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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ㅣ 사계절 1318 문고 56
박채란 지음 / 사계절 / 2009년 5월
평점 :
세 명의 아이는 꿍꿍이가 있다. 죽음을 연출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 앞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장면을 보여줘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책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세 명의 아이는 공모자다. 각각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아이들은 서로 도우며 완벽한 일을 연출하려고 한다. 그런 아이들 앞에 나타난 아이가 있다. 평소에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아이, 은근히 따를 당하는 하빈이가 말을 건다. “목요일마다 ‘사이프러스’에서 만나자, 너희들은 질문을 해라 내가 대답을 한다, 그렇다면 너희 계획을 모르는 척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빈이를 무시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계획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빈이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아니 하빈이는 아이들의 계획을 어떻게 알았을까?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에서는 도입부부터 여러 가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더군다나 하빈이가 스스로를 일컬어 ‘천사’라고 하는데, 그것이 심상치 않게 느껴질 때는 그 궁금증이 더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지?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는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읽게 만들고 있었다. 묘한 흡인력이 있었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의 오묘한 흡인력에 완벽하게 포박당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놀랐다. 아이들이 그런 위험천만한 계획을 만들려고 했던 그 사연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절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태정이는 숨을 쉬기가 어렵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버림받는 건, 그렇게도 아픈 일이었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아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새롬이의 그것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이별 한 번 한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새롬이를 만난 사람은 안다. 새롬이에게 그 일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 때문에 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선주의 마음도 아프기는 똑같았다. 그녀의 마음 또한 너무나도 아픈 것이었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는 그들의 아픔에 그로 인해 생겨나는 슬픔을 차분하지만, 강렬하게 또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을 할 때는 내 마음 또한 두려웠고, 그들이 울 때는 내 마음 또한 슬펐다. 하빈이가 있어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마음은 치유 받는데, 그 순간까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모른다. 하빈이가 정말 천사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마웠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인 나는 꽤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기로 했다. 먼 훗날, 누군가와 함께 읽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이들의 여린 마음에 조금이나마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상처 줬다면 치유해주는 법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이 책을 간직하기로 했다. 이 책은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