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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렁이 기차 ㅣ 쑥쑥문고 26
권정생 지음, 유승하 그림 / 우리교육 / 2017년 2월
평점 :
잘 보이는 것보다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집이다. 버려지고 숨겨진 목숨을 찾아 그것들을 이야기로 썼다. 세간의 관심사가 아니라 자연의 것들을 노래하고자 무던히 애썼던 사람이 권정생 선생님이셨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인 '강아지 똥'도 지금이야 유명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만 생각해 보시라. 이야기의 소재를 '똥'으로 잡는다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구렁이, 산토끼, 소나무, 오소리, 왜가리, 물총새와 같은 작은 동식물들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권정생 선생님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했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동냥을 받는 아이들, 부모를 잃고 서커스 광대로 일하는 아이, 지금은 볼 수 없는 쓰레기를 줍는 넝마주이 아저씨와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었음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요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강원도 산간 지역은 영하 20도 기본이다. 낮 기온도 영하 10도다. 자동차 안에 둔 물티슈가 꽝꽝 얼 정도다. 추운 날씨에 온기조차 없이 지내는 많은 이웃들을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세상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권정생 동화집은 바로 이런 분들을 떠오르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서로들 자신의 의견이 더 옳다 쌈박질을 할 게 아니라 정직한 마음으로 이웃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동화의 이야기가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조금이나마 어린아이의 마음을 닮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