에 올렸던 차이나는 클래스와 함께 컬렉션하는 책이기도 하지요.

벌써 19권이나 되군요.

대부분은 초판 1쇄이구요, 두세권만 초판 2쇄본입니다. 초판 2쇄본은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군요.

이번 책의 제목은 반려, 혼자가 아닙니다만 이다.

반려 하니까 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반려견, 반려묘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반려자가 가장 먼저 생각났어야 하는게 아닌가 한다.

반려자라는 단어보다 반려견 반려묘를 먼저 떠올리다니 많이 변했다.

이 책은 반려동물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하는 모든 것에 대한 내용이다.

반려동물부터 시작해서 반려식물, 반려악기등을 지나 반려자, 가족까지 나아가서

지금 시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안내견의 생애.

치매노인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까하고 데려다 놓은 고양이들로 인해

노인들이 기억을 되찾는다는 내용.

두번째 챕터는 인간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동물들의 이야기

언어가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몸짓, 자세, 움직임, 소리들로

소통하고 싶어나는 언어가 있다는 이야기.

고양이의 입장에서 살펴본 인간들의 삶.

소리가 나는 장난감으로 눈을 뜨고 일어나 씻고 밖으로 나가는 인간들

어둠이 내리면 집으로 돌아와 아무데나 벌렁 누워 밖에서 구해온 먹이를 먹고

멍하니 한곳만 바라보다 잠에 드는 인간들.

항상 검은 물을 마시고 앞발을 책상위에 놓고 움직이지 않다가 가끔 옥상에 올라가

앞발을 쭉쭉 뻗는 동작을 하는 인간들.

잠들기 전에 네발로 서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 편안히 잠드는 고양이의 시각으로 본 인간들의 삶.

밝은 빛과 함께 공존하는 어두움.

하루에 357마리, 1년에 13만 401마리가 주인을 잃고 버려진다.

그 중 13퍼센트는 원래 주인을 만나고 27.6%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만 23.9%는 자연사

그리고 20.2%는 안락사를 당한다.

반려동물 장례를 들어본 적 있나요?

저의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더라구요?

아~이제 저런 곳도 생기구나 하고 놀랬는데 더 놀라운 것은 반려동물 장례용품 사업도 생겼답니다.

동물만이 반려일까요?

반려식물도 있습니다.

건물위에 정원이 올라간 옥상정원, 담벼락에 정원을 들인 수직정원 등 건물안에 다양한 형태의 정원이 생겨났습니다.

“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완전히 엉망으로 살았어요. 겁이 나고, 망설이고, 밤새 울기도 했어요.

식물을 키우면서 그런 삶을 그만둬야했다고 생각했죠.” -EBS<임이랑의 식물수다>진행자-

또 다른 반려를 볼까요.

비질 한 번에 시 한구절을 쓰는 환경미화원, 밥 한술 떠 드리며 한 문장을 쓰는 요양보호사, 브레이크 한 번에 글 한 줄의 버스기사.

다양한 방법으로 삶이 담긴 시를 쓰고 읽고 듣고 그리는 경험을 통해 시와 예술을 진정한 반려로 받아들이고 위로받는 사람들.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던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배웠던 피아노, 바이올린.

이제서야 어머님 말씀이 틀린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연간 근로시간 평균 1,908시간 OECD3위.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악기가 아니라 퇴근 후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어느새 악기는 취미를 넘어 일상의 탈출구이자 평생의 동반자로 반려악기로 변화하고 있다.

잠을 깨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집중력을 위해, 맛있어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 중 습관적으로가 2위를 차지했다.

츤도쿠 : 읽다라는 뜻의 도쿠(讀(독)와 쌓아두다라는 츤데가 합쳐진 단어.

책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장서가라고도 하며 비블리오마니아(bibliomania)라고 한다.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쌓아둔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서점이 망하지 않고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러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라 산 책 중에서 골라 읽는거에요.”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의 반려는 무엇일까요?

바로 장난감이죠.

하지만 장난감은 아이들과 그리 오래 시간을 보내지 않지요. 아이들에게 버려진 장난감은 어떻게 될까요?

