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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ㅣ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하신하 작가의 <우주의 속삭임>은 SF 장르의 단편 5종을 담은 어린이책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상상력의 옷을 빼입고 있지만, 옷의 디테일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작품들이 각자 어떤 차림을 하고 있을지, 각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 우주 한 공간에 머물고 있을지 궁금증을 품고 읽어 보았다. 어린이책 모임에서 한 편집자 분이 소개해 준 책이기도 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컬처블룸에 신청해 책을 받게 되어 기대감이 배가되었다. 목차는 [반짝이는 별먼지-타보타의 아이들-달로 가는 길-들어오지 마시오-지나 3.0] 순.
<우주의 속삭임>은 2024년 1월 8일 출간된 책인데, 온라인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독자 반응이 있었던 책이다. 아무래도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문학상의 수상작이기 때문인 듯한데,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왜 이 책이 대상인지 조용히 수긍하게 된다.
① 생생한 묘사
이 책의 여러 가지 장점 중 첫 번째 요소로 꼽고 싶었던 것은 '생생한 묘사'였다. 책 곳곳에 나오는 설명은 지루하지 않고 되레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예를 들어 (독특하게 느껴졌던) '제로'라는 인물이 매일매일 집을 수리하는 장면에서는 은근한 쾌감이 느껴졌고, 오래된 할머니의 엽서 속 글씨 주변으로 번진 기름기는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실제로 나도 오래된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중 네임펜으로 쓴 종이들이 특히 저렇게 된다. 직접 겪어 본 바 있는 내용을 책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갑다.
② 다정한 시선
위 사진을 보면 이끼 이야기가 나온다. '홍 박사'를 포함, 인간이 전부 행성을 떠나면서 조사를 이어가라는 목적으로 남겨 둔 로봇은 인간을 흉내 내며 말 없는 동료 로봇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이끼를 발견하고 식물에게 '보보'라는 애칭까지 지어 준다.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적 면모가 계속 그려지는 두 번째 단편(타보타의 아이들)이 나는 참 좋았다. 특히 제 몸을 타고 오르면서 구석구석 파고드는 이끼의 생명력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파고들면 제 기능이 멎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자랄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로봇의 사고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첫 번째 단편(반짝이는 별먼지) 속에서도 할머니는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복권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난 이 표현도 참 따숩고 다정하고 좋았다. (이 아이는 내가 지구에서 당첨된 최고의 복권이었네.)
세 번째 단편(달로 가는 길)에서는 율동과 주문 세 가지를 섞으면 '치료의 주문'이 된다는 묘사가 눈에 띄었다. 집집마다 또는 사람사람마다 사적인 '암호' 하나씩은 있을 것인데, 초반(화목한 분위기)-중반(헤어짐)-말미(스포이니 생략)에 이를 때마다 이 동작이 언급될 때 마음이 찡했다. '아이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부분.
네 번째 단편(들어오지 마시오)과 다섯 번째 단편(지나 3.0)에서 다루는 가족의 면면도 좋았다. 매몰차게 구는 것 같아도, 일면 냉정해 보여도...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 기저에는 분명히 진실된 사랑의 마음이 있다고 믿고 집필하셨단 느낌도 들어 좋았다.
③ 사은품 구성
책 속에는 우주 복권이 한 장 들어있다. (첫 번째 사진 참조) 총 5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인 '반짝이는 별먼지'에 나오는 것인데, 내용과 어우러진 사은품(실물 복권)은 읽는 즐거움을 한층 올려주었다. 50년 전 이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말하며 소녀 같이 들뜬 할머니는 무척 귀엽고, 보청기를 끼고 할머니의 일을 돕는 무던한 성정의 손녀는 꼭 애어른 같았다.
나는 책 속의 무언가를 사은품으로 구현하는 데 흥미가 많은데, 우주 복권에 당첨된 할머니 이야기 속에 실물 '우주 복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으니 순수하게 독자 입장으로 돌아가 괜히 즐거웠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어린이들은 이런 부분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고민이, 어떤 어린이에게는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