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나의 작가님, 은유 님이 신간을 내셨어요. 창비에서 나온 도서로, 제목은 <해방의 밤>. 적박이 책 곳곳에 분포되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아름답습니다. "책은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다." 이 소개글이 가슴을 찔렀고 서간문 형식으로 전개되는 듯해 더 마음이 갔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프롤로그부터 몹시 가슴이 뛰었고 거의 매 페이지마다 꼬투리를 접어 가며 이 책을 읽었어요. (결국 책이 아주 엉망입니다)
은유 작가님이 읽은 책을 소개해 주는 형식도 좋았습니다. 소개한 책을 읽고 다시 이 책을 펴면, 꼭 작가님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이 책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 전 느낌을 한 줄로 말해 보자면, <해방의 밤>은 스스로를 묶어 둔 제약과 강박에서 나를 풀어주고, 용서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팬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저는 은유 작가님의 글이 참 좋아요. 많이 써 보고 깊이 성찰한 사람의 글은 우리에게 늘 울림을 주잖아요. 그런데 내가 경험해 본 부분이 주는 울림보다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들을 이야기할 때의 울림이 더 커서 작가님이 좋았어요. 가령 이 책에서도 한 줄을 꼽자면 '중견'에 대한 언급같은 거요.
담당 기자가 물었다. "어느덧 책을 열 권 낸 중견 작가이신데요, 계속 쓰게 하는 힘이 무엇입니까?" 나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정확히는 한 단어. 중견 가수, 중견 배우 할 때 그 중견.
:
사전을 찾아보니 중견은 가운데 중(中) 자에 굳을 견(堅) 자를 쓴다. 중견, 그러니까 그건 내가 살고 싶은 삶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나는 두렵다. 가운데라는 것도, 굳어지는 것도.
17쪽
저는 아직 느껴 보지 못했던 중견의 삶에 대해 고찰하고, 그럼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는 분이죠. 이 책만 그런 건 아니고, 매 책마다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은유 작가님은 목동에 오래 사셨대요. 목동 주민이 아니라 목동 난민인 상태였다고 하니, 이 또한 울컥하는 묘사입니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묵은 관계들이 있는 동네라 이곳을 미처 떠나지 못했다네요. 아이 둘을 전부 대학 진학시키고 나서야 목동을 벗어나게 된 히스토리를 듣고 나니... 손 여사가 떠올랐습니다. 요리사라 항상 손 부르트게 일하면서도 가족의 밥은 꼭 챙기는 우리 엄마(=손 여사)요.
전 아래 페이지에서 '의도된 헛걸음'이라는 묘사가 가장 좋았는데, 이젠 '자기만의 방'을 얻을 수 있는 작가님의 상황이 다행스러우면서도, 아들과 딸 모두를 독립시키고도 가족 틈바구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손 여사가 대비되어 안쓰러웠습니다. 가족밖에 모르는 애처로운 사람인 우리 엄마... 여러분. 당신들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살고 있어 책에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꼼꼼하게 읽지 않는 저라... 일부러 서평단을 신청해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이 부분은 반은 공감하고 반은 공감하지 못했네요. 전 19쪽의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필연의 책장엔 우연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요. (제게는) 필연의 도서인 <해방의 밤> 안에서, 여러분이 "나를 꿰뚫는 한 줄"을 꼭 만나실 수 있을 거라고도, 먼저 읽은 자로서 생각해 봅니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