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 섬앤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말리아의 소녀 와리스 디리. 그녀에게 닥친 운명은 가혹했다. 아버지가 어린 소녀를 낙타 다섯 마리 받고 노인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그녀는 도망친다. 무작정 사막으로 도망친다. 자유를 꿈꾸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사막에도 그녀를 노리는 남자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후에도 그랬다. 그녀의 삶은 매순간이 그랬다. 그리하여 그녀는 슈퍼모델이 됐고 유엔의 특별인권대사의 자리까지 오른다. '사막의 꽃'이라고 불리는 순간에 이른 것이다. 좌절하지 않았기에, 운명을 개척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와리스 디리의 인생이 담긴 「사막의 꽃」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던 건 왜일까. 인간의 의지가 운명마저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일까. 사막에서 홀로 헤맬 때, 여자의 몸으로 공사장에서 일을 해야 할 때, 유럽에서 가정부를 일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약한 소녀는 그렇게 컸다.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이 됐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게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 책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슴이 가장 두근거렸던 순간은, 와리스 디리가 '자매애'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유럽에서 가정부 일을 하다가 모델이 되어 성공한 그녀, 그녀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다 성취한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평도 그랬다. 하지만 와리스 디리는 멈추지 않았다. 자매애를 갖고, 자신의 고향과 아프리카에서 공공연하게 범해지는 '할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대단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왜 대단한 일인가. 아프리카 여성이 할례에 대해 말하면 남성들의 숱한 비난을 받게 된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아프리카의 남성들이 와리스 디리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녀는 고향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뿐 아니라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할례의 고통을 알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한 해에 2백만 명의 소녀들이 고통 받는다는 걸 알기에, 목숨을 건다. 사막을 건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와리스 디리가 누군지 몰랐지만, 앞으로도 그녀를 만날 일이 없겠지만, 먼 곳의 그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용기는 그런 것이었다. 인정해야 했고 박수쳐야 할 것이었다.

운명을 핑계 대며 포기하고 좌절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조금이라도 성공하면 자신의 몸을 보신하는데 급급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와리스 디리는 분명 귀감의 대상이다. 「사막의 꽃」은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 세상 어딘가의 희망을 전하는 '사막의 꽃'이 있고 그것으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를 포함한 '누군가'도, 그녀가 말했듯 그녀처럼 용기 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것은 설레임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꽤 오랫동안 밤잠을 뒤척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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