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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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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는 그 핵심이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제목이 곧 요체요 결론이다. 책의 나머지는 이를 보충·증명하는, 말 그대로 군더더기(?)일 뿐이다. 사실 나는 자기계발 관련 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다. 처절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기계발서는 그나마 조금 봐줄만 하지만, 경험없이 머리로 정리한 '~하라' 류의 자기계발서는 입만 동동~ 거린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엔 뭔가 길잡이가 되는 도움을 얻고자 이런 책을 읽었어나 아무리 좋은 지침도 자기 나름의 철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함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읽은 <단單>의 저자_이지훈_는 현상을 인식하고 분석하여 적용하는 통찰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전작 <혼·창·통>에서도 느낀 일이지만 그의 갈무리된 글엔 공감을 이끌어내는 깊이가 있다. 이번 책도 그렇다.

 

 그가 말하는 '단(單)'이란 단순화를 말한다. 비움과 버림의 미학이 형상화 된 이 '단'은 진짜 '중요한 일'을 하도록 돕는 도구이다.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지적은 동양화에서 느끼는 여백의 미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스티브 잡스도 "단순함이야말로 궁극적인 차원의 정교함"이라 강조했었지. 잡스 하니까 생각나는데, 얼마 전 언팩 행사를 가진 '갤럭시S6'도 심플한 디자인만큼이나 화면을 간소화하고 사용자경험(UX)도 단순화하여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었다. 품격은 복잡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더라. 나이가 들수록 높은 단계에 오를수록 '단순함'의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조금 재미있는 개인적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결재를 받을 때 위로 올라갈수록 사인이 간결하더라.^^ 

 

 단순함에 이르는 공식은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이다. 버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리는 것, 그렇게 버리다보면 만나는 진면목에 집중하는 것이다. 버림이란 선택이다. 그럼 세운다는 또 무엇인가?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우고,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세워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단순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거다. 세워야만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얼  지킨다는 건가? 지킨다는 것은 일관성이다. 저자는 단순함의 핵심은 지속 가능에 달려 있다고 한다. 단기간의 구호나 전략에 지나지 않는 단순함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는 거다. 이것이 단순함의 마침표이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단의 공식'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프롤로그에 이를 잘 요약설명하고 있어 인용한다. "버리기만 하고 세우지 못한다면 거짓 단순함이요 공허다. 단순함이 아니라 조악함일 뿐이다. 버리지 않은 채 세우고 지킨다면 과욕이요 아집이며 협량狹量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악을 쓰지만, 누구도 듣지 않는 선거유세와 같다. 버리고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체화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겐 각인되지 못하는 또 한 번의 헛된 약속 일 뿐이다."면서 위의 세 가지 공식을 다 실천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 셋이 동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단순함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풍요롭다. 그러다보니 소박하고 단순함이 더 그리워지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이젠 '더 많이'가 아니라 '나만의 가치'가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고정관념과 비교를 버리고, 뚜렷한 정체성을 세우고, 진정성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삶의 철학처럼 여겨진다. 비교를 버리고 나를 세우면 집중할 길이 보일 터이고, 그러다보면 "개인적 차원의 단순함이란 ‘중요하지 않은 것’을 덜어냄으로써 ‘중요한 것’을 지키는 것, 이로써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니, '단(單)'이야말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獨步)'의 자리에 이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아니할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생각과 주장들의 진정한 핵심은 자기 자신의 '결심'과 '실행'에 있다는 원천적 자각으로 되돌아간다. 뭔가를 이루려면 깨어지든 넘어지든 자신만의 신념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거다.... 어쨌거나 자기 발전의 길잡이가 된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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