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공이 좋아!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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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 야구팬들은 말한다. 인생을 곧잘 야구에 많이 비유한다. 야구의 룰은 단순한 것 같아 보이지만 매우 복잡한다. 야구 경기의 각종 통계만 보더라도 그렇다. 타율, 방어율과 같은 기본적인 용어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용어까지 무수한 것이 야구 경기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희로애락은 당연한 것이고 매일 매 순간마다 교차하는 감정의 기복과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우리의 삶에서 파도 물결치듯 밀려온다. 인생이 마치 끝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인생은 9회 말 투아웃부터 시작이다. 

 

자음과 모듬 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민항의 최신작이다. 『너의 모든 공이 좋아』 은 주인공이 중학생 여자 야구선수다. 이색적이다. 전국중학야구대회 경기에서 마운드에 생소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제는 스포츠에서 남녀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남녀가 혼합되어 승부를 겨루는 경기는 아직 많지 않다. 축구만 하더라도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가 따로 있다. 만약 야구 경기에서 남자와 여자가 혼합되어 팀을 이룬다면 어떨까? 야구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인물인 투수가 여자라면... 

 

투수와 포수를 가리켜 배터리라고 부른다. 한 팀을 이루어 야구 경기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한다. 포수는 투수가 던지는 구질에 따라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투수를 리드해야 한다. 공을 던지는 사람은 투수라고 할지라도 포수의 작전과 전략에 따라 던지고 싶지 않은 공도 던져야 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모든 게 다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할 수 없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리더라고 해서 구성원들에게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할 수 없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구성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움직여야 한다. 야구의 공 하나하나에 우리의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녹아져 있다. 

 

신인상을 수상하고 모든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야구 선수라고 하더라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선수 생명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반면에 선수 시절 초반부에는 기량이 돋보이지 않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가다듬고 팀에서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며 오랜 기간 동안 필드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인생은 1회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9회 말 아니 연장전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관리 역량은 아이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에게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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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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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아일랜드』는 인공지능 시대 인간만이 소유하고 있는 고유성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사람을 대신해 인공 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공항, 철도, 식당 등 우리 곳곳에서 대활약을 펼칠 날이 이제 멀지 않은 것 같다. 인간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매 순간마다 업그레이드할 로봇을 대신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일이 무엇일지 걱정이 앞선다. 과연 사람만의 특별한 고유성을 유지해 갈 수 있을까?

 

심지어 생각마저도 인공지능 로봇이 한다고 하니 섬뜩한 기분이 든다. 물론 생각의 원천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는 자세히 살펴보아야겠지만 일상의 삶 속에서 주고받는 모든 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생각을 기반으로 한 감정까지 표현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또 다른 인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고유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일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도 살펴보면 누군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편리한 도구에 익숙해지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생각도 퇴화될까? 인공지능은 매일 진일보하는데 사람의 생각이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퇴화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사람의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인 생각을 갈고닦는 수밖에. 

 

상상력은 생각의 한 종류다. 기존의 것을 초월하는 무한 상상은 탄탄한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생각은 힘이 든다. 편안한 상태에서는 생각이 게을러진다. 자신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문장을 만날 때 생각의 파편들이 작동되는 것처럼 인간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해 쥐어짜는 일이 있더라도 생각하는 것만큼은 놓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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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 호모심비우스
최재천.팀최마존 지음 / 더클래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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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밥 먹여주나?'라고 말할 정도로 양심대로 살아가면 손해 보기 딱 좋은 시대를 살아간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에 하나가 양심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양심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해 본다. 며칠 전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어 모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떻게 어려운 역할을 흔쾌히 맡아 주셨느냐고 감사한 마음에 말씀에 드렸는데 그중에 한 분께서 이런 말씀을 주셨다. "그래도 다른 모임보다 가장 양심 있고 청렴한 집단이 학교가 아닌가요!" 

 

맞다. 사람은 똑똑하기보다 양심이 있어야 한다. 옳고 그른 것을 자신의 유불리에 맞춰 선택하는 헛똑똑이보다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고 끝까지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양심은 용기를 토대로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최재천 교수는 학자이자 연구자다. 연구실에서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협력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양심 호모심비우스』에는 그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열렬한 환경 운동가를 연상케 하는 그의 행보를 추적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 한국 과학계의 현실 비판, 돌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운동 등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제안이었다. 실험실에서 벗어나 사회의 각종 이슈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과감 없이 주장한 목소리는 그에 따른 반발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동반되었다. 

