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과 일하는 방법 - 밀레니얼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에 맞게 일하는 26가지 소통의 기술
윤영철 지음 / 보랏빛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90년생과 일하는 방법-밀레니얼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이해하는 26가지 소통의 기술, 윤영철 지음,

보랏빛소, 초판 1쇄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245쪽

 

 

요새 들어 '90년생'이라는 키워드가 서점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싶더니, 눈을 잡아 끄는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서평단 모집을 하고 있기에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신청했다. 과연 이미 우릴 대로 우려낸(?)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이 키워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어떤 내용으로 저술했을지,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그러한 궁금증의 기저에는 역시나 이 책의 타겟 독자로 설정했을 '90년생(이 책에서는 일명 밀레니얼세대라고 통칭되는)'에 나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깔려 있었기에 그 궁금증이 이 책에 더 손이 가게 헀다. 그런 마음 있잖은가, 왜. '어디,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자세하게 연구하고 관찰해서 정확하게 썼을까?' 궁금한 그런 심리. 여기에 현재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된 입장까지 다룬다고 하니, 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싶기도 하다. 그런 시선에서 이 책을 같이 들여다 보아 주길 바라며, 내 시선에서 읽은 이 책은 어떠한가 소개한다. (여느 서평이 그렇겠지만, 이 글은 굉장히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보일 것이라는 안내이기도 하다.)

 

 

저자 윤영철

주식회사 와이씨에이치알랩 대표 컨설턴트이자 현재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기획성과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현장에서 그릇된 업무 관행과 싸우며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성신여대에서 인사관리를 전공했다. 첫 직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임원과 경영자 교육을 담당했다. 당시 재계의 주요 경영자들을 만나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듣고 교육과정으로 만들었다. 동부제철과 동부그룹에서 교육과 인사를 담당하며 직무역량을 높이는 '스틸아카데미',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사내 MBA'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인사를 운영했다. 이후 컨설팅사에서 중장기 비전 및 전략 수립, 회사 성과관리 체계 구축, 팀 성과코칭 교육 등의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리더십 교육에서 '업무 지시' '목표 설정'을 강의했고, CJ그룹에서 'Effectiv Working Skills' 과정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사내 MBA의 '조직관리/성과관리' 교육을 담당했다. (이메일: yyc6072@naver.com)

 _저자 소개 중

 

 

1) 이 책은 굉장히 친절하다.

중간마다 이렇게 한 번씩 도표를 삽입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굉장히 정성스럽다. 계산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관계도를 삽입하고 있어 인물 소개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읽을 수 없는글이라거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반드시 해야 하는 교과서도 아닌 이 글에 이런 정성을 들였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표 덕분에 내 입장에 대비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는 이 중 어떤 곳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고민하게 됐다. 또 글로만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시각적인 측면에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안정성보다 성취에 가치를 더 두고 있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각하는 요소들, 그리고 그에 따른 내, 외부의 동기 부여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며 이 책에 객관성을 생각해 보게도 됐다. 그리고 이 책은 객관성을 따지는 글이라기보다는(다만 그 형태는 객관성을 띠고 있다) 독자의 심경이 어떠할지 굉장히 고민하며 쓴 글이라는 쪽에 생각이 더 가 닿았다. 그 요인들은 아래에서도 밝힐 것이다.

 

2) 여기서부터 뭔가 느낌이 왔다. 이 글은 '선배'들을 위한 책이구나.

나는 90년생과 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만 읽고는 90년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리고 요즘 90년생의 관심사나 그들만의 특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어 주고 있는 책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선배들의 체크리스트' 혹은 '선배들의 고민리스트'를 독자(선배로 상정되는) 스스로가 짚어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90년생인 동시에 후배의 위치에 있는 나에게는 당혹,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타겟 독자를 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게 구색을 알차게 맞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내가 읽을 책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읽을 책이 굉장히 많아서 시간이 조금 아깝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책을 받아 읽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우선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일단 이 부분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이 부분 덕분에 되레 이 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선배들의 '리얼 고민'이 담긴 페이지여서 그들은 후배를 어떻게 보는지를 조금은 생생한 단어들로 직면하게 되었거니와, 이 책 몇 번째 챕터에 그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3) 그런데 또 딱히 선배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목차를 다 밝히면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서평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고민의 결이 이 책과 통하는 독자라면 도움될 것이니 책을 찾아보시길 바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를 주욱 보면 다 선배들의 시선, 선배들의 입장만 밝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단어를 하나 인용하자면 '꼰대' 같은 책은 아니다. 실무를 볼 때 고민되는 부분들을 밝혀 적고 그에 따라 하나씩 조언하는 방식을 취하는 이 책에서, 후배들의 목소리를 쏙 빼 버리지는 않았나? 선배들이 옳고 후배들은 아직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대상이라고 상정하고 있는 책은 아닌가? 하는 경계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나. 선배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후배만 적을 거라면 편협한 책 아니냐, (감히) 말하겠다. 책 제목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 잘 보이다 보니,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운 책이지 않나 싶어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고 평하고 싶다.

