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카오스 이론'이 궁금해져 몇 권의 책을 비교해 보고 샀는데, 아주 쉽고 일목요연하네요. 고등학교 때 과학 배운 게 전부라서 이쪽으론 문외한인데, 그림도 보고 읽으니 현대 과학이론의 일면을 이해한 듯 뿌듯하네요. 청소년 용으로 나왔지만 과학 이론에 대한 깊이가 없는 저같은 성인이 상식 수준으로 읽기에 딱 좋은 책인듯 합니다. 사놓으니 조카들도 와서 읽고, 이래저래 득이랍니다.
시간 많고 단순해지고 싶을 때 볼만한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가 장장 34권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왕자 역의 도묘지 츠카사가 아주 개성적이라서 눈여겨 봐둘만하답니다. 지금까지 기존의 왕자들은 돈 많고 잘생기고 자상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추었지만, 츠카사는 돈 많고 잘 생기지만 폭력적인데다 단순하고 무식한 이상한 왕자님이랍니다. 게다가 자신의 금력을 속보이게 자랑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아이같이 순수해서 미워할 수가 없답니다. 그런 괴팍한 왕자를 만나 외유내강형의 여주인공이 좌충우돌하는 얘기가 왠지 남일같이 않아 재미가 있답니다. 인기를 반영하듯 길어진 권수만큼 온갖 순정만화의 통속적인 스토리가 다 나오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왕자 츠카사와 츠쿠시란 신데렐라 때문에 그들의 행복한 결말을 느긋하게 기다려볼까 합니다.
어느 날 책장에 있던 아주 파란 표지의 민음사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다시 읽었습니다. 한 10년쯤인가 도서관에서<노르웨이의 숲>를 읽고 구입했던 책이었답니다. 그 땐 그저 읽고, 그냥 '그저 그렇네'라고 책장에 꽂아 놓았답니다. 언뜻 보면 줄거리가 없는 그 책, 그냥 어느 여름날 쥐와 함께 잡담하는 이야기. 만남도 헤어짐도 아주 가벼워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마치 바람과도 같은 이야기였답니다. 그 때는 손으로 그 바람을 잡으려고 했던가봐요.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인물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냉소적이고 개성적인 인물 '쥐'를 주목하게 되었답니다. '쥐'와 '나'의 대화는 때론 짧고 날카롭고 독특했습니다. 그 냉소적이고 허무한 대화에 빠져 버렸답니다. 그때부터 '쥐'란 소설 속의 인물을 찾아, 하루키의 소설을 기행하게 되었답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을 읽고 쥐의 결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동안 책장을 덮지 못했답니다.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데도 소설 속의 인물을 참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제겐 '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가치로운 소설입니다.
'회계학'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구입했는데, 대만족입니다. 분식회계, 재무제표 등 용어가 나올 때마다 궁금하고 신문의 경제란 읽을 때마다 용어를 이해못해서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증시 관련 시황 볼 때도 다른 증권 관련 책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쓰여진 아주 쉬운 입문서였습니다.
이 작품에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니 남미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란 극찬과 '노벨문학상'이란 게 항상 따라다딘다. 난 그런 것은 모른다. 그런 것을 모른다는 것은 자랑은 아니다. 다만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다. 어떤 지식을 알면 작품을 더 흥미롭게 읽게 되겠지만, 내가 '백년 동안의 고독'을 보았을 때 '이것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네.','이거 뭐야, 아주 엽기인 걸!'하면서 화장실에서 키득거리면서 읽었다. 책은 두텁지만 술술 잘 넘어간다. 내가 아는 노벨문학상 탄 몇 권의 책은 거의 이야기의 즐거움에서 빵점이었다. 이 책에는 아주 웃기는 대목도 많고, 기상천외의 사건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얼굴만 보기만 해도 죽어버리는 남자들, 하늘로 승천한 미녀...특히 백치면서도 아름다운 레메디우스의 이미지는 늘 멋지고 독특한 것이었다. 난 이 책을 읽고, 그 중 재미있고 웃기고 엽기적인 이야기는 동생에게 몇번이나 한밤에 누워서 부분편집하여 이야기했었다. 아무튼 아무것도 몰라도 흥미롭고 개성적인 이야기의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그 문학적 가치를 알고 읽으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