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사가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카펫이었다.
미국의 카펫 문화는 가뜩이나 알러지 심한 큰아이에게 치명타일 터.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가 얻은 집은 카펫이 없었다. 일층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는 카펫이지만, 화장실은 다행 타일.
다른 집은 화장실까지 카펫이 깔려 있어 놀러갔었다가 남의 집이지만 심난했었다.
일층엔 원목같지만 원목은 아니라는 나무재질의 바닥과
크고 네모 반듯한 타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지만,요즘같이 뜨끈한 찜질팩을
엉덩이 밑에 깔고자는 재미로 사는 날씨엔 카펫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세를 얻은 집은 중국인이 살던 집이다. 회사 동료가 그 중국인이다.
처음엔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세를 주기 전에 벽 칠을 새로 했었나 보다.
판넬 벽에 흰색 페인트칠.
못과 망치 필요 없이 압정으로 달력도 걸고,애들 그림도 걸고 과연 좋기만 할까?
집주변을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인지 집안에서 온갖 종류의 벌레들을 다 목격할 수 있었다.
참,도 마뱀은 벌레가 아니라 동물인게지.
특히 뒷 정원으로 나가는 문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는 한국 개미 2배 크기 개미 시신들.
치워도 치워도 다음날 아침엔 또 다시 쌓여 있는 게네들은
대체 어디서 와서 여기 모여 죽어 있는 걸까 궁금했다.
전문가가 와서 죽어 있는 개미가 약을 먹고 죽은 건지 그냥 죽은 건지 관찰하고,
약도 또 뿌리고 했는데 별 효과 없다가 지난 가을 되면서,
다행 개미시신 수습 일과는 사라졌다.
하지만 개수대 주위의 싱크대에 우글대는 쬐끄만 개미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날 긴장시킨다.
이 닦고 칫솔 헹구는 일만 속성으로 해도 다음날 아침 개미들이 칫솔에 우글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과일 깎던 칼을 잠시 놨다 들었던 자리에도 10분만에 우굴우글.
닦고 또 닦는 일만이 대책이다.
가스렌지는 어찌나 더러운지,첨엔 오래 사용해서,기스가 나서 그런것인가 보다 했던 것들이
락스를 이용해 닦으니 새 하얗게 닦이더라는.
but,외부를 아무리 닦아도,음식이 넘쳐서 틈새로 들어갔었는지
가스렌지 사용중 열이 가해지거나 틈새에 물이 들어가면
틈새에 끼어있던 찐득찐득한 액체가 스물스물 흘러나오니
이 또한 전 집주인 원망 직행 요인.
그냥 내 운명이려니 받아 들이마.한다.
원래 하고자 했던 얘기.
IKEA에서 봐둔 페르시안 러그가 있었다.
가격이 너무 과해서 항상 만지작 거리기만 하고, 참 좋네! 그치! 하던 그 러그.
최근 세일을 한다기에 가봤더니,우리가 낙점한 그 러그는 제외 품목이었다.
그래서 그냥 살지 뭐.하다가 세일 막바지 지난 일요일에 다시 한번 별 생각 없이 들렀더니
65%세일이라는 믿기지 않은 %.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얼른 업고 왔다.
크기도 크지 않아 적당하고,색상도 밝은 색이라 한국에 가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페르시안 러그들은,수작업을 해서 비슷해 보여도 모두 제각각 문양이 틀리고,
바늘끝 하나 안들어가게 촘촘한 조직을 갖고 있으니
내 비록 발로 밟고는 있어도 귀히 모셔야 할 듯 황송하다.
여기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기때문에
때 많이 타지 않는 진한 색상의 카펫을 선호하는가 보다.
그래서 우리가 찍어 놨던 고 녀석이 주인을 못 찾았던 것 같다.
뭔가 횡재을 한 듯한 뿌듯한 기분.
한 며칠 가더라.
맞아 물건은 이렇게 사는 거야.
사탕빠는 작은 아이가 깔고 앉은 바로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