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파의 딸들> 2025. 4. 2. 개봉
튀니지 국적의 1970년대 생으로 추측되는 올파에게는 네 명의 딸이 있다. 그 중 첫째와 둘째는 IS가 세계적 뉴스였던 2010년대 중반 당시 IS에 가입하고 IS의 신부가 된다. 현재는 16년 형을 선고받고 리비아 감옥에 수감중이며, 첫째인 고프란은 감옥에서 딸을 키우고 있다. 고프란의 남편은 IS 대장이었으며 리비아 정부(아마도)의 공격에 사망했다.
(다큐)영화의 초반에는 첫째, 둘째 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그럴만도 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꼈다.
영화의 전당의 영화소개를 보면 '여성, 가족, 사회적 문제를 문제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소개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여성, 가족, 사회적 문제 아주 지긋지긋하다.
세상에는 의외로 올파 같은 엄마가 많다. 유감스럽게도 나의 생모도 올파 같은 사람이다. 올파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 가장 고생하는 사람, 가장 희생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의 딸을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너를 위해서 이렇게나 희생하고 있으니 내가 기분이 나쁠 때는 너를 좀 심하게 때려도 돼. 네가 잘못을 했을 때는 당연히 처맞아야 해.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첫째인 고프란은 올파의 심한 매질(죽음에 이를 정도의 매질)로 인해서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다. 신을 숭배하고 신에게 철저하게 의지하다가 결국에는 집을 나간다. 집을 나간 그녀를 받아줄 곳은 어쩌면 IS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고프란과 달리 나는 신앙도 신앙심도 없기에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배두나가 가족사진에서 자신의 모습만 도려내어 가출을 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가족사진에서 생부생모만 도려내서 버렸다. 결적적으로 도려내게 된 건 생모라는 자가 두세 달마다 암검사를 하러 다니는 나한테 자신의 지병이 내 탓이라면서 퍼부었던 때이다. 그때 든 생각이 '아, 저 여자는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거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참했다.
네 자매의 부모나 나의 생부생모나 도긴개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의 생부의 배려(?) 방식은 이렇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소화시키지도 못하는 음식을 챙겨 준다. 우화 <여우와 두루미>처럼.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배려와 선의조차도 본인 위주다. 나의 생모는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은 고려하지만, 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란다. 첫째 자녀에게서 절연당한 생부는 아마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남아선호주의자고, 그에겐 어엿한 아들이 있으니까. 그 아들이 노부모 봉양을 하지 않고 상경해 버렸더라도. 첫딸에게 절연당한 생모는 절연당하기 전부터 하던 내 욕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가 죽으면 적어도 장례식에는 참석해 줄 생각이었는데, 생부생모가 사망하더라도 회사에 경조사휴가 신청하지 않고 그냥 출근하기로 다짐했다. 꿈도 야무지다, 병원 기록을 보면 내가 그자들보다 먼저 죽을 거 같은데. 하! 하!
첫째 딸인 고프란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본 다큐영화였다. 올파가 유독 첫째인 고프란을 심하게 학대했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고프른이 자신의 딸에게는 폭력을 유전하지 않길 바라며...
2. <마리아> 2025. 4. 16. 개봉
감독 파블로 라라인의 여성 3부작 쯤 된다.
<재키> <스펜서> <마리아>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가 궁금해서 본 영화.
안젤리나 졸리 개인에게 기념품 같을 영화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안젤니나 졸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10분 정도 될까 싶을 만큼 오직 그녀만 나온다!
보면서 영화 <주디>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년배, 가수, 약물의존, 뼈마름, 약물과다로 인한 이른 나이에 사망한 점도...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사람의 딸에게 지독히도 기생하는 생모이다.
마리아 칼라스의 생모는 딸의 포주가 되어 딸에게 손님을 알선해 준다.
주디 갈란드의 생모는 주디를 성공시키기 위해 10살 무렵부터 딸에게 각성제를 지속적으로 먹인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긴 점은 마리아를 인터뷰하는 젊은 남기자가 마리아보다 더 뼈말라인 것.
이 영화에서 반가운 얼굴은 가정부 역할의 알바 로르와처였다. 여동생인 알리체 로르와처의 영화에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이런 대작(?)의 중요 조연으로 출연하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