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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약 20년전 인가? 윈도즈용 <한글 3.0>이 출시되었을 때 흥미로운 기능이 있었다. 바로 글맵시! 글자모양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었기에 가끔씩 요긴하게 써 먹었다. 요즘은 써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읽은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의 표지에서 글맵시 특유의 모양과 글꼴을  발견한다. 그런데 형압처리된 표지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내가 본 책표지 중 가장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한 세대 전의 책 표지를 보는 듯한... 이 뿐만 아니라 본문도 고색창연한 구시대의 나열식 편집인지라, 이것이 의도적 복고 컨셉인지 그냥 쉽게 원고대로 처리한 건지 아리송하다. 책의 내용에 관한 언급도 없이 쓰잘데 없는 트집부터 잡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같은 내용일지라도 표지와 출판사의 기획·편집력에 따라_물론 적절한 광고를 포함한_ 그 판매량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참 많이 봐 왔기에 목표 독자층을 어디에 두고 이런 일러스트를 표지화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는 KDI 박정호 전문연구원의 책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에겐 별로 끌림이 없는 책이다. 이렇게 신간평가단의 선택서로 어쩔 수 없이 읽고 리뷰를 올려야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지에서부터 나의 눈길이 외면했을 것이고, 설령 손에서 휘리릭 내용을 훑어보는 짧은 인연이 있었더라도 그 순간으로 끝날 책이었다. 내용이 별로냐? 그건 아니다. 우리의 기본적 삶_의식주_ 속에서 발견되는 여러 현상을 테마로 삼아 의외로 이해하기 쉽게 어려운 경제 원리나 프레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실무에 밝은 전문가의 포스가 제법 느껴지는 내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경제학 콘서트> 이후로 이런 컨셉의 유사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자연스레 이미 여러 책을 섭렵하였다. 나에겐 이 책의 내용이 새롭지도 않고 어떤 느낌마저도 없는, 그저 또 하나의 아류에 가까워 보였다. 물론 배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론 그랬다는 거다.

 

 이 책을 다 읽어보니 아쉬움이 생기더라. 저자처럼 경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좀 더 욕심(?)을 내었더라면 좋았겠단 아쉬움... 처음에 밝힌 것처럼 단순히 출간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편집 디자인에 더 공을 들였더라면 훨~ 나은 평가를 얻지 않을까. 젊은 감각의 다양한 편집 기법을 활용하여 내용을 세련되게 정리하고, 가끔씩 삽화로 쓰인 흑백 톤의 이미지도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색으로 하거나 아니면 QR코드를 삽입하여 이미지를 보완하게 하거나 하면 좋았으리라는 그런 느낌... 예를 들어 콜라의 대체재로 탄생한 '환타'가 설탕의 대체재 역할까지 했다는 것은 전쟁사 에피소드로도 소개되는 이야기인데, 인터넷을 서핑해보면 환타 이미지의 판타스틱한 색감이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읽을 만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여기에 광고 카피까지 세련되면 더욱 좋고... 뭐~ 그냥 임택트가 좀 약했다는 거다.

 

조금 시니컬하게 느낌을 적었지만, 명품 의류와 SPA 의류의 양극화 현상 이유는? 식권을 지급해야 하나, 중식 보조금을 줘야 하나? 글로벌 불균형이 탕수육을 탄생시켰다? 미인은 누구와 결혼해 사는가?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낸다? 지방의 대형 마트가 더 큰 이유는? 당신의 부동산은 공공재다? 이런 테마는 참 괜찮았다. <경제학 콘서트>에 못지않았으며,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저자만의 식견과 감각이었다. 다만 이런 멋진 경제적 감각을 얼마만큼 독자의 선택으로 이어지게 하였는지 의문이 인다. 한마디로 책의 내용에 비해 편집이 아쉽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촌평이다. (이렇게 적어놓고도 내가 이 표지에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아리송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데... 내 마음 속에 저런 글맵시 스타일에 뭔가 맺힌게 있는걸까? 표지와 편집에 대한 언급이 그저 나만의 딴지 일까?... 아마도 이런 류의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 출판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섰으면 뭔가 좀 더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특색이 있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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