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를 꼭 사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질렀다. 그것도 홈쇼핑으로. 책을 홈쇼핑을 통해 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V도 잘 보지 않는 내가 홈쇼핑이리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사실 아내가 주문한 것이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아내는 통증을 잊기 위해 종종 TV 앞에 앉는다. 일주일에 한 시간도 TV 앞에 있지 않던 우리가 시골로 내려오면서 TV광이 되었다. 이건 웬 일인가? 하여튼 그렇게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방금 도착했다. 그것도 짐이 많아 내가 수레를 끌고 간 덕에 함께 실려온 책이다. 홈쇼핑에서는 싸게 준다고 난리더니 알아보니 하나도 싸지 않고 고스란히 제 가격이다. 정가에 받은 셈이다. 덤으로 받은 이원복의 <가로세로 세계사> 4권도 모두 제 가격이다. 이걸 사기라고 말할수는 없다지만 홈쇼핑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속은 것은 분명하다. 차라리 알라딘에서 주문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그렇게 나의 첫 설 후의 책 구매는 불시착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사에 대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니 두고 두고 읽을 참이다.
알라딘메인에 들어가 책을 검색해 보니 동일한 가격으로 출판된 것이 확인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보급판으로 1-15권을 약간 축속시킨 것이다. 책 사이즈도 작아지고 얇아졌다. 기존의 15권 전질은 2013년 판으로 174150원으로 출간되어 판매중이다. 홈쇼핑에서는 보급판으로 판매한 것이다. 뭔가 속은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당연히 싸다고 생각했던 홈쇼핑이 제가격으로 판매한 것이다. 만약 일반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이 가격에 판매했다면 속은 느낌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간사한 것인지, 홈쇼핑이 약삭빠른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그래도 좋다. 아이들에게 읽을만한 책을 구입했다는 마음이 속은 느낌을 가려준다.
시골에 내려오면서 날마다 드나들었던 알라딘 서재도 뜸해지고 있다. 올해까지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로 선정되었지만 내년은 불투명하다. 노트북을 펼 시간이 많지 않다. 아내가 악화 되면서 통증까지 찾아와 하루세끼 식사까지 준비하니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다. 아침 준비에, 곧바로 아이들을 차로 등교 시키고, 돌아와 부모님과 아내 밥 두상을 차린다. 3시간 정도 일하고, 다시 점심준비, 다시 일하고 저녁준비.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된다. 피곤에 찌든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지만 내일이라고 소망이 없다. 밤이 오면 아픈 아내는 잠들지 못해 기침을 하고 통증을 호소하면 나도 깨어 종종 함께 하니 자는 시간도 거의 없다. 이렇게 하루 하루가 간다.
간호가 어렵다는 것, 하루 삼시세끼가 어렵다. 음식을 못해도 맛있다고 먹어주는 가족이 고맙다. 아침이 지나면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다. 나도 주부가 다 된 것 같다. 밥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