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강제윤의 <보길도에서 온 편지>를 보고 구입했다. 보길도는 추억의 섬이다. 스물이 되기 직전 교회 다니던 친구가 수련회를 가지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그곳이 보길도였다. 갈아 입을 옷도 없고, 언제 끝나는 지모 모를 수련회. 결국 난 다음 날 배를 타고 보길도를 빠져나왔다.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풍경이 하나 있다. 그곳이 어느 곳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모래사장이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아마도 보길동 초등학교였던 같다. 저녁 휘황찬란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앞 섬 위에 떠서 그윽한 향기를 뿜어냈다. 처음으로 가본 보길도, 그 이후로도 단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곳이다. 보길도는 윤선도와 동백꽃으로 알려진 곳이다. 




보길도는 참 매혹적인 섬이다. 수년 전 보길도 친구를 만나서 들으니 보길도가 자신의 고향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나다. 학교 다닐 때는 촌이고 섬이라 교통이 불편히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란다. 그럴 것이다. 불편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보존과 가치를 창출한다. 그래서 윤선도사 유배 당한 곳이 아니던가.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묘한 글인 강제윤의 <보길도에서 온 편지>는 내게는 어색하다. 난 시를 부러워하지만 좋아하진 않는다. 난 산문이 맞다. 그럼에도 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있다. 어쩌면 시가 싫다는 말에는 시를 쓰지 못하는 발현하는 은근한 질투심이 스며있을 지도 모른다. 고산 윤선도의 [낙서재에서 우연히 읊다]의 전문이다.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 있으니

세상에 무슨 일이 내 마음에 이르리요

가슴 가득한 호연지기를 아는 이 없으니

한 곡의 미친 노래를 홀로 읊어 보노라



섬은 외로운 곳이다.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일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뭍에 사는 이들에게 섬은 두려운 곳이다.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곳. 예전에 김훈의 <흑산>을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지독한 외로움. 사람이 그리운. 그러나 삶이 뭘까? 존재가 외로움이 아닐까? 그래..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군중 속이 고독'이 아니라 원래 인간은 타자이기에 고독한 것이다. 


외롭게 피는 동백이 좋다. 홀로 피어 아무도 모르게 추락한다. 몽뚱이가 땅에 닿아도 아직도 지지 않는 꽃이 동백이다. 향기 없다하여 타박도 많이 받는다. 누구와도 합하지 않으려는 무뚝뚝함이 동백이다. 그런데도 동백은 외롭지 않다. 홀로 피어도 함께 있고, 바닥에 떨어져도 여럿이다. 이 묘한 꽃이 보길도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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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7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간 동백꽃이 예뻐요.
낭만인생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낭만인생 2017-01-07 22:4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17-01-08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7-01-08 17:1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외로움 싫으면서도 좋은 거네요..

세실 2017-01-08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보길도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동백을 보니 보길도에 가고 싶네요.
갑자기 툭 떨어지는 꽃송이에 철렁했던 기억이.....

낭만인생 2017-01-08 13:58   좋아요 0 | URL
그쵸.. 동백은 중력의 법칙에 순응하며 ‘쿵‘하며 천지를 뒤흔들며 떨어지니까요.

꿈꾸는섬 2017-01-13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길도는 저에게도 추억의 장소에요.
옛생각에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