(그리고 제법 아름다운 결말, 훈훈한 정리에 대해 밝히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나는 그러한 감상으로 일하고 있고, 이상적인 선배상, 이상적인 후배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니 그런 결말이 좋았다. 실용주의자들은 좀 싫을 수도 있다. 그리고 뭉뚱그리면 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회사가 건강해질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4) 나는 이런 들여쓰기와 이런 쪽 번호가 좋다.

나는 이 책의 편집과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들여쓰기 시원시원해서 좋고, 특히 책 바코드 디자인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캐릭터화 되어 있는 표지, 내지 소컷들도 센스 있다고 생각했고. 글씨체도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핑크빛(이라고 하기에는 별색이 섞였을 거 같지마는) 무튼 책 표지 색상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고. 특히 내지 구성에서 성실하고 또한 충실하다. 저 많은 추천사만 봐도 얼마나 고생했을지 다른 독자들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5) 읽으면서 드는 생각. 역시 어디서든 마음 먹기 나름이다.

원효 대사 해골물. 길게 길게 말할 것 없다. 어디서든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전 회사에서도, 그 이전 회사에서도 참 힘들게 일했고 다사다난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회사를 벗어나니 더 각별해졌다. 그들과는 회사에서 만났을 뿐이고, 회사에 다닐 때는 그들과 그만두고도 연락하며 지내야지 하고 잘하려 과하게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가짐을 그렇게 먹었고 인정했을 뿐이다.

'저들에게 나는 무조건 좋은 사람일 수도, 무조건 나쁜 사람일 수도 없다. 내가 잘해준다고 해서 나를 좋아할 수만도 없다. 내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좋은 일만 해 주려 과잉 노력하지 말고, 싫은 일을 안 하는 데 더 집중하자.'

그랬더니 힘든 시간도 나를 과하게 흔들지는 못했다. 별 사건이 많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그 와중 나는 미숙했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철이 든 내가 읽다 보니 이 구절들이 와 닿았다. 그리고 모든 일의 기반에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건 무조건이고 절대적이다.

 

6) 나랑 100퍼센트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를 낳은 부모님도 나를 사랑하는 연인도 가끔 모를 일인데.

요즘 들어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댓글 중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자판 너머에 사람 있어요. 화면 앞에 사람 있다고요.'

사람이 하는 일, 어찌 매번 완벽만 할까. 선배도 선배들의 고충이 있고 개인사가 힘들다 보면 완벽하던 사람도 허물어지는 날이 있는 것이다. 후배도 매번 미숙하지 않고 시간의 힘을 빌리면 점점 다듬어진다. 그걸 서로가 알고 감싸주며 일하면 무어가 그리 어렵기만 할까. 모든 건 정말 '사람'에 달렸고,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회사 식구들이 그렇다. 내 미숙한 점, 내 단점으로 실수할 때 감싸주셨던 순간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게 한다. 나도, 꼭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이 글을 빌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조남주-정용준-이나경-강지영-박민정-김선영-김멜라-양원영-조예은(수록 순),

자음과 모음, 189쪽, 초판 발행일_2019년 10월 25일, 13,000원

 

고양이를 좋아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실은 반려 동물이라면 강아지를 더 먼저 떠올리곤 했다. 동물을 키워 본 것도 아주 어릴 적의 일이라 어렴풋하다. 당시 나는 작고 하얀 마르티스 한 마리를 입양 받아 키우고 있었다. 아이 이름은 장군이었다. 하얗고 자그마한 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작고 하얀 강아지에게 뭔가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그 아이의 이름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어졌고, 처음에는 툴툴거리던 나도 금세 그 이름에 익숙해져(실은 그 아이에게 빠져들어) 이름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아질 만큼 강아지 이름을 자주 부르고, 어르고, 같이 놀았다. 그것도 오래 되지 않아, 1년 정도 키우다 그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자 부모님은 말 못하는 강아지 생도 짧은데 너무 안 되었다며 공기 좋고 물 맑은 할아버지 댁으로 아이를 입양 보내셨다. 할아버지도 강아지를 좋아하셔서 입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는데, 그때 이후로 나는 집에 동물을 들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던 어른들 말씀을 어린 나이부터 빠르게 깨달은 탓이었다.

