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2010년 에드거상 최우수 소설 상, 이언플레밍 스틸 대거상, 배리상 수상작.

"젊은 나이에 용감하고, 감성적인 호흡에 성숙함까지 갖춘 최고의 걸작을 쓴

존 하트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워싱턴 포스트-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 요란한 수상 경력에 여기저기서 찬사를

받은 작품중에 대중적인 재미와 문학성의 호평을 동시에 듣는 작품은 만나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작가 존 하트는 2006년 소설 <라이어>, 2008년 <Down River>

에 이어 2009년 이 작품 <라스트 차일드>를 출간했다. 특히 <라스트 차일드>는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그럴만 하다...

 

 

무려 550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두께는 읽기전에 공포로 다가울만큼 위압감을 줬지만, 언제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는지 모르게 소설에 빨려들어가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 접했던 책들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오호라~ 출판사를 보니 랜덤하우스다. 일전에도 랜덤하우스에서 출판한

책의 두께에 대해 포스팅한적이 있지만,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들에겐 책이 두꺼울수록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수 있는 희소식이기도 하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이면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 권당 12,000~13,000원 하는 책값을 생각한다면 이 소설을 구입해 읽기 위해서는

24,000~26,000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두껍더라도 한권으로 묶어 권장가

14,800원에 내놨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독자의 편의를 생각한다는 점은 언제봐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쌍둥이 여동생의 실종. 그리고 이로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모두가 포기한 이 사건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추적해 나가는 주인공 조니는 소설속 13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책임감과

남매애가 투철한 아이다. 게다가 셜록 홈즈 뺨치는 추리력과 집중력. 결국 조니의 맹활약 덕에

감춰져 있던 추악한 사회의 일면이 드러나고 조용히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또 한번 맞닥치고

싶지 않은 단어들과 만나게 되는 불편함도 숨어있다. 바로 소아성애자. 저항력이 떨어지는 여자

아이의 납치, 감금. 최근 읽은 책들에서 자주 접해왔던 키워드 들이다. 현실속에서도, 상상으로

씌여지는 소설 속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의 단면이다.

 

라스트 차일드는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조니의 시각을 따라가며 독자들 역시 몇가지 추리를

하게되지만 작가는 그리 녹록치 않다. 독자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곳곳에 반전을 두어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스토리는 진행될수록 추악한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을 보이는것 같아 부끄럽다. 주인공이 성인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겠으나 열세살 소년

이다보니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소설이 진행되면서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상황도 일부러 스토리를 맞추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 냄새가 나지 않는다.

 

소설속의 악당을 보면 과연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이 설득력이 없다. 굳이 소설속 악당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 흉악범죄들의 범인들에게서도 선한 구석을

찾아볼수 없다. 악인은 그저 악인일뿐, 그가 왜 악인이 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동정심과

배려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앞에서 그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가끔씩 신문지상에서 보도

되는 강력범들의 재판결과에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사례가 많다.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

들을 잔인하게 죽인 범인이 초범에다,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고, 그에게 부양할

가족이 있다거나, 범행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게 증명되면 각종 감경 조항에 포함되어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가벼운 형을 선고받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게 옳은것 같기도 하다.

다만, 범인이 자신이 저지른 일을 평생 가슴에 묻고다니며, 뉘우치고, 후회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가정하에서 얘기다. 허나 실질적으로 한번 범죄에 빠져든 악인들은 교도소 생활을

학교삼아 쉽게 그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해자의 눈높이에서

가해자의 인권 위주로 판결하게 되면, 그럼 아무 죄없이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어떡하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법의 심판을 내릴때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라스트 차일드, 썩 괜찮은 소설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주제는 아니지만, 눈을 감고 모른척 살아

갈수만도 없는 아픈 현실을 끄집어 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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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리토모와 마법 지팡이 토토리토모 시리즈 1
조상미 글.그림 / 책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동화의 소재 치고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

네살 둘째딸은 엄마한테 혼나고 나면 입이 코 높이만큼 튀어나와 쪼르르 방에서 뽀로로지팡이를

가지고 나와서는 "엄마는 개구리로 변해라 얍!" 하곤 한다. 다행히 엄마가 적당히 화난 상태라면

아이와 화해도 할 겸, 기분도 맞춰줄 겸 쭈그리고 앉아 개굴개굴~해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금 뭐하는거야! 당장 안치워?"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아이의

눈에서는 체수분의 20%가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바뀌지 않을까?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 토토리토모는 우유를 흘렸을 뿐이고, 아직 치우지 못했을 뿐인데 엄마의

뒤룩뒤룩한 눈이 벌써 아이에게는 괴물로 비쳐진다.