 

양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환영만 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 급부를 예상하며 오랫동안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양심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만 아니다. 앞으로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다. 위기의식을 느끼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삶의 패턴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를 종식하고 앞으로 살아갈 지구 환경을 지켜내야 한다. 결국 양심에 달려 있다. 양심에 털이 날 정도로 눈에 띄게 양심을 거스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손치더라도 이제는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다시 조성해가야 한다. 최재천 교수와 같은 유명한 인물이 우리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양심이라고 말해주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양심으로 다시 사회를 세워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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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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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짐을 챙기고 지도를 볼 줄 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_244쪽

 

애 늙은이도 있지만 어른 아이도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결국 자기 길을 알아서 찾아가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간섭하며 노심초사 대신 길을 걸어가면 걱정할 일도 생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고 혀를 쯧쯧 차는 부모가 있겠지만 반대로 불안한 마음은 들더라도 자기만의 여행을 거쳐야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응원하는 부모가 있을 게다. 세상의 부모치고 자식 걱정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마는 그럼에도 자식은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금 염려가 되더라도 속이 타들어가더라도 불량한 여행을 떠나보내자. 여행을 통해 불량함이 의젓함으로 바뀌리라.

 

어린이 성장 소설치고는 묵직함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아동 문고라기보다는 부모가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닐까. 사춘기 자녀를 키우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좌불안석인 부모들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함께 떠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은 나그네의 삶이요 순례자의 삶이다. 정해진 목적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내딛지만 만족함 없이 습관대로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목적이 없는 삶이라고 방향을 잃고 아무렇게나 산다면 결국 후회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순례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마음은 목적지를 염두해 놓고 떠나기보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 아닐까. 

 

순례길에 만나는 이들이 곧 나의 이웃이라.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이 그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평소에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라. 세상의 잡음에 귀를 닫고 마음의 소리를 쫓아 떠나는 순례자의 발걸음이 복잡한 내면을 단순하게 만들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평범한 자신의 삶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게 되리라. 

 

『불량한 자전거 여행 4. 세상 끝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편은 잠든 영혼을 깨운다.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한다.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게 한다. 좋고 나쁨의 판단의 기준도 곧 나만의 오만한 기준임을 깨닫게 한다. 세상은 넓은데 좁은 시야로 우리의 삶을 가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내일이라도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며 늘 만나는 이들이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 나 또한 불량한 여행을 꿈꾸게 하며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가볍게 배낭을 메고 어디로든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싶어진다. 그럴싸한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먼지 쌓인 평범한 자전거에 오랫동안 켜켜이 눌러앉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동네 한 바퀴라도 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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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다에 뜬 배 - 백제의 자존심을 지킨 세 아이 이야기 봄볕어린이문학 38
김하은.임지형.정명섭 지음, 김병하 그림 / 봄볕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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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이야기는 고구려, 신라보다 많이 읽히지 않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전해 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왕의 이야기라든지 유명한 장군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백성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특히 어린아이들의 삶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다만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볼 정도다. 

 

작년에 익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익산은 옛 백제의 왕궁터가 있는 곳이자 미륵사지 석탑이 있는 곳이다. 익산의 옛 지명은 금마저였다. 사비(부여), 웅진(공주)과 같은 수도를 배경으로 백제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은 백제의 자존심이라고 불린다. 백제 사람들은 손재주가 탁월했다. 기와를 만드는 일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아무리 기둥이 튼튼하더라도 기와의 무게가 천차만별이면 기껏해야 50년 밖에 버티지 못했다. 오랜 세월 집이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와의 무게가 같아야 했으며 비가 새지 않기 위해서는 특별히 수기와와 암기와가 그 역할에 맞게 만들어져야 했다. 모두 백제의 장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기와뿐인가. 백제의 유리 기술은 최고의 기술을 자랑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유리병을 만드는 일에 백제 최고의 장인들이 투입되었고 은은한 빛을 내는 아름다운 유리 도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석탑을 만드는 기술, 목탑을 만드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백제의 장인들은 그 기술들을 후손들에게 전수하고 끊기지 않도록 했다. 그 중심에 백제의 어린이들이 있었다고 추측된다.

 

책 제목 '하늘 바다에 뜬 배'는 하늘에서 바라본 기와지붕에 얹힌 기와를 말한다. 쓸모와 미를 생각해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미가 백제의 예술이었다. 오래된 역사일수록 가까이하지 않으면 잊힐 수밖에 없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일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듯이 미래는 과거를 통한 현재의 부단한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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