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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요리사가 된 남자 박찬일.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그가 이탈리아의 시골 시칠리아에서 요리 배우던 유학시절을 담아낸 에세이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것인 만큼 내용이 뭔가 좀 세련됐을 것 같았는데, 아뿔싸!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보다가 커피를 뿜어냈다. 너무 웃긴다. 해외에서 좌충우돌하는 그의 모습은 세련과는 거리가 먼, 콩국수처럼 시원하고 된장국처럼 진한 맛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코믹 그 자체였다.
에세이가 재밌는 건, 그가 일부러 그렇게 써서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일부러 그렇게 쓰면 웃긴 것도 안 웃기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웃긴 건 왜일까.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사고들이나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요리사를 꿈꾸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겠냐, 싶겠지만, 재밌다. “내 요리가 맘에 안 들면 오지 말란 말이야. 집에 가서 네 마누라가 만들어주는 미트볼 스빠게띠나 먹으라고!”라고 외칠 만큼 엄청난 자부심을 지녔으면서도 옆의 사람 요리 방해하는 그런 모습들까지 연출하고 있으니 웃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인간적인 ‘정’이 가득 담겼다. 고된 유학 생활하는 박찬일 달래주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훈훈하게 채워준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것이다.
또한 음식을 통해 ‘나’와 ‘너’의 차이를 바로 보게 해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이 간접경험을 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그것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덕분에 가보지 않았음에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어느 레스트랑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다. 거친 요리사들이 있는, 바쁘게 밥을 먹는, 그러면서도 행복해하는 손님들이 있는 그곳. 음식 냄새가 폴폴 풍겨 나오고 있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 책이 또 다시, 내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만들어준다.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정말 괜찮은 에세이라고 말하는데 고민하는 시간이 2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 책, 정말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