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도 발을 탁자에 올렸다. 그러고는 몸을 뒤로 기댄 채 눈을 감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잘됐네, 이제 네 걱정은 덜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내 인생을 살 거야. 나랑 베로랑 아이들이랑. 우리끼리 잘 살아야지."
아이를 꼭 안으며 가벼운 몸집과 내 피부에 와 닿는 보드라운 살결을 감각에 새겼다. 해리스의 시체가 닉에게 발견되면 딜리아를 몇 살 때나 다시 볼 수 있을지 막막했다.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너무 고요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이 아빠한테 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불안한 정적이었다. TV가 꺼져 있었다. 조명도 모두 꺼져 있었다.
옷장에는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가 대부분이었기에 빳빳한 흰색 셔츠 옆에 내 하나뿐인 검은색 정장 바지가 다림질되어 단정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로가 나를 위해 세탁하고 다림질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