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살고 있는 별의 질서는 예외에 속한다. 이 질서와 그것에 의해 조건 지어진 지속성이 다시금 예외 중의 예외인 유기체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에 이 세계의 전체적 성격은 영원한 카오스이다.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질서, 조직 구조, 형식, 미, 지혜, 그밖에 우리가 심미적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성에 따라 판단하건대, 실패한 시도가 규칙이며, 예외는 은밀한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이 음악상자 전체는 결코 멜로디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을 영원히 반복한다. 더구나 결국 "실패한 시도"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비난을 내포하는 의인화이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우주를 비난하거나 찬양할 수 있겠는가! 우주에 무심함, 비합리 혹은 그에 반대되는 말들을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자. 그것은 완전하지도, 아름답지도, 고귀하지도 않으며, 그런 것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주는 결코 인간을 모방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의 어떤 미학적 판단이나, 도덕적 판단도 우주에 적용되지 않는다! 우주는 자기보존 본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도대체 본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주는 법칙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 자연에 법칙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자. 자연에는 오직 필연성이 있을 뿐이다. 자연에는 명령하는 자도, 복종하는 자도, 위반하는 자도 없다. 목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연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목적의 세계에서만 "우연"이라는 단어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죽음이 삶에 대립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경계하자. 삶은 죽음의 한 형태일 뿐이며, 그것도 매우 희귀한 형태이다. 세계가 영원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게하자. 영속적인 실체란 없다. (잠언 1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