 

 

책 제목에 어울리는 디자인, 작고 아담한 책 크기, 구석 구석 숨어 있는 고양이 일러스트까지. 마음을 이끄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가볍기도 해서, 책을 쥐고 출근길에 한 편, 퇴근길에 한 편 조금씩 나눠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예상을 조금 벗어나는, 그야말로 '짧은 소설'이라는 소제목에 잘 어우러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각각의 소설을 읽으면서 기존에 좋아하던 작가님들의 소설은 그들을 다른 작품에서 만난다는 반가움에 좋았고, 알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 소설을 통해 만나면서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던 작가님들도 있어 그 역시 좋았다.

이런 작품들을 모아 책 한 권으로 엮는 데에 편집 공력도 많이 들었을 것이지만, 그들의 수고로움과 이런 책을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 덕분에 탄생한 이 책 덕분에 새로운 작가님들을 소개 받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데뷔작이며 최신작을 골라 읽을 생각을 하니 읽을 거리들 리스트가 차곡차곡 쌓여 부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고 하면 너무 그러한가. 여하간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호감 때문에 집어든 책이었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얻어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라, 그 또한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 글귀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거칠어 가끔 사포질하고 싶은 기억이든. 그게 뭐든.)을 건드리는 어떤 심경, 표현 등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순간의 내가 떠올라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 모든 심경이 어우러져 그렇다. 책 속의 인물들을 보면 꼭 그랬다. 그들은 그때를 떠올리면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 순간에 멈춰 있기도 하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고 인물 하나하나의 이름도, 성격도, 취향도, 모습도 다르지만 그들 모두가 '고양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점만은 같았다. 다만 그 고양이라는 매개 하나가 이렇게도 다양한 감각을 만들고, 또 그들에게 끼친 영향도 달랐다는 점에서 이 다양하고 짧은 소설들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고양이 시점'이라는 것이 좋았다. 인간에 얽매여, 성별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고양이. 지구에서의 삶, 주인의 품 속에서 살던 그 삶을 포기하고 일면 비장함까지 갖춘 고양이. 영혼이 되어 또 다른 고양이를 지켜보는 고양이. 그 모두의 시선을 좇아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같이 생각하고, 그들이 걷는 장소들을 같이 걸어 보고 하는 시간 동안 편안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서 눈을 깜박이기도 했다. 현실의 내가 짊어진 어떤 짐들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좋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깨달아지는 바도 있고.

회사 근처에는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뛰며, 늘어지게 누워 있으면서, 사람들 근처를 배회한다.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 앞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츄르를 얻어 먹기도 하고,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보다 가까워지는 차에서 나는 클락션 소리에 놀라 저만치 멀어져 버리기도 하고, 다리 근처를 배회하다가 옆구리로 다리를 슬쩍 쓸어보고는 멀어지기도 하는 희한한 녀석들. 그들의 시선이 나는 항상 궁금했던 것 같다. 가까우면서도 먼 친구들. 그런데 정을 많이 줘서 또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 경계하게 되는 친구들. 항상 근처에 있겠지만, 그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겠지만, 또 어느 정도의 간격은 만들고 싶은 녀석들. 그런 고양이들의 생각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주 짤막하지만, 또 아주 정겹고, 또 아주 슬프게. 그런 생각이 궁금한 누군가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시도 말이 끊기지 않게 하는 대화법 -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김현영 옮김 / 센시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시도 말이 끊기지 않게 하는 대화법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센시오, 초판 발행일: 2019년 8월 5일

 

 

 

 

말을 오해 없이 전달하기가 참 어렵다. 두서 없고 싶지 않지만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단순하고 명쾌하게 말하기가 더욱 힘들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면서도 적확히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발화에 대해 요사이 생각이 많다. 말로 사람을 얻기는 정말 어렵지만, 잃기는 참 쉽다고도 느끼고. 부족한 말로 상처를 주고 싶지도, 어린 말로 소중한 사람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언어의 나무를 심게 하고 싶지도 않아 요즘 말그릇 같은 책을 자주 읽으려 하는 와중 눈에 띈 이 책.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이 이 책의 부제. 호기심에 신청해서 읽어 봤는데, 짧고 굵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순간순간 적용하기 좋은 예시들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실용서’란 느낌이 강하다.

