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이란걸 열심히 듣기 시작한 건 아마 초등학교 6학년 겨울일 거다.건전지 4개 들어가는 라디오가 내 첫번째 오디오였다. 그때 주로 즐겨 들었던 노래는 조용필,송골매,김범용 이었다. 특히나 송골매 아저씨들 노래를 가사 받아쓰기 하면서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 겨울 방학때는 방바닥에 이불 덮어쓰고 라디오로 김범용의 '바보 같지만 바보같지만...' (겨울비는 내리고..인가? ) 을 열심히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 팝송 테입이란 걸 산 건 아마 중학교 들어가고 일거다.그때 동네 전파상-왜 전파상에서 음반을 팔았을까?-에서 비틀즈 베스트 테입을 하나 샀다.아마 불법 복제품이었을 것 같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또 한자 한자 받아썻다....오마 트라블 씸소 파 어웨이.... 다음으로 받아쓰기 한건 당시 황인용의 <영팝스>에 많이 흘러나오던 폴리스의 이었다. 첫 전주가 나올 때,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로 눈이 떠진 거다.아마 이 곡이 날 팝음악의 세계로 빠뜨린 첫번째 투여받은 마약이 아니었을까? 그 다음 부터는 3년 굶은 식충이 처럼 팝송을 열라들었다.그 당시 나오던 <음악세계>라는 월간지가 있었는데 달이면 달마다 그 잡지 나올 때만 기다려 서점가서 "음악세계"나왔어요 ..하고 물었던 것 같다. 그맘때야 마이클잭슨과 듀런듀런,아하 뭐 이런 그룹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그 외에도 심플마인즈,스펜다우발레,브루스스프링스틴,빌리 조엘 등등 ..거기에 각종 댄스그룹들..조이,모던토킹,왱청 등등...근데 그때부터 몸치였던 난 댄스음악에 극단적 혐오를 보였다.요즘은 그나마 좀 나아졌는데 그땐 댄스음악은 진짜 저주받은 상업주의의 전물이라고 여겼다. 대충 빌보드니 뭐 이런 것들에 자신이 있어졌을 무렵.중 2 어느 밤.드디어 그걸 듣고 말았다. 전영혁이라는 사람.그 아저씨가 진행하는 <25시의 데이트>(이후 이프로그램은 0시의 데이트,음악세계,등등 이름을 자주 바꾼다.) 동네 친구들 사이에선 음악통으로 우쭐하던 내게 그 프로그램은 충격이었다.1시간을 통째로 들었는데 아는 곡이 단 한곡도 없었고  아티스트들도 전부 생경했다. 나의 첫 반응은 외면이었다. "그따위 인기도 없는 음악들,별볼일 없으니 평소에도 나오지 않지" 하지만 그런 마음 한편에는 비굴한 외면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다. 당시까지만해도  헤비메틀을 포함한 락음악은 거의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프로그램에서 알아듣는게 없을 수 밖에.


중3이 되면서 '들어보지 말고 비판하지 말자'라는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지기 위해 마지못해 락음반하나를 사왔다.그게 오지 오스본이란 아티스트였는데....한번 듣고 뻑가고 말았다. 옆에 있는 이 음반인데..LP로 구했을때는 앞에 있는 피 질질 흘리는 오지오스본 사진은 없었다.그리구 앨범 동명타이틀 곡도 잘려나갔다. 그 유명한 검열이란게 있었으니까. 첫곡 제목은 아직도 생각난다. OVER THE MOUNTAIN...
타미앨드릿지의 파워드러밍에 랜디 로즈의 멜로딕한 리프.그리고 저음을 깍어버린 오지오스본의 기괴한 목소리. 드디어.....락의 세계로 빠지고 만거다. 어떻게든 버텨가며 전영혁 방송을 듣고 자려했다.물론 잘되진 않았다.처음 듣는 그룹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

