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김현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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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 교육이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사가 존중받고 자존심이 짓밟히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정반대다. 학부모의 갑질은 도를 넘고 있다.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야 말겠다는 돌격대원이 된다. 자기 자식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으면 물불이 가리지 않고 학교로 쫓아오고 성질을 부린다. 그 학부모에게는 학교는 화풀이 대상이 되고 교사는 분풀이 대상이 된다. 사과를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자녀를 볼모 삼고 학교 위에 교사 위에 군림을 한다. 나는 현직 교감이다. 25년 이상 학교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괴물과 같은 학부모를 자주 접한다. 아쉽게도 괴물 같은 학부모를 제지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우리 법의 현실이다.  

 

교사들이 마음껏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괴물 부모의 습관적 이상 행동을 막는 법이 절실하다. 학교는 늘 죄인이다. 정당한 교육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아이가 다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심지어 아이의 말만 듣고 교사가 잘못인양 다짜고짜 따지는 학부모들을 많이 본다. 교감이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해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해야 그제야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전화를 끊는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면 다시는 가만두지 않는다는 엄포와 함께 말이다.  

 

이게 우리 학교의 모습이다.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괴물 부모의 탄생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다. 일본과 홍콩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학교 위에 군림하는 학부모들의 이상 행동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고 하니 새로운 일도 아니다. 우리도 이런 불행한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괴물 부모를 막아내는 일은 학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학교가 무슨 권한이 있길래 괴물 부모의 출현을 제지할 수 있을까. 온 국민이 함께 교육을 지켜내야 국가의 미래가 온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학교를 지켜내고 교사를 수호해 주어야 한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괴물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에서 금방 드러난다. 혼자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한다. 늘 어두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부모의 강압된 양육으로 조용한 듯하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다. 괴물 부모가 만들어낸 불행한 결과다. 자녀는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괴물 부모에게 있어 자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리 만족 수단이다. 불행히도 괴물 부모의 출현 빈도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 사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학벌 사회는 부모의 괴물화를 가속화한다.  

 

나는 괴물 부모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면 정직하게 진단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자녀의 문제 앞에 통제 불능해지는 것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괴물 부모는 누구든지 될 수 있다. 괴물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방법에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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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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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는 건 이 험한 세상을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온 글이다. 인권은 소수를 위한 다수의 배려다. 인권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수의 용기 있는 선택이다. 타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이해를 넘어 함께 하고자 함은 저항이며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복종하는 일이 큰 무리가 없는 일이며 나만 불편하지 않으면 의도적으로 불편한 장면을 피하면 아주 쉽게 살아갈 수 있지만 조금이나마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 개선하고자 한다면 불편함이 곧 나의 문제가 되고 만다. 인권이 어려운 과제인 이유다. 

 

시대에 따라 큰 이슈가 되는 인권들이 있다. 한국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인권의 문제들을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평상시에 간과하고 넘어갔던 장면들을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판단하는 바가 다르기에 인권의 문제는 항상 논쟁과 대립이 뒤따른다. 민주주의 사회는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되 논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사회라고 본다.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의 주제들도 다양한 논쟁을 피할 수 없다. 노인 인권, 장애인 인권,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관한 인권 등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인식 개선을 위해 인권 영화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 책의 탄생 배경도 인권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단편 영화이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겠지만 기존의 편견들을 재조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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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날 678 읽기 독립 2
이은서 지음, 천유주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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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다. 스스로를 보게 되고 가족들의 존재도 깨닫는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고민도 해결한다. 동화 속에서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난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혀야 하는 이유다. 아인슈타인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동화를 가리켜 심리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동화에는 사람 내면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를 치유의 심리학이라고 한다. 

 

동화 속 1학년 예원이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아픈데 학교 가라고 하는 엄마의 태도에 원망과 서운함이 그려진다. 친구 미나의 도움을 받고 학교 보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에 변화가 일어난다. 아픈 날 학교 가라고 하는 엄마의 태도를 이해하게 된다. 아픈 날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원망하고 서운한 마음에서 미안한 마음으로 바뀐다. 