 

 

토토리토모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진짜 괴물로 변신시키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

통실통실 오동통한 돼지

초롱초롱 기다란 기린

퐁퐁퐁 알 낳는 여왕개미

으슬으슬 왕눈이 부엉이

둥실둥실 철퍼덕 오색 인어공주

뾰족뾰족 으허허헝 보라늑대

탱글탱글 고분고분 치타

느릿느릿 흐흐흠 나무늘보

토돌토돌 야옹야옹 고양이

첨벙첨벙 느릿느릿 왕거북이

 

 

하지만 화난 아이가 심술을 담아 괴물로 변하라고 저주를 내리는 말들이 가만보면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기껏 한다는 주문이 돼지, 기린, 여왕개미라니... 아마 어른들에게 저주를 내리라고

한다면 눈이 백개 달린 뿔괴물이나, 머리카락이 온통 뱀인 메두사, 혹은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괴물의 흉칙한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까?

 

 

이렇게 미운 마음에 엄마를 괴물로 변신시켰지만 괴물로 변한 엄마의 모습에서 왠지모를 따뜻함과

푹신함을 느끼게되고, 그게 바로 어떤모습으로 변하든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엄마와 화해를시도하는 토토리토모.

 

 

하루종일 엄마와 함께 있는 서너살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면서도 또 시시각각 부딪치며

혼나는 상황이 많다. 이럴때 엄마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잘 훈육하고, 또 풀어주는게

필요한데 이런 소재를 다룬 비슷한 책들이 많이 있다.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주전자 엄마와

이불 아빠'도 비슷한 소재지만, '토토리토모~'는 갈등을 푸는 과정이 아이의 관점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주전자엄마는 스스로 풀죽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화를 삭혀 아이에게 다가가는 반면,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다룬 것이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동화다.

 


우리는 늘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그리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늘 소리치는 토토리토모의 엄마,

주전자 엄마,피곤하다며 이불뒤집어 쓰는 이불아빠가 되곤한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때론 화가나기도 하고, 때론 부모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어른이란 이유로

무조건 아이들이 잘못한거고,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만 한다는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창의력을 키워준다고 창작동화를 읽히고, 교구를 사다주고, 사고의 폭을 키운다고 책을 읽어주고,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안델센 동화에, 이솝 우화까지 접해주지만, 실상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건 바로 부모들의 말과 행동이다. 그 어떤 책보다도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교과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모범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해왔을까?

 

혼쭐을 내놓고 훌쩍거리며 잠든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주기도하지만, 다음날

아침엔 또 다른 잔소리로 아이와 부딪히고, 똑같은 상황에서 큰소리를 치고있다.

그럴때 아이들은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나만 미워하고, 나를 안사랑해!' 이렇게 느끼지는 않을지.

기껏 서너살 꼬맹이가 뭘알까 하겠지만 의외로 우리 아이들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걸

알고있고, 사고의 폭이 깊다는걸 문득문득 느낄때가 많다.

 

이들 책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런 점일게다.

아이들을 혼내더라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고, 깨달을수 있게 혼내는 것이 중요하다.

귀찮아서, 대충해도 모를거라는 생각에 강압적인 말과 어른들의 억지가 아이들을 멍들게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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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속도로 - 이혜영 소설집
이혜영 지음 / 책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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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향이 광주광역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에 직장을 잡고, 한달에 한번꼴로 광주집을

다녀갔었다. 그때 이용하던 고속도로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대전에서부터는 호남고속도로

바꿔탄다. 중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는 그리 타본 기억이 없다. 천만 다행이다...

 

 

소설 '중앙 고속도로'는 이혜영의 단편집이다. 다섯편의 단편들중 첫번째 소개되는 작품

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중앙 고속도로'는 고속도로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흔히 볼수있는

다양한 인간상들이 등장하고 있다. 초보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습관, 여성운전자를

몰아세우는 남성 운전자들, 거기다 차량통행도 별로 없는데다 어두운 밤에 혼자 자리를

지켜야하는 톨게이트 매표원의 등장인물들이 까닭모를 공포감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의 등장으로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사실 첫번째 단편 '중앙 고속도로'만 그러는게 아니다. 뒤를 이어 나오는 단편들 '초파리

죽이기', '어쩌다', '벙어리 삼룡이', '문' 등 다섯편의 소설들이 하나같이 염세적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죽음과 관련이 있다. 비뚤어진 심성, 악인들, 이기적인 인간,

음모,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인간들.. 좀 혼란스럽다.

물론 소설속 스토리 라인이나 상황들이 극한으로 최악의 상황을 그린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면서 평범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위험이랄지, 사건, 사고, 잠재적인 범죄자들

에게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황당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면서도 행복하기도 한 일상의 모습 대신,

아침에 출근하고, 애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하루종일 혼자서 집을 지키는 아내, 도로로

나서는 초보운전자들, 순박한 학생들을 잔인한 흉악범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혹은 그 일상속 평범한 우리 이웃들 자체가 잠재적인 흉악범들이고.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고 염세적이지 않나

걱정스러울 정도다.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거나, 혹은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거나.

