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쉼없이,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목숨 걸고 우리가 결국 디즈니 월드에 갔다.

플로리다의 올랜도.디즈니 월드.

17시간의 운전은 우려했던 대로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2시간 반,1시간 반을 제외하고는 내가 운전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디즈니에대한 기대로 첫날 EPCOT에서는 피곤한줄 모르고 활보했더랬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곳은 MAGIC KINGDOM 신데렐라성이다. 매 시간마다 디즈니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나와 쇼를 한다. 이번 여행에서의 절정은 바로 저 곳 앞에서 이루어진 야간 불꽃축제였고, 바로 그 전에 있었던 야간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디즈니에대한 심각한 착각을 하고 간 나는 처음엔 매우 실망했더랬다. 최첨단의 놀이공원이리라는 근거없는 망상을 한 덕분에 흔하디 흔한 회전목마나,덤보 타기 놀이기구들은 유원지 놀이기구가 연상될만큼 낙후된듯 보였다. 이런 놀이기구를 타려고 우리가족 4명이 4일간 입장료로만 830불을 썼나하는 본전생각으로 맘이 불편했으니 말이다. 허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곳은 캐릭터월드라는 사실을 느끼면서,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을 얻기 시작하면서, 본전 생각은 잊게 되었다.



.

 

 

 

 

 

 

미녀와 야수의 벨이다. 실제 모습은 더욱 인형같다. 양 옆의 아저씨들은 관광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에선 큰 아이 혼자 등하교를 했었다.

아침에 엘레베이터 태워 내려 보내고,뒷베란다 창문으로 손 흔들어 주면 간단히 등교문제가 끝났었다. 작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바로 학교여서 친구들과 어울려 교문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교도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몰려 나오곤 해서 내가 등하교에 신경 쓸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여기 와서 등하교 문제로 꽤나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었으니,이 또한 문화의 차이니 어쩌랴. 내가 뭘 모르고 나 편한대로 하려고 꾀부리다가 받은 눈총이니.

큰아이의 학교는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차로 가려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위치라서 차로도 10분정도 소요된다. 등교는 항상 차로 시키고, 하교는 날씨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만 차로 뫼시러 간다. 여름 내내 작은 아이와 40도를 넘나드는 그 땡볕을 다 받아가며 걸어서 큰아이를 데려 오곤 했었다. 난 무지 더웠지만 아이들은 그렇게라도 바깥 나들이를 하는 게 좋은지, 내가 차 타고 가자고 하면 대단히 노하곤 했었다.

처음엔 외국인들과 마주치는 것도 굉장히 신경 쓰여서, 새벽 4시 30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드라이하고 얼굴에도 좀 찍어 바르고 나가는 지금 생각하면 웃움밖에 안나오는 일과를 2주간 소화했었다. 여기선 동네를 지나 다니다 만나는 사람과도 손 흔들어 인사를 꼭 해야 한다. 친분이나 안면의 있고 없음을 떠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방긋 방긋 인사를 해야하니 후줄그레한 차림이나 부시시한 몰골로 돌아다녔다가는 동양인들은 다 저렇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 거기다 우리 동네 동양인은 딱 두 집뿐이었다.

이렇게 행차 한번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 끝에 꾀가 난 내가 저지른 짓이 있었으니.

한 번은 비 오는 날 등교 시키면서 큰아이에게 말했다. 방과후에 엄마가 지금 내려준 이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 차 찾아서 이쪽으로 오라고. 약속대로 하교 시간에 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아이가 저 쪽에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아이는 날 못 봤는지 다시 학교 쪽으로 가는 거였다. 그래서 난 아이가 다시 날 찾으러 오겠지하고 차 안에서 그냥 기다렸다. 일 이분 정도 지났을까,애가 안와서 결국은 집에서 입던 그 차림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에서 내려 아이를 데려 왔다. 그런데 거기서 하교 지도를 하고 있던 선생님한테 한 마디 들었다. 애가 널 많이 기다렸다고. 에구구.

그러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린 나는 다음날도 아이한테만 오늘은 엄마 차를 꼭,잘 찾아오라고 다짐 다짐을 하고 다음날도 그냥 차에서 기다렸는데, 그날은 하교 지도 선생님이 내가 앉아서 기다리는 차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 주고 가는 거였다. 허걱!

나중에야 알았는데, 아이가 부모 손에 확실히 양도되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학교의 모든 출입구마다 선생님들이 배치 되어서 아직 부모가 도착하지 않은 아이는 그 선생님 옆에서 부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좀 편할려고 했다가 몇 걸음 걷기 싫어 차에서 애를 기다리는 게으른 부모로 찍혀 망신을 당했으니 참. 챙피한 일이었다. 그제서야 부모들이 왜 주차장에 모두 주차시키고 아이를 데릴러 학교건물 입구로 가 모여있는지 알게 되었다.

