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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사실 비밀이라는 책은 책보다 영화를 먼저 만났습니다.
오래전 히로스에 로코의 광팬이었을 때 영화 비밀을 보았었죠.
그리고 비밀은 제 인생영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색계, 쇼생크탈출과 함께 저의 인생영화입니다.
어쨌던 그러던 어느날 비밀이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말이죠.
용의자 X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니....어쩐지 내용이 너무 좋더란 말이죠.
하지만 굳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원작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
소설을 읽은 경우 그 작품이 영화화 되었을 때 보지 않는데 이번 경우는 반대죠.
이미 충분히 스포일러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 소설을 읽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한번 읽어보자 싶어 책도 구입하고 읽었습니다.
자~이제부터 소설 내용을 이야기 할텐데 전체 줄거리를 다 말할 예정이라 스포일러가 걱정인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엄마인 나오코와 딸 모나미는 제사를 핑계로 엄마의 고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제사는 핑계고 사실은 스키장에 가기 위함이었죠.
가는 도중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버스가 벼랑으로 추락을 하면서 모녀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편 남편이자 아버지인 헤이스케는 아내와 딸이 없는 집에서 평범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준비해 준 음식으로 아침을 먹으며 습관처럼 TV를 켜 프로야구와 스모경기 결과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V에서는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게 자신과 관련된 뉴스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죠. 순간 잔해속에서 찾아낸 부상자 명단이 확인되고 그 중에 자신의 아내와 딸의 이름이 나오면서 모든 평온은 순식간에 박살이 났습니다.
병원을 찾아간 헤이스케에게는 중환자실에 있는 모녀가 있고 의사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이야기 합니다. 순간 아내의 의료기기가 위험을 표시할 때 아내가 헤이스케를 불러 딸 모나미를 불러달라 합니다. 헤이스케가 모나미의 베드를 끌고 와 아내에게 보여주며 둘의 손을 맞잡아 주었을 때 아내 나오코는 죽음을 맞이 합니다.
아내는 죽고 절망에 빠졌을 때 딸 모나미가 의식을 찾습니다. 하지만 딸은 자신이 나오코라고 하며 주위에 알려지지 않게 헤이스케와 본인만이 알고 있을 사실들을 알려주며 본인이 나오코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즉 딸 모나미의 몸에 나오코의 영혼이 스며든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거죠.
여차저차 나오코의 장례는 치러졌고, 헤이스케와 모나미인 나오코는 어떻게 해야할지 의논을 합니다.
결국 집에서는 나오코로, 바깥에서는 모나미로 살아가기로 하죠.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합니다.
사립학교로 진학하고 의대를 가기로 결심하죠.
의대에서 뇌과학을 전공해서 본인이 왜 그런지 연구하기를 원하며 그걸 위해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하죠.
어쨌던 모나미의 신체를 갖고 학교생활을 하기에 청소년기에 당연히 발생하는 이성교제 문제가 생깁니다.
모나미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생기고 모나미인 나오코가 이 상황에서 조금 대처를 미적거리는 순간 일은 커져버리고 헤이스케와 나오코는 이 문제를 놓고 큰 갈등을 겪습니다.
모나미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고 나에게도 새로운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나오코의 입장과 나오코에게는 그런 권리가 없다는 헤이스케의 생각은 너무나 큰 거리가 있습니다.
둘이 크게 싸운 후 어색한 시간만이 흘러갔습니다.
이때 헤이스케에게 다른 일이 생깁니다. 물론 이 일은 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중간 중간 계속 진행된 일이지만 간단하게 하자면 사고를 낸 운전기사 이야기입니다.
운전기사가 왜 그렇게 힘들게 졸음운전을 한건지를 헤이스케는 계속 궁금증을 가졌었고 사실을 알기 위한 행동을 해왔는데 이 시기에 모든 일을 알게 됩니다.
중략하고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핵심단어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한 쪽을 선택해준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헤이스케는 이 말을 곱씹으며 실행에 옮깁니다. 나오코에게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고 사과하면서 더 이상은 나오코라고 부르지 않고 모나미라고만 부릅니다.
모나미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나오코로 살지 말고 모나미로 살아가라고, 당신에게는 당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나오코는 밤새 슬픔에 잠겨 흐느낍니다만 헤이스케는 오랜 숙제를 해결한 마냥 편안한 잠을 잡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헤이스케에게 나타난 사람은 나오코가 아닌 모나미였습니다. 나오코의 영혼이 사라진거죠. 몇 년의 공백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나미에게 헤이스케는 차근차근 설명해주지만 모나미는 극복하지 못합니다. 다시 잠들고 깨어나니 이번에는 다시 나오코가 돌아와 있습니다. 이렇게 나오코와 모나미가 번갈아 나오며 차츰 둘 사이의 간극은 좁혀집니다.
하지만 점점 나오코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언젠가는 나오코가 사라지고 모나미만이 남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나오코가 완전히 사라지고 몇 년 후 모나미의 결혼식이 있는 날.
결혼식이 치러지기 몇시간 전 헤이스케는 나오코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나오코가 모나미와 나오코 둘을 연기하며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혼식은 진행되고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자~이제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처음 모나미의 몸에 나오코의 영혼이 들었음을 알았을 때 헤이스케과 나오코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나오코에게 모나미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딸의 몸에 아내가 들어간다는 상황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그동안의 모든 지식과 경험이 무용지물이 되어 어떻게 판단할 수 없는 동안 시간은 흘러버리고 둘 사이에 갈등은 생기고 끝내는 처음부터 했어야 할 결심을 이제야 하게 되는 상황이 쉽지는 않았겠죠.
그리고 궁금한 점 한가지.
나오코는 모나미로서의 결혼반지를 처음 헤이스케과 맞추었던 그 가게에 가서 만들면서 헤이스케에게는 비밀로 할 것을 부탁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언젠가는 헤이스케가 알게 되리라 염두에 둔 행동은 아니었을까요?
책의 제목이 비밀인 이유를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코인 것을 헤이스케에게 비밀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 소설이 왜 추리소설인지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