 

 

크게 분류한 목차는 아래와 같으니

호기심이 생긴다면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 :)

:

[1]

'할수록 즐거운 대화'와 '하다가 지치는 대화'의 차이

[2]

꺼진 대화도 살려내는 비결

[3]

인생이 순탄해지는 '한마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 촉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과학
마르틴 그룬발트 지음, 강영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마르틴 그룬발트 지음, 강영옥 옮김, 자음과모음,

초판 1쇄 발행: 2019년 2월 11일, 310쪽

 

 

잠깐의 포옹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은 온종일 지속된다. 아이의 성장과 심리적 안정은 신체적 접촉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촉각 시스템은 조용히 작동하며 날마다 영향력을 행사한다. 촉각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감각 체계다.

손길이 닿는 순간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서문 중에서

 

 

기침과 몸살로 점철된 이번 한 주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콜록콜록 기침이 나고 겨우 멎은 열로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운 상태이니. 그러나 이 상황이어서 그러한지, 책의 중심이 되는 주제인 '촉각'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번갈아서 열이 나는 내 이마를 짚어 주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많이 건강해졌다는 증거이겠지만.) 그리고 시원한 손과 물수건이 번갈아 내 머리를 스칠 때마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린 시절의 나는 몸이 참 약해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님의 기쁨인 날도 있었을 정도이니까. 조금은 투 머치 인포메이션일 수도 있으나 그래서 개명도 했다. 지금은 그 이름에 담긴 바람대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한번 아플 때마다 이렇게 부모님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는 해서 그 두 분의 표정을 볼 때면 새삼 건강관리가 중요하지, 잘 챙겨야겠다 다짐하고는 한다.

촉각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해서, 그 당시의 나의 상황과 느낌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곤 한다. 엄마와 아빠가 내 이마를 짚어주었을 때 내 몸에서 피어난 열꽃의 느낌, 서늘한 손과 물수건, 바짝 마른 입과 사각사각 부딪히는 이불의 소리까지 과거의 나를 소환하고는 하니 말이다. 맛있다고 자주 마시는 음료수를 손에 쥘 때, 맛을 볼 때면 함께 이 음료수를 좋아했던 친구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듣는 성시경의 '거리에서'와 은행 열매 터지는 냄새, 사각거리며 밟히는 낙엽의 느낌은 내 중학교 때 절친한 친구와 흥얼거리며 학원에서 집으로 걸어가던 한때를 추억하게도 하니까. 이렇게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은 다양하게 결합하면서 많은 심상들을 마음속에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 기억이 아주 부드럽든, 씁쓸하든, 슬프든 상관없이 말이다.

 

 

 

 

책의 디자인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일하면서 수화 그림을 볼 기회가 있었기에 그 안내서에 그려져 있던 손 그림 생각도 났고. 유광으로 처리했던 것도 마음에 들었고. 여러 모로 신경을 쓴 흔적들이 책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책의 아래를 보면 SNS 100개의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한 번의 포옹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나와있는데, 그 말이 얼마나 각박하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한 요즘 사람들의 상황을 잘 꼬집고 있는가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도 누군가와 있을 때는 핸드폰을 잘 만지려 하지 않는데, 그건 카페든 식당이든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을 놓아두고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며 씁쓸했기 때문.

 

 

특히 태아에게 촉각이 미치는 영향력은 참으로 크구나, 생각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그리고 전혀 몰랐던 기본 상식은) 태아에게 체모가 무척 발달해 있어서, 모체 내에서(양수에서) 살아갈 때 아주 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얼마나 산모와 태아가 민감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세상에 엄마와 태아만큼 가깝고도 가까운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체모에 대한 내용까지 알고 나니, 태아가 산모 뱃속에 뻗치고 있는 그 레이더를 생각하니 더 귀하고 조심스럽게 산모를 배려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언젠가 나도 결혼하고 나면 태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고 민감한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산모가 스트레스 받을 때의 아이의 움직임이나 비명에 대한 구절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손에 진땀도 났다.