장난감 수리 연구소. 6명의 장난감 박사님들께서 전국에서 도착하는 고장난 장난감을 고쳐서 돌려보내줍니다. 교장, 교사, 비행기 정비사, 해군원사들 이분들의 전직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할아버지라는 것.

책의 절반은 이제 사람인 반려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사랑하는 사람 반려자.

쇼팽과 조르주 상드.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부인 잔 에뷔테른

화가 김환기와 아내 김향안.

화기 이중섭과 아내 마사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여러가지 시선들

“경제적 어려움으로 혼인하지 못한 백성들에게 돈 500푼과 포목 두끗을 지원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하라” 1791년 2월 정조임금이 한성부에 내린 어명.

혼기가 꽉 찬 미혼남녀 281명을 혼인시키려는 프로젝트.

그렇지만

“우리 계약 결혼할까요?”

프랑스 실존주의 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와 작가이자 여성해방운동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

성적으로 문란하고 부도적하다, 가족제도를 파괴하는 폭거 라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감수하며 2년마다 게약을 갱신하며 50년간 이어진 그들의 관계.

혼자 하는 결혼, 솔로고미(sologomy)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 폴리아모리(polyamory)

가족이라는 이름의 지옥이라는 제목의 챕터

베이비박스에 얽힌 이야기.

베이비박스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아기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출생신고롤 못하면 병원비, 보육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입양가정을 만날 수 없습니다. 입양은 출생신고가 된 아이들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베이비박스는 아동유기가 아닙니다. 절망적이지만 사랑이 넘치는 엄마들에게 아기를 살리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낸 가장 안전한 공간 베이비박스입니다.

부부이야기

부부는 살면서 서로 닮아간다. 진짜일까요?

입양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입양은 특별하다는 시선을 버려주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 라는 말 말고 그냥 행복하시겠네요, 축하합니다 면 충분합니다.

진정한 친구

우정의 종류 세가지.

효용성을 추구하는 우정 : 학교, 직장 등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다 친구가 된 우정.

하지만 서로 득될 일이 없어지면 슬그머니 관계가 멀어진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우정 : 취미생활이나 관심사를 함께 나누다 친구가 된 우정.

하지만 한명이라도 관심사가 바뀌면 끝나는 관계.

선(善)을 추구하는 우정 : 순수하게 좋은 사람, 곁에 두고 심은 사람이라 생각해서 친구가 된 우정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래 전 규정해놓은 우정.

인터넷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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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철학자 강신주 생각과 말들 EBS 인생문답
강신주.지승호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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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인터뷰어(질문자는 인터뷰어, 질문을 받는 사람은 인터뷰이)인 지승호씨께서

강신주작가와 함께 책을 내었다.

그동안 지승호씨의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아, 신해철!>, <영화, 감독을 말하다>, <아!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금지를 금지하라>, <7인 7색>, <공범들의 도시>, <신해철의 쾌변독설>,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감독, 열정을 말하다>등을 읽고 그리고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터뷰어라고 타칭 거론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적거리다가 오래전에 강신주씨와 지승호씨가 인터뷰를 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이 2013년에 출판되었으니 거의 10년만에 다시 한번 서로 대화를 나눈셈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배경에는 지승호씨를 좋아한다는 것도 있지만 요즘 강신주라는 사람에게 꽂혀있기 때문이다.

강신주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몇년전부터 TV에 자주 등장하시면서 장자도 강의하시고 또 여러 생활속의 철학을 이야기하셔서

존재자체는 알고 있었는데 요근래에 유튜브에서 불교철학을 강의하신 것을 보게 되면서 완전 반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장을 뒤지다 보니 책장에 강신주선생의 책이 여러권 있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등 이미 나는 강신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들을 읽었을 때는 저자인 강신주라는 사람의 존재감은 없었고 그냥 책의 내용만이 나에게 필요한 때였다.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오래전부터 강신주를 사랑했구나 싶었다.

어쨌던 지승호씨와 강신주씨는 근 10년만에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책을 펴냈다.

10년동안 이들은 얼마만큼 변했을까?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여덟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나누었던 내용을 지승호씨가 잘 풀어내었다.

