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이들의 감정이 자라는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 웰메이드 동화'다. '사춘기'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그저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를 다뤘겠거니 싶을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속을 파고들면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는 사고방식 / 상대를 제약하고 싶어 하는 마음 /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비이성적인 신성화(?) / 현실과 인터넷 공간의 인간 관계+SNS의 긍정적 부정적 면모 / 대체할 수 없는 관계 등의 주제를, 저자가 깊은 고민을 통해 진주 목걸이 잇듯 하나하나 꿰어냈음을 알 수 있을 것.


책은 ① 체중계의 사랑 ② 사랑의 물 분자 ③ 전류 차단의 원칙 ④ 나는 여기 있다 ⑤ 나는 괜찮나요? 와 같이 다섯 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분노에 차 다이어트를 선포하고 행동에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담하의 모습에서,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슬픔보단 자존에 대한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나는 "다른 이들이 나를 재단하도록 허락하지 말고, 스스로를 헐하게 대하지 말 것"에 대한 메시지가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이 있게 가 닿길 바랐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직관적인 표현이 귀여워 웃음이 스쳤고,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치기 어린 마음을 연애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보았을 터이니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예쁘고 완벽한 언니(희재)와 짝사랑하는 친구(진원)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희원의 심리를 그렸다. 전혀 이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다가 급작스럽게 싹 트는 마음과 조절되지 않는 두근거림으로 혼란스러운 아이의 심리가 잘 그려져 있는데 "좋아해!"라는 심리에서 이야기가 그치지 않아 좋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씌우고 마는 '프레임'과 현실의 그 사람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SNS를 빠르게 접하는 아이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어린이는 아직 어린이'라고 생각되었고, '발치에 붙어 있던 슬픔이 조금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 때'를 깨닫고, 그 세계를 인정하고 살아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어린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가 무겁지만은 않은 것은 치킨 한 마리 뜯고 그 슬픔을 떨쳐 내는 모습 덕분이다. 아직 너희가 살아갈 삶은 길다고, 그러니 지금 그 감정 잘 모르겠거든 기분 좋아지게 맛있는 거 먹고 풀자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하신하 작가의 <우주의 속삭임>은 SF 장르의 단편 5종을 담은 어린이책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상상력의 옷을 빼입고 있지만, 옷의 디테일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작품들이 각자 어떤 차림을 하고 있을지, 각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 우주 한 공간에 머물고 있을지 궁금증을 품고 읽어 보았다. 어린이책 모임에서 한 편집자 분이 소개해 준 책이기도 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컬처블룸에 신청해 책을 받게 되어 기대감이 배가되었다. 목차는 [반짝이는 별먼지-타보타의 아이들-달로 가는 길-들어오지 마시오-지나 3.0] 순.



<우주의 속삭임>은 2024년 1월 8일 출간된 책인데, 온라인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독자 반응이 있었던 책이다. 아무래도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문학상의 수상작이기 때문인 듯한데,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왜 이 책이 대상인지 조용히 수긍하게 된다.


① 생생한 묘사

이 책의 여러 가지 장점 중 첫 번째 요소로 꼽고 싶었던 것은 '생생한 묘사'였다. 책 곳곳에 나오는 설명은 지루하지 않고 되레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예를 들어 (독특하게 느껴졌던) '제로'라는 인물이 매일매일 집을 수리하는 장면에서는 은근한 쾌감이 느껴졌고, 오래된 할머니의 엽서 속 글씨 주변으로 번진 기름기는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실제로 나도 오래된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중 네임펜으로 쓴 종이들이 특히 저렇게 된다. 직접 겪어 본 바 있는 내용을 책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갑다.


② 다정한 시선


위 사진을 보면 이끼 이야기가 나온다. '홍 박사'를 포함, 인간이 전부 행성을 떠나면서 조사를 이어가라는 목적으로 남겨 둔 로봇은 인간을 흉내 내며 말 없는 동료 로봇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이끼를 발견하고 식물에게 '보보'라는 애칭까지 지어 준다.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적 면모가 계속 그려지는 두 번째 단편(타보타의 아이들)이 나는 참 좋았다. 특히 제 몸을 타고 오르면서 구석구석 파고드는 이끼의 생명력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파고들면 제 기능이 멎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자랄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로봇의 사고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첫 번째 단편(반짝이는 별먼지) 속에서도 할머니는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복권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난 이 표현도 참 따숩고 다정하고 좋았다. (이 아이는 내가 지구에서 당첨된 최고의 복권이었네.)


세 번째 단편(달로 가는 길)에서는 율동과 주문 세 가지를 섞으면 '치료의 주문'이 된다는 묘사가 눈에 띄었다. 집집마다 또는 사람사람마다 사적인 '암호' 하나씩은 있을 것인데, 초반(화목한 분위기)-중반(헤어짐)-말미(스포이니 생략)에 이를 때마다 이 동작이 언급될 때 마음이 찡했다. '아이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부분.