그런 태아의 체모는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나면 없어지게 된다고 하나, 간혹 조산이나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세상으로 나와야 할 경우 인큐베이터 안에서 준비되지 않은 몸으로 고통스러워 한다고도 하니 안타깝기도 했고, 인간의 몸은 참으로 신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하는 신혼 부부나 아이를 가진 산모와 아빠가 함께 읽으며 준비하는 책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섬세함은 얼마나 잘 공부하고 알았느냐에 따라서도 존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 체모를 성인이 되면 불필요, 라기 보다는 미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밀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나, 이것이 접촉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면 쓸모 없이 우리 몸에 생겨난 것이 어느 하나 있을까. 또한 접촉에 대한 남녀 성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나이나 몸의 발달 정도와는 다르게 그저 개인 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점도 흥미로웠다.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상황에 맞게 접촉을 하면 그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클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크게 줄이고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촉각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력을 짚은 부분도 집중해서 보았다. 비단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만 촉각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과 아주 짧은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촉각에 대한 인간의 반사 신경이 놀라웠다. 얼마나 인간이 촉각에 쉽게 속을 수 있는지도 짚어주기까지 하는 이 책에 새삼 그 동안의 나의 생활도 돌아보게 되었다. 햅틱이건 화장품이건, 포장재이건 촉각이 인간에게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많지 않나, 몸이 아프고서 이 책을 읽으며 한번 더 곱씹을 수 있었다. 건강하게 숨쉬고, 걷고, 말하고(일단 목소리가 나오고부터 시작하는), 보고, 냄새 맡고, 마지막으로 만져서 감각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아프고 나니 새삼 이런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에,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부터 감사하기를 요즘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요새 운동하면서 마치 내가 원래 건강해서 그렇다는 듯, 자신만만했었는데 아프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달라진다. 인간이 느끼는 바에 얼마나 취약한 동물인지를 내 경우를 통해 한 번 더 돌아보며, 촉각이 인간 심리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느낄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모니크 드 케르마덱 지음, 김진주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혼자를 권하는 사회>, 지은이: 모니크 드 케르마덱, 옮긴이: 김진주,

출판사: 생각의 길(아름다운 사람들), 초판 1쇄 발행: 2019년 2월 15일, 페이지: 254쪽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요즘 한창 유행했고, 얼마 전 종영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었다. <혼자를 권하는 사회>의 제목만 보면 관계에 치여 정말 혼자 있기만을 원하는 사람들의 개인 심리에 대해 다루고만 있을 것 같은데, 읽다 보면 이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아슬아슬한 감정선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 꽤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현실 상에서도 내가 학생이었을 때부터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마스킹 테이프로 밑줄을 주욱 그어가며 열심히 읽었다. 실은 '소확행'과 나만의 '캐렌시아'에 집중했던 2018년부터 이런 마음을 지니고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 스스로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다른 감정도 받아들일 마음자리가 준비될 것이라고 여겼던 시기가 꽤 길게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고독 또한 우리가 발전하고 정신을 꽃피우는 데 필수적'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며 책을 폈고, 덮을 때 역시도 한 번 더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책의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한 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혼자만의 시간 없이 이루어지는 고찰도 없거니와 그런 고찰 없이 발전한 자아·관계일수록 사상누각이기 때문에. 어떠한 자극이 주어져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기반을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고독은 필수적이다. '타인과 함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인간의 욕구이지만, 이런 욕구를 누리기 위해서는 철저히 혼자인 시간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서적인 성숙이 일어나야 하나의 개체로, 제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다는 견해에도 굉장히 공감하는 바이고.

아울러 책의 내용 중 스카이 캐슬과 연결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내용 중 하나를 언급하자면, 아무래도 '미디어가 제안하고 있는 이상적 모델'이다. 스카이 캐슬 안에서도 마찬가지. '우등생'이나 '재벌가'라는 단어에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에 맞게 고급스럽고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는 연출(소품부터 시작해 삶의 모습, 그리고 사람의 외모나 성격에 이르기까지)들이 이어지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그 '사실'에 오히려 괴리감을 더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는 동시에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왜 저게 정상일까?' '왜 저런 모습을 당연하게 연출할까?'

아주 예전에 방영했던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를 볼 때,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있다. 왜 여주인공은 빈곤한 가정 살림에 우는 소리를 하면서 메고 다니는 가방이나 입고 다니는 옷은 왜 하나 같이 명품이냐고. 귀여우면서도 꾸미고 나면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에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까지 장착하고 나면 이건 정말 '사기캐(릭터)'다. 그와 다르게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에서의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또 사랑에 쉽게 울고 웃고 망가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사람들은 왜 그렇게도 공감했었나. '꽃보다 남자'와는 달리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꽤 흡사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우리네 삶과는 사뭇 다른 스카이 캐슬 주민들에 그리도 뜨거운 반응을 보낸 걸까.

