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경우, 고독한 행복이 언제 변질하기 시작하여 고립된 절망으로 변형되는가? 하루가 지나면? 열흘? 한 달? 세상을 차단해버리고 싶은 충동은 언제 닥치며, 그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당신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작년 12월,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코로나19 때보다 더 열심히 필사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독감, 백일해 등의 질병이 유행처럼 유행하고 있었지만 무사했다. 그랬는데 작년 마지막 일요일 하루종일 제주항공 사고 뉴스에 나도 모르게 매달려있었던 것이 문제였을까. 일요일 밤 오한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감기약을 처방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작년 하반기는 검사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대학병원 과 3곳을 돌아다니면서 이 검사 저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의료대란은 계속 진행 중이었지만 나의 검사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연초 사소한 감기약에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나를 가장 중요한 검사가 예약되어 있었기에 나는 차마 감기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오한이 너무 심할 때는 생리통 약을 먹으면서 견디고 버텼다. 뉴스에서는 연일 독감, 호흡기 질환 환자 사상 최대, 병실 부족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처방은 마스크, 생리통약, 휴식 말고는 없었다.
감기는 어느 정도 나았고, 기대가 없었던 검사 결과는 놀랍게도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상 범위였다. 이번에 또 최악을 갱신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였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무속도 없이, 사이비 교주의 생명수도 없이, 현대의학(나는 검사만 받는 것, 약도 치료도 받지 않는다)도 없이 오직 정신력 하나만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다음 검사에는 다시 나쁨 범위로 추락할 수도 있겠으나)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을 드리듯 하고 있는 모닝 홈트, 하루 수면 8시간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 이젠 토템이 되어버린 양배추 샐러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소사가 싫어서 의도적으로 실시한 은둔과 고립.
최근 나는 나의 은둔과 고립, 고독에 대해서 이걸 계속할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를 두고 고민 중이었다. 고립과 고독에 대한 책, 유튜브, 영화 등을 곱씹어 보면서 새해(2025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번 검사 결과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주었다. 나는 과일 껍데기에 날파리가 꼬이듯이 사는 삶보다는 항균 작용을 피톤치드 같은 삶이 더 체질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건강 라이프 방식은 다른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