차에 탄 상태로 아이를 픽업할 수도 있다. 그럴려면 시동을 건 상태로 줄줄이 줄을 서있어야  하는데 이는 더 못할 노릇인 것 같다.

또,도보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학기 초에 등하교 방식을 묻는 설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이때 도보에 동그라미를 치면 부모 없이도 등하교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걸어다니는 아이들은 하교 지도 선생님이 그냥 보내주는 것 보면, 도보 등하교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모두 파악하고 있나 보다.

ㅈ엄마네도 아침에 너무 일찍 등교를 시켜서 학교에 불려갔었단다. 아빠가 출근하면서 7시 경에 학교에 내려 놓고 그냥 출근했었던 모양이다. 학교문만 열리고 교실 개방은 아직 안되는 시간이다. 아무리 일찍 학교에 가더라도 7시 25분 벨이 울려야 교실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불은 켜져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계셨을 것이고.교무실 입구 정도에 내려놨었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의 방식대로 별 생각없이 한 일들이 여기서는 문서로 경고 받고, 불려가서 다짐 받을만큼의 큰 실수가 되곤 한다.

또 언제는 아이가 콧물이 나서 시판되는 시럽을 먹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먹으라고 한 번 먹을 분량의 시럽을 통에 넣어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약을 선생님이 보셨는지,그 약은 압수 되었고,보건실 선생님쯤 되는 사람의 문서 경고를 받았다. 아이한테 학교에 약을 들려보내면 안된다는.

 

아이가 열이 나서 점심시간에 연락을 받고 아이를 데려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아이가 열이 날 경우엔 해열제에 의지하지 않고 24시간 동안 열이 나지 않을 경우에만 학교 등교가 허락된다는 문서 다짐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또 경고 받기 무서워,일 주일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적이 있었으니. 여기선 병원 가는 것도 만만치 않고,병원비도 의료보험 적용을 받았은데도 감기 한 번에 40불이 들었었다.

한 마디로 살기 힘든 곳이다.

힘들었던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다. 여기 와서 TV를 구입했는데,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받기 까지 2주가 걸렸다. 가구같은 경우엔 서너달씩 기다려야 하는 제품들도 있다. 그런데,하필 문제 있는 제품이 와서 다시 교환 받는 데 한 달이 걸렸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이 왔으니 교환이 필요하다는 접수에만 일 주일.

하자있는 제품을 보냈으면 납작 엎드려 미안하다는 도돌이표를 찍어도, 이미 불붙은 열은 식을 기미가 안보이건만, TV의 문제 상태를 메일로 보내라,사진으로 찍어 보내라,이미 버린 포장박스의 일련 번호를 적어 보내라, 이것 저것 주문만 줄줄이 하더만 며칠 후 직원님이 드디어 행차 하셔서 이것 저것 체크하고 가더니 또,한참 감감 무소식,

정말 세월아 네월아~ 성질 급한 사람은 숨넘어 뒤집어질 곳. 여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람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한때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말 말 속에 그저 웃는 것.

나도 얘기하고 싶고,나도 내 속엣것을 후련히 비워내고 싶건만 기회를 잡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라는 것이 항상 같은 얘기속에서 빙빙 돌며 반복되니 재미도 없었을 뿐더러,

난 아직 어린 작은아이 보살피느라 그들의 대화 의자 위에도 충실할 수 없었으니,

내겐 가족모임이 피하고 싶은 노동 같았다.

그러다가,작년 가을 이후 지인들의 모임에도 차곡차곡 잘 가고,

우리집으로의 초대도 빈번해지면서 살짝 스치듯 떠올린 치유의 희열?.

한동안 내 안 가장 허약한 바로 그 부분에 찐득찐득 들러붙곤 했던 그것이

이젠 적어도 날씨로 휘둘리는 극과 극의 상황은 면했나보다,하는 뿌듯함.

내 이런 시건방진 진단을 시험이라도 하듯 

지난 주 일주일 내내 낮인지 밤인지 구분 안되는 회색하늘이 줄줄이 따라오더라. 

입방정이든 생각방정이든 이제 삼가리라.

어제,오늘, 여전히 햇빛 한 조각 인심. 박하더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인생엔,내 시간엔 왜 내가 없을까.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뭐부터 해야 시간을 좀 벌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할 일의 순서를 메겨가며

일을 처리해도 내게 돌아오는 시간은 없으니,내가 시간관리를 잘못하고 있는 건지,몸만 힘들다.

매일 하는 일들. 매일 꼭 해야한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들. 못본척 생략하고 싶은데,

그러면 밀린 숙제 남아 있는 것 마냥 맘이 무겁고 찜찜하니 그 또한 내겐 건강한 방법은 아닌가 보다.