 

스카이 캐슬 안에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그리고 그에 맞는 형식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이어지고 있다. 스카이 캐슬 입주민은 당연히 돈이 많고, 당연히 학벌도 좋고, 당연히 그에 따라 혜택을 누려 입주의 권한을 얻었다.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기 위해 아이는 당연히 전교 1등을 해야 하고, 희생자가 있음에도 몇 억을 들여 제 아이를 과외 선생에게 보내 공부시키는 모습이 이어지는데도 떨떠름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드라마니까, 하며 허구라고만 생각한다기에는 무언가 반응이 남달랐다.

순위권 안에 드는 아이의 족보나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학부모(거의 대부분 엄마이지만) 사이에 촘촘히 벌어져 나열된 서열. 심지어 숟가락을 들어 죽을 한 술 뜰 때도 순서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기까지. 드라마가 너무 과하게 연출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아! 이건 현실을 그린 드라마구나, 그래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로구나, 갑작스레 실감이 났다. 심지어 이 드라마를 보고 과외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는 이야기도 놀랍지가 않았다. 놀랍기도 새삼스럽다. 그들이 (비록 그 금액이나 삶의 모습이 서민과 사뭇 다를지언정) 주고받는 양적·질적 교류가 우리네 모습과 아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첫 직장에서 일하며 학구열이 뜨겁기 그지 없는 입학 설명회를 두세 번 돌아보고도 이런 반응에 의아해 했다니. 나도 참…….

 

서두가 스카이 캐슬 이야기 뿐이라 지루하셨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독감과 이런 심리는 아주 당연하게도 맞닿아 있어 이야기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개인으로 사회에 발돋움하기까지, 아이들은 가정 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들인다. 양분이라 함인 즉슨, 가족이 부어 주는 사랑과 관심이다. 나 자신이 세상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나의 관계가 건강하게 맺어져야 또 다른 타인과의 관계도, 그것이 확장되어 세상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맺어질 수 있다.

스카이 캐슬 안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하는 아이, 상장의 수와 출결과 독서와 성적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전교 1등을 무사히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아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 모습이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지금의 마음·심리 상태는 어떠한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독하고 싶은 때는 없는지' ... 등을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부모의 과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그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한다면,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성공가도를 달리며 분명 이러한 선택을 하도록 했던 부모의 마음을 읽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 매달려 아이들을 열심히 피라미드 끝자락에 올리려 노력한다. 그러나 부모도, 아이도 모두 외롭기 그지없다.

본인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보면 자연스레 고독해진다.

 

영재들이 호소하는 고독은 그들의 인생에 공유라는 개념이 없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타인의 말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 그리고 타인의 이해와 사랑, 경청으로 얻는 위안, 자신의 고통조차 경청해주는 존재에게서 얻는 위안이 없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타인과의 어떠한 교류도 없는 사람의 일시적 또는 지속적 상태'로서의 고독. 과연 영재보다 고독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혼자를 권하는 사회, 139~140쪽.

 

 

이것이 비단 영재라고 표현되는 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뿌리깊은 고독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들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200쪽을 조금 더 넘기다 보면 이런 고독을 타파(?)하기 위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제안이 빼곡히 적힌 페이지들을 읽을 수가 있는데, 너무 쉽고도 당연해서 왜 이런 내용이 써 있을까... 의문이 드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 한창 러닝과 요가, 필라테스 등에 빠져 사는 나로서는 이 방법들이 꾸준하게 지키기 어려운 것들로 차 있다고 생각했다. 난이도의 문제라기보다 의지의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도 않았겠지. 어떤 일이든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만큼, 딱 그만큼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 요는, 나와 거리 두는 시간을 가져 보라는 것. 다른 사람들과(가족에만 국한하지 않고) 평등하게 교류하라는 것. (자칫 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SNS와 같은 간접적인 정보들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지금보다 줄이고, 걷고 뛰면서 내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체감하고 운동을 통해 내 몸과 직면해보기도 하는 시간들을 가져 보라는 것. 그 과정 속에서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감각을 하게 된다면, 타자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고 좀 더 열렬하게 관계 맺게 되리라는 것.

사회가, 미디어가, 주변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서려면 진정 혼자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감성에 기대어 쓴 당연한 이야기들에 물렸고, 통계와 수치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 단단한 글-그중에서도 심리학-을 읽고 싶다면, <혼자를 권하는 사회>를 읽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또 스카이 캐슬과 어느 면이 맞닿아 있는지도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으시리라, 살짝 귀띔도 해 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