그 다음부터는 지난 잡지 뒤져가며 계보 외우기가 시작되었다. 이상하게 그런 계보는 왜 그리도 잘 기억나는지.'오지오스본은 블랙새버스에 있다가 갈라서고 자신의 그룹을 만든다.블랙새버스의 왼손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밍은 레이보우 출신 로니제임스 디오로 대체한다. 그는 명반 <천국과 지옥>을 만들고 독립하여 자신의 그룹 디오를 만든다.'등등...아직도 굵직굵직한 계보는 기억이난다. 특히 가계분열이 많았던 딮 퍼플 패밀리는 압권이었다. 가계도 트리가 만들어 질 정도였다. 레인보우,화이트스네이크,(보컬 데이빗 커버데일은 재가 좋아하는 보컬이었다.)길런밴드...또 거기 멤버들의 합종연횡. 안외우려고 해도 외워지는 이상한 과목이었다.

거기에 프러그레시브란 새로운 장르를 알게되었다.전위 음악 같은 것이 나의 음악적 허영을 채워주기엔 딱이었다.핑크플로이드를 비롯해 예스,킹크림슨,러쉬,제네시스 등등등... 애니 해슬럼의 르네상스는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보컬의 섬세함도 물론이고 음악구성도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었다.음반을 구하고 싶었지만 당시 어디서도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아주 나중에야 그때 들었던 음반들을 구할 수 있었다.그러니 당연히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어떨때는 잠결에 녹음 버튼만 눌러두고 자는 바람에 60분테입의 한면 즉 30분만 녹음되고 만 경우도 허다 했다.(옆에 있는 음반은 U.K라는 프러그레시브 밴드 앨범이다.요즘은 뉴에이지를 한다는 에디좁슨이란 키보디스트가 이끌고 있었다.내가 가지고 있는 그들의 LP는 2장인데... 당시엔 구하기 어려운 음반이었다.)

당시 열심히 들었던 밴드들이 그래도 프로그레시브보다는 메틀쪽이었다.스콜피온스,마이클쉥커 그룹,블랙새버스,레인보우,잉위맘스틴,주다스 프리스트 등이었다. 그리고 몇몇 미국밴드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영국락밴드의 묵직함과 음울함이 마음에 들었다.그건 아직도 좀 그런것 같다. 이 많은 밴드중에 가장 애정이 간 밴드는 ....끈끈한 의리로 젊은음악팬의 의기를 한층 높여주었던 밴드....한번에 확 하고 벚꽃처럼 꺼져버려서 더 아쉬움이 컸던 밴드.붉은비행선.

 지미 페이지,로버트 플랜트,존 폴존스,그리고 존 본햄...레드제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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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5-03-03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산 테이프는 마이클잭슨과 사운드오브뮤직OST였답니다. 초등 3학년이었을 때고요. 다음번은 아마 마돈나,였을듯요- 혹은 비틀즈 였을수도 있고, 퀸이었을 수도 있고요. 저는 팝,을 시작으로 롹에서 프로그래시브,로 이동한 것 같네요. 저를 휘어잡았던 것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그리고, 저도 기억합니다만, 전영혁의 라디오프로도요. 저 역시도 그 프로그램때문에 프로그래시브,나 아트롹, 뭐 이쪽으로 기웃거리게 된 것 같아요. 아무튼, 그 표현. '헉,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잖아!' 에 공감 별 다섯개입니다. ^>^
계보 적기, 계보 외기, 에도 별 다섯. 생각해보면, 비슷한 경험(같은 취미?의 공통분모로 비슷한 유년기의 모습이 나오더군요^^) 이 많네요.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밥딜런, 존바에즈 등에 열광했고요, 고등학교때에 비로소 제대로 음반이 나오기 시작한(제 기억으로는 말이지요)레드 제플린, 도어스의 음반(물론 LP죠!)을 사모으는 일(물론, 엄마에게 거짓말로 참고서나 문제집을 산다고 해서 말이지요;;)이 제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애니 해슬럼, 킹크린슨, 제네시스, 아, 반가운 이름들이에요. 제임스버클리하비스트(맞나요?)나 잇츠어뷰티불데이,같은 그룹도 참 좋아했어요.
마이클쉥커그룹,레인보우,크림, 등의 음악도 너무 좋아했고요.
^>^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마치 오래 전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마구 들어요. 주책이라고 뭐라 하지 않으실라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