 

작가 약력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일을 하다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지망생인지도. 그런데 작가 소개도

무거운 분위기다.

"네 살 때부터였을 것이다. 어둠속에 혼자 앉아 창문을 응시하며 훌쩍이는 것이.

지금도 새벽이다. 어둠속에 깨어있을 때면 두가지 상념이 괴롭힌다. 그리움과 슬픔이다.

정의되지 못한 슬픔과 막연한 그리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쓸때만큼은 그것이 날 지배하지 못하니까."

 

글은 재미있다. 잘 쓴다. 다음번엔 좀더 밝은 분위기의 유쾌한 소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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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인생
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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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도서중 가장 이슈가 되고있는 화제작은 2009년 세간에 알려진 '제이시 두가드'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납치 감금 생활을 회고한 '도둑맞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원제가 a stolen life 인데 번역본에서 도둑맞은 인생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린 삶'
이런 제목이 더 낫지않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제이시 두가드' 사건이 뭔지
혹시 모를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살펴본다.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1살 소녀 제이시 리 두가드가 등교길에 괴한에게 납치됐다.
범인은 필립 가리도와 그의 부인 낸시 가리도. 이들 부부는 학교를 가던 제이시 두가드에게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여 기절시키고 샌프란시스코의 집까지 데려간후 뒷뜰에 있는 헛간에
감금했다. 이때 제이시 두가드는 초등학교 5학년. 범인 필립 가리도는 소아성애자이자 변태
성욕자로 이전에도 성범죄로 징역 5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1년만인 1988년 가석방된
상태였다. 가석방된지 3년만인 1991년 다시 11살 초등 5년생 제이시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변태적인 성노리개로 삼은 것이다. 제이시가 용기있게 고백한 책내용에서는 납치된지 일주일
후부터 수시로 강간을 당했고, 일명 '달리기'라고 해서 마약을 복용한후 밤을 새면서까지
변태적인 가학행위를 일삼았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범인의 부인 낸시를 포함한 쓰리섬을
시도하려 했고, 마당에 키우던 사냥개와의 수간(개와 사람간의 성행위)을 암시하기도 했다.

보통 여자아이라면 첫생리를 시작할 14살때 이미 임신을 하고, 감금된 장소에서 딸을 낳았고,
1997년 17살때 둘째 딸을 낳았다. 그렇게 18년을 이들 부부와 함께 살았는데 처음에는 탈출
할 기회를 노리면서 살았고, 나중에는 전형적인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이며 탈출 기회가 있어도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한채 이들 부부와의 '안정된 삶'을 추구해 나가게 된다. 그러다
2009년 스물아홉살이 되던 해 필립 가리도를 감시하던 보호관찰관이 다른 건으로 이들을
소환하면서 누군지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답이 엇나가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
지게 됐다. 이때만해도 제이시는 범인은 제이시와 두 딸들의 존재에 대해 서로 답변을 맞추기로
했지만, 범인 필립의 정신병력이 악화되면서 서로 어긋난 진술을 하게된 것이다. 제이시는 약속
한대로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나와 필립과 살면서 자신이 낳은 두 딸들이라고 했고, 필립은
제이시와 두 딸들이 모두 조카라고 진술한 것이다. 이에 의심을 품고 추궁하자 제이시는
적극적으로 필립과 낸시 부부를 옹호하고, 자신이 18년전에 납치당한 제이시 두가드라는
사실을 감춘다. 훗날 책을 쓰면서 이때를 회상하며 너무나 두려웠고, 혼란스러웠다고 얘기
한다. 오로지 자신이 18년동안 익숙해진 그 범인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그러다 마침내 필립이 범행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제이시는 경찰의 보호하에 어머니에게
돌아가며 모든 진상이 밝혀지게 됐다.

아래 사진은 감금생활중 출산한 두 딸의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범인 필립 가리보에게 징역 431년형을, 부인 낸시 가리보에게
36년형을 선고했다. 뿐만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국가가 성폭행 전과가 있는 범인의
관리를 소홀히 해 이같은 피해가 났다며 2천만달러, 한화 약 245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의 범인 필립 가리보와 낸시 가리보.