이런 책은 책의 내용을 구절구절 요약해서 쓰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읽는 이들이 스스로 읽고 느껴야 한다.

다만 이런 내용들일꺼다 라는 정도는 알 수 있게 목차중의 일부분만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 '나'는 수많은 인연의 결과물이다.

* 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에서

* 혼자 먹는 밥, 나눠 먹는 밥

* 펜데믹은 다시 온다, 자본을 통제하지 않으면

*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 나이 듦, 꼰대 그리고 신제품

*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 '강남좌파', '좋은 지주', '따뜻한 자본주의'

* 생계문제 빠진 인권은 의미없다

* 철학하는 즐거움, 철학 하는 괴로움

사족

요즘 영상을 보면 강신주 선생의 건강이 무척 좋지않아 보입니다만 본인께서 책을 과하게 쓰시느라 그렇다고 하시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시지만 걱정은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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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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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을 자주 간다.

평소에 관심이 있는 책 목록을 작성해 두었다가 도서관에 가서 실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내 예상과 맞으면 구매목록에 올려두고 전혀 아니다 싶으면 목록에서 삭제한다.

또는 구매하기는 좀 애매하다 싶으면 도서관에서 대출 해서 읽는다.

어제도 도서관에서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다(도서관은 생각보다 시간 보낼 수 있는 꺼리가 많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웹툰 코너에 갔다 발견했다.


나도 책을 좋아하고(책을 좋아하니 도서관에 있었겠지) 독서모임도 하고 있으니 눈길이 갔다.

책을 펼치고 순식간에 낄낄 거리며 읽었다.

이런 B급 감성 정말 좋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서로의 사생활이나 이름, 직업은 모른 채 별명으로만 서로를 칭하고,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는 선생, 사자(살케04의 팬), 고슬링, (슈크림의) 슈, 미확인 중년 동물 예티(아마도 히말라야 설인?)가 기존 멤버이다. 그리고 여기에 조폭에 잠입해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경찰(무간도의 오마주?)과 자기개발서만 읽다 들어와 줄곧 추방당하는 노마드,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생으로 D. H. 로렌스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로렌스가 새롭게 회원으로 들어오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첫 시작부터가 재미난다.

노마드가 독서모임에 처음 나와 자기 소개를 하는데 자기 개발서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바로 모임에서 쫓겨난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독서모임에서 자기개발서라니......이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아~자기개발서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나쁜 책이 어디있나? 나쁜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와 맞지 않는 책이 있을 뿐이다.

자기개발서도 분명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기에 지금도 서점의 베스트셀러코너에 가면 자기개발서가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인문학에 심취해있다면 자기개발서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렇게 노마드는 쫓겨난다. 하지만 노마드는 꾸준히 가입을 시도한다.

그럼 이 책에서 추천하는 독서비법을 한번 보자.

저자 소개에 TMI가 많은 건 피한다.(이동진 작가는 책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있으면 무조건 피한다고도 했다)

‘저자 소개’보다 ‘역자 소개’가 긴 책은 재고의 여지 없이 무시한다.

목차 확인이 중요하다. 번역서의 경우 책 제목이랑 목차는 원서와 대조해 본다.

‘꼼꼼한 서문 읽기’로 ‘본문 읽기’를 대신할 수도 있다. 서문에 장별로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압축적으로 제시한 책은 실패 확률이 적다.(그렇다. 서문만 읽어도 책 한편을 다 읽었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완독에 집착하지 마라. 끝까지 다 읽으려다 아예 책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지금은 완독할 수 없지만 언젠가 나의 의식이 성장하고 발전한 이후에는 완독할 수도 있다)

독서 중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 냉담하다. 어쩌다 읽은 책이 훗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조차 불명예로 여길 정도(나도 베스트셀러에 냉담하기는 한데 내가 읽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왠지 나의 안목이 뛰어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독서 중독자들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간다(‘동시병행 독서법’). 단, 분야를 겹쳐 읽지 말 것.(나도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 경우가 많다. 차에서 시간 날 때 읽는 책, 책상에서 읽는 책, 침대에 누워서 읽는 책등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읽는 책이 다르다)

