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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름 경영· 경제 관련 책을 찾아 읽지만, 얼른 손이 안가는 분야가 CEO의 영역에 관한 책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직장생활은 중간관리자에서 마감할 확률이 99.9%이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을 시작할만한 '깜'도 없는지라 은퇴 후의 생활도 누굴 이끌고 나갈 생각은 없다. 그러니 내가 읽는 경영경제서는 나의 위치와 업무에 적합한 수준의 책이거나 단순히 학문적 지식충족의 측면에서 읽게 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가끔 '어디어디 1위'라거나 화제의 신간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가끔 읽어보는 정도……. 이번에 읽은 <하드씽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도 그닥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아는 '벤 호로위츠'란 이름과 'FT 올해의 경영서 후보작'이란 카피가 조금 시선을 끌었을 뿐이고…….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의 CEO를 꿈꾸거나, 또는 근접해 있거나, 아니면 CEO이신 분은 꼭 읽어둘만한 책이다. 복잡다단하고 역동적인 기업환경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경영의 난제(Hard things)를 풀어가는 해결책과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호로위츠는 독자들이 이래라저래라 말만 그럴듯한 비슷한 유형의 책들에 식상해 있으리란 것을 예상하고, '난제를 풀어내는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미리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언제나 비슷한 법이어서, 당면한 복잡성을 경감하고 일을 조금 수월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나 조언이라면 충분히 참고할 법도 하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그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하긴~ 보통 사람의 경험이라면 외면할 수도 있지만 호로위츠라면 조금 다르긴 하다.

 

몸소 경험하며 얻어 낸 통찰과 지식이 아니라, 통념에 따라 마음 편하게 생각해 버리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17쪽)


벤 호로비츠의 현재는 3조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이지만, 그 과거의 시작은 역시나 작고 서툴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가 실리콘밸리의 큰손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하드 씽'을 해결하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실패담과 고뇌, 그리고 성공의 방식을 풀어내기에 이 책이 나름의 가치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의 3장까지는 자신의 철학이 자리 잡은 성장 과정과 실리콘밸리 입사,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의 창업, 닷컴 붕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과정과 매각, 옵스웨어의 설립과 HP에 매각하기까지의 8년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신고(辛苦)의 과정에서 그가 체득한 CEO의 숙명은 '악전고투'라고 정의한다. 어떤 회사든 존립을 걸고 싸워야할 시기는 있는 법이고, 그러한 시기를 자신이 헤쳐 오면서 경험으로 터득하게 된 주옥같은 자신만의 운영 해법을 풀어놓는다.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난관 중 나에게 제법 가깝게 와 닿은 첫 번째 내용은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이었다. 회사가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빠질 때 구조조정은 필연적인데,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라.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호로비츠는 자신의 경험에 의해 6단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래를 바라보라 - 지체하지마라 - 원인을 명확히 하라 - 관리자들을 대비시켜라 - 회사 전체에 알려라 - 숨지 말고 드러내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대량 정리해고 이후에도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최고의 직원들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듯 하면서도 핵심을 찌른 정리였다. CEO는 긍정의 착각에 빠졌어도 안되고, 문제를 숨겨서 곪게 놔두었어도 안된다. 결국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해 순리대로 '올바른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을 먼저 돌본다. 사람, 제품, 이익의 순서다. (161쪽)


신명나게 일하는 직장, 다니고 싶은 직장……. 꿈같은 단어의 나열이다. 5장은 바로 이런 꿈을 현실화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람이 먼저, 제품은 그다음, 수익은 맨 나중이다."라는 명언은 정말 그냥 명언에 불과한 우리네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남들이 볼 땐 월급이나 근무여건이 그런대로 안정적인데도 이직이나 명퇴를 고민하는 이면엔 언제나 '사람'이 도외시되기 때문이다. 성과 제일주의에 집착하는 CEO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대목이다. 6장 이후 나머지 장들은 CEO의 영역인지라 굉장히 좋은 팁과 테크닉인 것은 알겠는데 그냥 참고만 한다.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 법, 일대일 면담, 문화를 프로그래밍 하라, 회사를 키우는 요령 등이 읽을 만했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길에서 누구나 한번 쯤 방향 감각을 상실할 때가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CEO는 외로운 직업이라지만 인간 본연의 성향이 외로움이 아니겠는가.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겁내어 꽁무니 빼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7장에서 CEO로서 배운 가장 어려운 기술로 '자신의 심리를 관리하는 능력'을 꼽고 있는데, 그가 제시하는 "친구를 사귀어라,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쏟아내라, 벽이 아닌 도로에 집중하라(피하고 싶은 것보다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에 집중하라)"는 테크닉은 이런 경우에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하다. 이외에도 성공적인 피드백의 비결(진심을 담아라, 올바른 의도를 담아라,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마라, 동료들 앞에서 직원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맞는 피드백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러나 매정하지 않게 전하라.)도 7장에서 인상적인 팁이었다.


"숨고 싶을 때, 죽고 싶을 때야말로 CEO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라고 호로비츠는 말하는데, 이 대목에서 드라마 <상속자들>이 생각나더라.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나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는 자질인지라 아예 CEO를 생각도 안하지만, '성공 CEO'란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 내었을 때 분명 빛나는 자신을 만나리라는 걸 느낀 책읽기였다. 위대한 CEO들의 비결은 오로지 '그만두지 않은 것' 뿐이라는 저자의 고언을 받아들일만 하지 않는가... 자신이 열정적인 스타트업(Startup) 회사를 지향한다면 이런 노련한 사업가의 책은 꼭 읽어볼 필요가 있지 싶다. CEO의 책무인 '무엇을 해야할지 아는 것'과 'CEO가 원하는 일을 회사가 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나의 관심사와 거리가 있어 평가는 ★★★★를 주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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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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