 

어릴수록 자주 아프다. 겨울철이면 감기와 독감을 달고 산다.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는 한 사람이 감기 걸리면 어김없이 다른 친구들에게 전염된다. 아픈 날 집에서 푹 쉴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파야 한다. 동화 속 예원이를 읽으면서 많은 아이들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예원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위로를 얻고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의 모습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동화를 읽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키가 크더라도 정서적인 발달이 느릴 수 있다.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은 읽기를 통해 체득할 수 있다. 동화 속 수많은 등장인물을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만 생각했던 학교 보건실이 아픈 날 나를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장소임을 동화를 통해 선입견을 깨뜨려줄 것이며 아픈 주사를 놓아주는 보건 선생님이 아니라 감기 똑 떨어지게 따뜻한 유자차를 끓어주시는 분이 보건 선생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동화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 상처도 치료해 준다. 아픈 날 어른들도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한다. 함께 아파해 줄 친구를 필요로 한다. 동화를 통해 어릴 적 추억을 돌아보며 나와 함께 해 주었던 소중한 친구들을 기억하게 해 준다. 

 

아이들이 아팠을 때 집에서 쉬게 해 주지 못하고 등 떠밀다시피 학교로 보내며 퇴근길에 애 셋 모두 데리고 늦게까지 진료하는 소아과병원을 순례했던 옛 기억이 '아픈 날' 동화를 읽으면서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아빠로서 열심히 살아냈던 그때 그 시절이 추억의 한 장면으로 다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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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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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공개한다는 것은 무척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남녀의 차이가 없겠지만 섬세하고 좀 더 개인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쪽은 여자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삶을 살고 있고 편집자의 삶을 살고 있는 공통점을 소유한 세 사람이 '일기'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자신의 삶을 오픈한다는 것이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일기를 공유하고 삶을 나누는 사이라... 팟개스트는 나에게 친근한 채널은 아니지만 이미 '일기떨기'라는 방송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들이 책으로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태세다.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독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글들을 넌지시 던지고 있다. 글을 쓴 이들은 자신의 삶을 수다 떨듯이 내뱉은 말들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으로, 위로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저자들처럼 일기를 공개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내용은 숨기거나 멀찍이 돌아서 쓴다. 그나마 공개된 곳에 글을 쓴다는 나름의 용기를 스스로 자랑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들만큼은 과감성이 떨어진다. 

 

최근 일기로 글감으로 하는 책들이 쏠쏠하게 눈에 띈다. 김난희 작가의 스타벅스 일기로 비슷한 유형의 책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역사에서 일기는 글의 단골 소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조선 왕들의 은밀한 일기라 할 수 있는 승정원일기 등 일기는 극히 개인적인 글이지만 동시에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교사 시절 학급을 운영하면서 학급 일기를 함께 쓰도록 한 적이 있다. 한 권의 공책을 준비해서 학급이라는 공통 주제로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가면서 쓰는 일기를 추구한 적이 있다. 지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지만 학급 일기를 통해 나름 공통분모를 만들고 학급 공동체를 만들어갔던 추억이 있다. 

 

우리도 저자들처럼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일기 형식을 빌려와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다 떨듯이 일기를 함께 써 내려가면 나름의 힐링 포인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숨 막힐 정도로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일기로 생각과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아마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일 것 같다. 일기를 함께 공유할 친구를 찾아보면 의외로 많지 않을까? 나처럼 교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도 교감의 생활을 글로 적고 공유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함께 친구를 맺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는 성장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책 제목처럼 엉망이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부분들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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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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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한다는 것은 함께 걸으면서 거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사는 상실의 아픔을 겪은 학생들을 교실 속에서 만난다. 애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은 연령에 따라 슬픔을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스스로 치유하게끔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괜찮거니 하고 넘어가거나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은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요즘 생각지도 못한 사회 참사들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간다. 교사들은 나와 함께 학생들 중에서도 분명히 참사의 대상자가 있을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애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섣불리 애도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애도하는 방법에 대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애도자는 고통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애도자의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머리로 분석하려 하지 말고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애도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애도자는 동반자로 서로 배운다는 마음으로 나란히 함께 있는 것이 최고의 태도라고 한다. 아주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미리미리 익혀두면 좋을 것 같다. 

 

위로하는 마음으로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문학 작품으로 책에서 리타 모란의 '부탁입니다'를 소개하고 있다.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서 읽어보시라. 이 책에서는 141쪽~412쪽에 옮겨 놓고 있다.  

 

애도는 곧 위로하는 것이다. 긴 말보다는 짧더라도 마음이 전달되는 말 한마디가 진심으로 위로가 된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라는 말속에는 애도하려는 마음이 녹아있다. 이처럼 학교에서도 이제는 선생님을 통하여 애도 수업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상처에 대해 진심 어린 위로를 가르쳐야 할 때다.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 보듯 할 것이 아니라 내일이 될 수 있기에 서로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위로와 애도가 공적인 장소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도 위기대응팀의 애도에 대한 매뉴얼이 수립되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교직원 모두 각자 맡은 역할을 책임감 있게 감당할 수 있도록 학교 관리자들은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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