한편 책을 보다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또는 패러디한 장치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모르거나 몰랐던 것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과 세계』(강유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등도 나오고 슈테판 츠바이크의『에라스무스 평전』,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최승자의 시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로렌스가 발표하는 소설 <욕망의 동토>는 D. H. 로렌스의 소설 문장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읽은 책이 아니라 어떻게 비슷한지는 모르겠다. <냉동과 해동 사이>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패러디이다. 경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는 영화 <무간도>를 패러디했으며, 청기사파, 다리파로 나뉘는 범죄조직은 독일 현대미술의 유파 이름이다. 카메오처럼 출연하는 전작 <에이스 하이>와 <빅토리아처럼 감아차라>의 캐릭터들도 재미있다.

책을 좋아하고 본인이 독서중독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읽어보라고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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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김어준 Part 1
김어준 외 지음 / 팟빵북스(PODBBANG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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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90년대 후반쯤이다.

딴지일보라는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어 낸 이상한 괴짜같은 사람이었다.

명랑이라는 코드로 세상을 약간 삐뚤하게 보는 하지만 낄낄거리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B급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기존의 여러 매체나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시각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알고 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사람이 나꼼수라는 팟케스트 방송을 들고나왔다.

얼마나 파급력이 컸는지 기존 정치판의 인물들이 이런 건 없어져야 한다고 기를 쓰고 억지를 부렸던 그런 방송이었다.

나꼼수는 언론이 아니다 등등.

하지만 이미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고 기성 언론에 실망하던 많은 사람들은 나꼼수에 열광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언론과 미디어는 티브이나 신문매체를 이용하는 것이었지 그 외에는 알지도 몰랐었다.

팟캐스트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던 그때 김어준은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했던 것이다.

이제는 팟캐스트는 너무 흔해져버렸고 유튜브에서도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나꼼수를 그렇게 비판하던 많은 정치인들도 대부분 유튜브에서 개인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방송국에서도

자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뿐 아니라 각종 SNS를 통해서도 대중과 소통할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 김어준은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월말 김어준이라는 새로운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보통 잡지라고 하면 주간, 월간 계간 뭐 이런 이름이 붙기 마련인데 월말이라니....역시 김어준 답다.

김어준 본인의 표현으로는 깊이있는 지식보다는 남들보다 약간 정말 쪼~끔만 깊이있는 지식을 알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매달 말쯤에 방송이 올라오니 유료로 청취하시면 된다.

김어준 하면 정치판의 언저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월말 김어준은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역을 다루고 있다.

철학이라던지, 미학, 명품시계, 만년필, 음악, 고전문학, 미술,과학, 탐험가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기존의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그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낄낄거리며 듣다보면 한시간은 그냥 순삭이다.

여기에 출연했던 사람들은 기존의 방송에서는 전혀 보지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나도 내가 아는 인물은 조윤범 한명뿐이었다.

뭐 어쨌던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인데 그 방송을 엮어서 책으로 출판했다고 해서 당장 구입해서 읽었다.

방송을 그대로 녹취해서 출판을 했다보니 읽다가보면 방송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책에서도 느껴져서

읽다가 혼자서 피식하곤 했다.

이번 책이 part1이니 아마도 2권 3권도 계속 출판되리라 예상된다.

책소개를 하려고 하니 책 소개라기 보다는 출연진 소개라고 하는게 맞겠다.

철학 : 박구용교수(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칸트와 헤겔, 니체의 철학을 맛깔나게 설명해주셨다.

과학 : 박문호교수

감각과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어껗게 진화를 해온것인가/

미술 : 노성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인체비례 두 그림을 새로운 지식과 시각으로 무장하게 해주셨다.

음악 : 조윤범

모짜르트와 차이코프스키

고전 : 유광수(연세대학교 교수)

구운몽을 완전 새로운 시각에서 읽어주시고 최척전이라는 처음 듣는 우리고전 소설도 알려주십니다.

김어준이라는 사람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을 벗어버리고 꼭 읽어보세요.

정말 재미있고 깊이가 있습니다.

참고로 유튜브에서 월말 김어준을 검색하시면 그동안 업로드 되었던 방송 중 일부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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