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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ㅣ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스스로 짐을 챙기고 지도를 볼 줄 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_244쪽
애 늙은이도 있지만 어른 아이도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결국 자기 길을 알아서 찾아가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간섭하며 노심초사 대신 길을 걸어가면 걱정할 일도 생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고 혀를 쯧쯧 차는 부모가 있겠지만 반대로 불안한 마음은 들더라도 자기만의 여행을 거쳐야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응원하는 부모가 있을 게다. 세상의 부모치고 자식 걱정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마는 그럼에도 자식은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금 염려가 되더라도 속이 타들어가더라도 불량한 여행을 떠나보내자. 여행을 통해 불량함이 의젓함으로 바뀌리라.
어린이 성장 소설치고는 묵직함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아동 문고라기보다는 부모가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닐까. 사춘기 자녀를 키우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좌불안석인 부모들이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함께 떠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은 나그네의 삶이요 순례자의 삶이다. 정해진 목적지는 아무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내딛지만 만족함 없이 습관대로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목적이 없는 삶이라고 방향을 잃고 아무렇게나 산다면 결국 후회가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순례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마음은 목적지를 염두해 놓고 떠나기보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 아닐까.
순례길에 만나는 이들이 곧 나의 이웃이라.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이 그 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평소에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라. 세상의 잡음에 귀를 닫고 마음의 소리를 쫓아 떠나는 순례자의 발걸음이 복잡한 내면을 단순하게 만들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평범한 자신의 삶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게 되리라.
『불량한 자전거 여행 4. 세상 끝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편은 잠든 영혼을 깨운다. 내면의 소리를 듣게 한다.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게 한다. 좋고 나쁨의 판단의 기준도 곧 나만의 오만한 기준임을 깨닫게 한다. 세상은 넓은데 좁은 시야로 우리의 삶을 가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내일이라도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며 늘 만나는 이들이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 나 또한 불량한 여행을 꿈꾸게 하며 벌써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가볍게 배낭을 메고 어디로든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싶어진다. 그럴싸한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먼지 쌓인 평범한 자전거에 오랫동안 켜켜이 눌러앉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동네 한 바퀴라도 타고 다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