내가 딱 하나 더 있었음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사람 2008-01-1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에서 보니 저나 제 큰 녀석의 뇌는 조직화 구조화하는 능력이 부족한 유형이라고 나오더군요. 저는 그 순간부터 한결 제 문제를 가뿐하게 보고 살게 되었답니다. 그 핑계로 저는 일로써 몸을 힘들게 하지 않으니 님의 고민은 제 것과는 달라보이네요. 하지만 님의 안타까움에 여러모로 공감하다보니 먼저 내 것부터 챙기려 드는 제 이기적 심성을 님에게 나눠드리고 싶구만요.ㅎㅎ

AppleGreen 2008-01-22 00:31   좋아요 0 | URL
님처럼,저도 제 기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좀 가뿐하게 살고 싶네요. 들여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미국으로 이사가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카펫이었다.

미국의 카펫 문화는 가뜩이나 알러지 심한 큰아이에게 치명타일 터.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가 얻은 집은 카펫이 없었다. 일층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는 카펫이지만, 화장실은 다행 타일.

다른 집은 화장실까지 카펫이 깔려 있어 놀러갔었다가 남의 집이지만 심난했었다.

일층엔 원목같지만 원목은 아니라는 나무재질의 바닥과

크고 네모 반듯한 타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지만,요즘같이 뜨끈한 찜질팩을

엉덩이 밑에 깔고자는 재미로 사는 날씨엔 카펫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세를 얻은 집은 중국인이 살던 집이다. 회사 동료가 그 중국인이다.

처음엔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세를 주기 전에 벽 칠을 새로 했었나 보다.

판넬 벽에 흰색 페인트칠. 

못과 망치 필요 없이 압정으로 달력도 걸고,애들 그림도 걸고 과연 좋기만 할까?

집주변을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집안에서 온갖 종류의 벌레들을 다 목격할 수 있었다.

참,도 마뱀은 벌레가 아니라 동물인게지.

특히 뒷 정원으로 나가는 문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는 한국 개미 2배 크기 개미 시신들.

치워도 치워도 다음날 아침엔 또 다시 쌓여 있는 게네들은

대체 어디서 와서 여기 모여 죽어 있는 걸까 궁금했다.

전문가가 와서 죽어 있는 개미가 약을 먹고 죽은 건지 그냥 죽은 건지 관찰하고,

약도 또 뿌리고 했는데 별 효과 없다가 지난 가을 되면서,

다행 개미시신 수습 일과는 사라졌다.

하지만 개수대 주위의 싱크대에 우글대는 쬐끄만 개미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날 긴장시킨다.

이 닦고 칫솔 헹구는 일만 속성으로 해도 다음날 아침 개미들이 칫솔에 우글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과일 깎던 칼을 잠시 놨다 들었던 자리에도 10분만에 우굴우글.

닦고 또 닦는 일만이 대책이다.

가스렌지는 어찌나 더러운지,첨엔 오래 사용해서,기스가 나서 그런것인가 보다 했던 것들이

락스를 이용해 닦으니 새 하얗게 닦이더라는. 

but,외부를 아무리 닦아도,음식이 넘쳐서 틈새로 들어갔었는지

가스렌지 사용중 열이 가해지거나 틈새에 물이 들어가면

틈새에 끼어있던 찐득찐득한 액체가 스물스물 흘러나오니

이 또한 전 집주인 원망 직행 요인.

그냥 내 운명이려니 받아 들이마.한다.

원래 하고자 했던 얘기.

IKEA에서 봐둔 페르시안 러그가 있었다.

가격이 너무 과해서 항상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참 좋네! 그치! 하던 그 러그.

최근 세일을 한다기에 가봤더니,우리가 낙점한 그 러그는 제외 품목이었다.

그래서 그냥 살지 뭐.하다가 세일 막바지 지난 일요일에 다시 한번 별 생각 없이 들렀더니

65%세일이라는 믿기지 않은 %.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얼른 업고 왔다.

크기도 크지 않아 적당하고,색상도 밝은 색이라 한국에 가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페르시안 러그들은,수작업을 해서 비슷해 보여도 모두 제각각 문양이 틀리고,

바늘끝 하나 안들어가게 촘촘한 조직을 갖고 있으니 

내 비록 발로 밟고는 있어도 귀히 모셔야 할 듯 황송하다.

여기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기때문에

때 많이 타지 않는 진한 색상의 카펫을 선호하는가 보다.

그래서 우리가 찍어 놨던 고 녀석이 주인을 못 찾았던 것 같다.

뭔가 횡재을 한 듯한 뿌듯한 기분.

한 며칠 가더라.

맞아 물건은 이렇게 사는 거야.




  •  

     

     

     

     

     

     

     


 사탕빠는 작은 아이가 깔고 앉은 바로 그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