네 번째 단편(들어오지 마시오)과 다섯 번째 단편(지나 3.0)에서 다루는 가족의 면면도 좋았다. 매몰차게 구는 것 같아도, 일면 냉정해 보여도...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 기저에는 분명히 진실된 사랑의 마음이 있다고 믿고 집필하셨단 느낌도 들어 좋았다.


③ 사은품 구성

책 속에는 우주 복권이 한 장 들어있다. (첫 번째 사진 참조) 총 5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인 '반짝이는 별먼지'에 나오는 것인데, 내용과 어우러진 사은품(실물 복권)은 읽는 즐거움을 한층 올려주었다. 50년 전 이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말하며 소녀 같이 들뜬 할머니는 무척 귀엽고, 보청기를 끼고 할머니의 일을 돕는 무던한 성정의 손녀는 꼭 애어른 같았다.


나는 책 속의 무언가를 사은품으로 구현하는 데 흥미가 많은데, 우주 복권에 당첨된 할머니 이야기 속에 실물 '우주 복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으니 순수하게 독자 입장으로 돌아가 괜히 즐거웠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어린이들은 이런 부분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고민이, 어떤 어린이에게는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유 작가의 신간. 나를 묶어 둔 제약과 강박에서 해방시켜 주는, 귀한 말들이 담겨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나의 작가님, 은유 님이 신간을 내셨어요. 창비에서 나온 도서로, 제목은 <해방의 밤>. 적박이 책 곳곳에 분포되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아름답습니다.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다." 이 소개글이 가슴을 찔렀고 서간문 형식으로 전개되는 듯해 더 마음이 갔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프롤로그부터 몹시 가슴이 뛰었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꼬투리를 접어 가며 이 책을 읽었어요. (결국 책이 아주 엉망입니다)


은유 작가님이 읽은 책을 소개해 주는 형식도 좋았습니다. 소개한 책을 읽고 다시 이 책을 펴면, 꼭 작가님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이 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전 느낌을 한 줄로 말해 보자면, <해방의 밤>은 스스로를 묶어 둔 제약과 강박에서 나를 풀어주고, 용서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팬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저는 은유 작가님의 글이 참 좋아요. 많이 써 보고 깊이 성찰한 사람의 글은 우리에게 늘 울림을 주잖아요. 그런데 내가 경험해 본 부분이 주는 울림보다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이야기할 때의 울림이 더 커서 작가님이 좋았어요. 가령 이 책에서도 한 줄을 꼽자면 '중견'에 대한 언급같은 거요.


담당 기자가 물었다. "어느덧 책을 열 권 낸 중견 작가이신데요, 계속 쓰게 하는 힘이 무엇입니까?" 나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정확히는 한 단어. 중견 가수, 중견 배우 할 때 그 중견.

:

사전을 찾아보니 중견은 가운데 중(中) 자에 굳을 견(堅) 자를 쓴다. 중견, 그러니까 그건 내가 살고 싶은 삶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나는 두렵다. 가운데라는 것도, 굳어지는 것도.

17쪽


저는 아직 느껴 보지 못했던 중견의 삶에 대해 고찰하고, 그럼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분이죠. 이 책만 그런 건 아니고, 매 책마다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은유 작가님은 목동에 오래 사셨대요. 목동 주민이 아니라 목동 난민인 상태였다고 하니, 이 또한 울컥하는 묘사입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묵은 관계들이 있는 동네라 이곳을 미처 떠나지 못했다네요. 아이 둘을 전부 대학 진학시키고 나서야 목동을 벗어나게 된 히스토리를 듣고 나니... 손 여사가 떠올랐습니다. 요리사라 항상 손 부르트게 일하면서도 가족의 밥은 꼭 챙기는 우리 엄마(=손 여사)요. 


전 아래 페이지에서 '의도된 헛걸음'이라는 묘사가 가장 좋았는데, 이젠 '자기만의 방'을 얻을 수 있는 작가님의 상황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아들과 딸 모두를 독립시키고도 가족 틈바구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손 여사가 대비되어 안쓰러웠습니다. 가족밖에 모르는 애처로운 사람인 우리 엄마... 여러분. 당신들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살고 있어 책에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꼼꼼하게 읽지 않는 저라... 일부러 서평단을 신청해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이 부분은 반은 공감하고 반은 공감하지 못했네요. 전 19쪽의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필연의 책장엔 우연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요. (제게는) 필연의 도서인 <해방의 밤> 안에서, 여러분이 "나를 꿰뚫는 한 줄"을 꼭 만나실 수 있을 거라고도, 먼저 읽은 자로서 생각해 봅니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내 삶은 책기둥에서 시작되었다.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시나 세탁소 1 - 인생을 바꿔 주는 옷 혹시나 세탁소 1
이은재 지음, 고형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인생을 살아 보고 싶다는 욕망 한 번쯤 누구나 가진 적 있지 않을까요. 어린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이은재 작가님 글은 항상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