이 사건 이후 극도로 언론에 노출을 꺼리며 은둔생활을 해오던 제이시 리 두가드가 마침내
피플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세상에 다시 나왔고, 그간의 끔찍한 경험을 솔직하게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이다. 제이시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경찰에게 신분을
밝히지 못했던 것은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한 상태에서 범인들에게 세뇌되어진 데로 행했던
것이며, 심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을 찾은 이후에는 선처를 원하는 범인 부부들을
절대 용서할수 없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한 자신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두 딸들의 학교생활과 남은 인생을 위해서 자신의 가족들과 딸들이 공개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껏 자신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든간에 집요하게 추적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언론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있었다고 밝히며, 마치 지금도 집에 감금된것 마냥 느껴진다고
기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얼마전 8년동안의 감금생활을 펴낸 나타샤 캄푸쉬의 '3096일'을 리뷰한 적이 있다. 또 그후에는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는 이야기인 '스톨런', '룸'에 관한 책 이야기
도 본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오늘 제이시 두가드의 '도둑맞은 인생'까지... 이런 비윤리적
이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답답한 한숨만 나올뿐이다. 그나마 미국의
캘리포니아 법정과 의회는 징역 431년형과 보상금 245억원을 지급하면서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우리 사법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심히 걱정
스럽다. 범인의 정신착란 증상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하여 감경하고, 피해자에게 어떤 학대나
폭행이 없었다는 점, 출산한 두 딸의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점, 그리고 나이가 고령인 점을 정상
참작하여 징역 10년 이내를 선고하지 않을까? 또 모르겠다.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나 않을지...

제이시가 제일 억울해 하는건 한참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납치 당시 갓난
아기였던 여동생과 함께 자라며 정을 쌓았을 시기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여동생과 어떤
추억도 남아있지 않은데 이제 열아홉 여대생으로 훌쩍 커버린 상태라 서먹할 뿐. 납치되기 전에
친한 친구였던 아이들도 지금은 가정주부가 되어 함께 추억할 거리가 없어져 버렸다. 자기도 남들
처럼 가슴떨린 첫사랑, 첫키스, 첫데이트도 하고 그나이 또래 아이들이 하는 모든 과정도 거치고
싶은데 악몽같은 시기를 지내고 정신차리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단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싶다고 얘기하는 제이시.




납치당시 갓난아이 였던 이복 여동생.

비록 천문학적인 보상금과 범인을 단죄하였지만, 잃어버린 제이시 두가드의 삶과 청춘은 어떻게
보상받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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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전쟁 1 - 국제자원을 둘러싼 은밀한 스캔들 자원전쟁 1
쿠로키 료 지음, 박은희.이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자원전쟁'은 일본인 작가 쿠로키료가 쓴 중동의 원유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협상과

트레이더들의 숨막히는 첩보전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가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 대학원에서

중동 연구과 과정 석사학위자 인데다, 은행과 증권회사, 종합상사에서 23년간 근무하며

국제협조 융자, 프로젝트 파이낸스, 무역 금융등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였기에 소설에 묘사된

원유 확보를 위한 종합상사의 업무 추진과정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이 세부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한 건의 수출입을 성사시키기도 어려운 마당에 특히 국제적으로

민감한 중동지역의 원유를 수급하기 위한 협상은 오죽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겠

는가! 더군다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UN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무역봉쇄

에 나서 의약품과 식량을 사기위한 원유판매를 제외하고 일체의 수출입을 금지하던 시기이다.

이때 주인공 가나자와가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상사 이쓰이상사 소속으로 이란, 이라크 원유

수급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파란만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일본인 작가가 쓴 작품이다보니 일본인의 시각에서 치열한 국제적 원유 쟁탈전을 표현

하고 있지만, 유전 하나 갖고있지 않은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다를게 없는 처지이다 보니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있는듯 하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토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움직이고 있는데 과연 현실속의 우리나라도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소설속에서 한국이 여러번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되는 부분이 자원

확보를 치열한 물밑 싸움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 이라크등 중동지역에 건설된

도로, 원유수송관등 건설업계에 관련된 부분이 많더라. 현대건설, 대우건설등이 거론된다.

 

책 제목은 '자원 전쟁'이지만 실제로는 '원유 전쟁'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단점이라면 종합

상사의 업무 추진 과정이나, 에너지 파생상품 트레이더의 업무가 너무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어

자칫 지루함을 느낄수도 있다는 점을 들수있다. 다행히 숨막히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맞춰 온 신경을 쏟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 흥미를 갖고 몰입할수 있다면 꽤 근사한 소설

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독자들이 이 책을 접하게 되면 한장, 한장 페이지 넘기는것 자체가

고역이 될수도 있다.

 

어쨋든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바는 모든이들이 동일할 것이다.

원유를 비롯한 자원 확보가 '장난이 아니다~' 라는 것. 자원확보를 위해 각 나라들이 사활을

걸고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면 한방울의 기름도 아껴쓰고, 필요없이 켜놓은 전기불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수 있겠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이런 국제적인

물밑싸움속에 한국도 당당히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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